[뉴스워치=칼럼] 민주주의 무대에서 국회의원 선거는 국가의 통치 궤적과 정치적 지형에 대한 집단적 평가를 하는 중추적인 순간이다. 그래서 오는 4월 10일 실시되는 선거는 입법기관의 구성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집권 정부의 성과에 대한 국민감정을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한다. 각 정당은 여론조사가 끝난 후 상황이 진정되면 유권자가 내리는 판단과 그것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 여겨진다.

선거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표현하고 정책을 입법하며 정부 기능을 감독할 대표를 선택할 수 있는 민주적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제공한다. 유권자는 투표를 통해 현 정부의 성과, 정책, 약속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를 표명하고 한편으로는 지난 국회의 성과를 심판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먼저, 집권 정부에 대한 시험대 역할을 한다. 전면적인 승리는 현 지도부의 정책과 비전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의미할 수 있다. 반대로, 의석의 상당한 손실 또는 감소는 유권자의 환멸, 불만 또는 변화에 대한 열망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운명의 변화로 인해 정부는 반성하고 전략을 재조정하며 선거 패배로 이어진 불만 사항을 해결해야 한다.

다음으로 이번 선거는 각 정당의 활동을 평가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단순히 숫자의 경쟁이 아니라 사상, 이념, 의제의 전쟁터다. 정당들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경쟁적인 비전을 제시하면서 패권을 놓고 경쟁한다. 경제 정책, 사회 복지, 국가 안보, 환경 지속 가능성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토론이 유권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투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유권자의 평결은 다음 임기 동안의 입법 의제와 정책 방향을 형성하는 명령의 역할을 한다.

필자는 이렇게 중요한 소임을 수행해낼 이번 선거에 몇 가지 기대를 걸어본다. 첫 번째는 이번 선거는 집권 정부에 대한 평가 못지않게 지난 4년간의 국회의원 각자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21대 국회는 과거 어느 국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말과 불성실이 판을 쳤다. 동료 의원에게 쓰레기라고 칭하는 표현도 나왔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심지어 개인적인 재물 축적에 열을 올리는 의원도 있었다.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국민이 이를 평가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할 것이다.

둘째로, 지역적 감정에 매몰된 몰개성화된 투표가 이젠 줄어들었으면 한다. 선거 후, 지도 위에 당선자를 출신 정당별로 나타내면 지역에 따라 뚜렷하게 구별이 되는 게 이제까지의 우리 국회의원 선거 경험이다. 이제 이런 식의 지역감정에 기반한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특정 정당에 헌납하는 일은 그만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세 번째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일체감을 가진 선거였으면 한다. 더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과 사상의 자유는 구별되어야 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운명체의 구성원으로 그 본분을 지킬 필요가 있다. 국론을 분열시키고 결과적으로 공동체의 단결을 해치는 행위를 일삼는 것은 이미 사상의 자유를 넘어선 행위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해석하려면 선거를 둘러싼 미묘한 차이에 대한 열린 이해가 필요하다. 선거 결과는 사회경제적 역학, 지역적 격차, 역사적 유산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지역 문제, 후보자 프로필, 캠페인 전략도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포괄적인 분석을 위해서는 이러한 변수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상황에 맞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선거는 민주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 즉 국민 주권과 정치적 다원주의의 생생한 표현을 상징한다. 이는 시민들이 대표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국가 거버넌스 과정을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정부는 유권자의 평결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신뢰와 합법성을 조성하기 위해 포용성, 투명성, 대응성을 수용해야 한다. 결국, 투표소에 모인 국민의 판단은 현재를 정의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윤곽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정서가 그러느니, 그저 관행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해왔느니 하는 등의 이유로 각 당과 개별 후보가 그간 보여준 행적에 대한 평가를 간과한다면 우리 사회는 선거가 주는 이러한 함의를 살리지 못하게 되고 기존의 관행은 다시 되풀이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선거는 사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정부의 판단이 유권자에 의해 자세히 분석되는 민주주의 과정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는 시민들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고,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고, 국가의 미래 진로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선거의 결과를 통해 국민 모두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부로 변화시키도록, 선거에 임하는 우리가 스스로 개인의 자세를 먼저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화학 박사학위 취득

서울시 영등포구청 인권위원회 위원

사)서울시 아동공공생활 지원센터 운영위원

현)동덕여자대학교 교양 대학교수

현)뉴스워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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