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이후 28년 만에 부활…압도적 찬성률로 통과
“기업은 사회의 것” 창업주 유일한 박사 신념 위배 우려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유한양행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유한양행

[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유한양행이 지난 1996년 이후 28년 만에 회장·부회장 직제를 신설했다. 앞서 이정희 전 대표이자 현 이사회 의장의 '기업 사유화 시도'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진통을 겪은 터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유한양행은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제33조(대표이사 등의 선임) 등 기존 조항에 회장과 부회장직을 추가하고 이사 중 회장과 부회장을 선임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미 유한양행은 이번 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회장, 부회장 직제를 신설할 것으로 알려져 큰 내홍을 겪은 바 있다. 회장직이 신설되면 이 의장이 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유한양행 직원들은 지난 11일 본사 앞에서 이를 반대하는 트럭시위를 벌였다. 직원들은 이 의장이 회장직에 앉기 위해 직제를 신설하려 한다며 주주들에게 전자투표를 통한 반대를 독려했다. 

이날 주총 결정이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창업주 故 유일한 박사의 신념에 위배된다는 논란 속에 유한양행은 옥상옥 비판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이번 정관 개정은 조직 개편과 글로벌 사업 진출을 위한 내부 시스템 정비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도 정관변경과 관련해 "사심 때문에 회장직과 부회장직을 신설한 것이 아니다"며 "회사 성장으로 언젠가 필요한 직제이므로 이번 주총을 통해 정관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찬반 양론이 오가는 가운데 이날 주총에서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은 출석 주주 95%의 높은 찬성률을 보이며 통과됐다.

이번 안건 통과로 유한양행에서 회장‧부회장 직제는 1996년 이후 28년 만에 부활했다. 유한양행에서 회장직을 맡은 인물은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그의 최측근인 연만희 전 고문 단 두 명뿐이다.

이날 주총에는 유일한 박사의 손녀이자 하나뿐인 직계 후손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참석해 정관변경 안건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 이사는 주총에 앞서 “할아버지의 정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총 자리에서는 “유일한 박사의 이상과 정신이야말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라며 “이에 맞춰 정직한 방법인지, 지배구조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외에도 ▲2023년 재무제표·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일부 변경의 건 등의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 450원, 우선주 460원의 현금배당(총 321억원)도 실시하기로 했다.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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