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 전년보다 15%늘며 역대 최고 기록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 및 비이자이익 미미한 비중 눈길…올해 악화 전망도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2023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2023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해 국내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순이익도, 이자이익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다만 증가율이 전년에 비해 크게 둔화된 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14일 발표한 ‘2023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들은 이자이익과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이 모두 증가한 데 힘입어 당기순이익 2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18조5000억원에 비해 15% 증가한 것이다.

이자수익자산이 확대되면서 이자이익이 늘고,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비이자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특히 국내은행들의 이자이익이 5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46조원에서 2022년 55조9000억원으로 껑충 뛰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1년 만에 경신된 것이다. 대출자산 등으로 수익자산이 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2022년(1.62%)보다 상승(1.65%)한 영향이다. NIM은 금융회사의 자산 운용 수익에서 조달 비용 등을 제외한 뒤 자산총액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회사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다만 분기별로 봤을 때 NIM은 2022년 4분기 고점을 찍은 뒤 계속해서 축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채권을 통한 이자수익은 늘었으나 채권 조달 등 이자비용도 함께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비이자이익도 전년(3조5000억원)에 비해 2조4000억원 증가한 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유가증권 평가·매매이익이 전년보다 4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영향이 컸는데 구체적으로 유가증권 매매이익이 1조1000억원, 평가이익이 3조8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이익 증가율 둔화· 비이자이익 증가는 환경적 호재 덕

다만 증가율로 보면 국내은행들의 이익구조가 마냥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 이자이익 증가율은 2022년 21.6%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5.8%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15.8%p나 낮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0.03%p오른 NIM상승률을 지목하며 이자수익이 늘었지만 이자비용 증가가 수익보다 커 이자이익 증가율이 둔화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비이자이익 역시 증가세로는 괄목할 만하지만 전체 이익 구조에서의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 은행권의 절치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3조5000억원) 대비 68.0%나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전체 총이익에서는 8.9% 정도 비중을 차지하며 전년에 비해 3%p가량 오른 모습을 보였다. 비이자이익의 총이익 비중은 2019년 14%, 2020년 15.1%, 2021년 13.2%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 2022년 5.7%로 급감했고, 지난해 8.9%로 소폭 올라섰다. 이에 비해 이자이익 비중은 2022년 94.3%, 2023년 91.1%를 기록 중이다. 최근 5년 평균인 88.6%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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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비이자이익의 증가도 시장금리 하락 덕을 봐 장부상 늘어난 몫이 대부분이다. 비이자이익 증가를 이끈 유가증권 평가손익은 전년보다 3조8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장부상 가치가 커진 덕분이다. 전년에 비해 신탁 관련 이익은 2000억원, 수수료 이익은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외환·파생 관련 이익은 1조 2000억원 줄어드는 등 사업적 개선이나 강화와 같은 실질적 전략보다는 환경적 호재에 힘입어 비이자이익이 증가한 모습이다.

총수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은 그간 은행권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아왔다. 금융당국까지 나서 비이자부문 확대를 주문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등 압박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변화와 효과는 크지 못한 상황이다.

당기순이익도 은행권 전체로 봤을 땐 늘었지만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만으론 줄었다. 은행권 전체 당기순이익은 21조3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5% 증가하며 최대 규모 기록을 썼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만 보면 4% 넘게 줄어들었다. 이는 이자 장사 논란으로 빚어진 상생금융 지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민생금융지원에 동참했고, 이에 따른 지원액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순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있다”면서 “이에 더해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를 대비하는 대손충당금 확대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한 은행권 대손비용은 50% 이상 급증하며 10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올해 순이익은? 1분기부터 감소 전망

문제는 올해 상황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호실적을 세우는 기록들이 이어졌지만 올해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 업계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이 4조58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 이유를 주목할 만하다. 금융지주 실적을 책임지는 은행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이로 인해 NIM도 하락세인데다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부실차주 증가로 인해 은행 손실 채권도 늘어나는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지출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자이익에 기대어 있는 상황에서 비이자 부문 확대도 크게 향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들은 수수료 부과나 파생상품 판매 등에 있어 해외와 달리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더욱이 홍콩H지수ELS 사태 파장으로 ELS 판매 자체가 크게 위축되기까지 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이 계좌 보유 고객들에게 월평균 13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과 비교해도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위험 파생상품 거래 등이 자유로운 해외 은행들과 달리 국내 은행은 이같은 상품들에 대한 제한 조치마저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많은 부분에서 제약이 있어 현 시점에서 국내은행들이 비이자이익 부문을 확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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