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회’ 이복현 금감원장 참여
불법 공매도 의혹 및 공방, 전산화 시스템 구축 등 팽팽한 의견차

금융감독원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매도 이슈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을 주최했다.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매도 이슈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을 주최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자들과 만나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겪는 고충과 어려움, 여러 걱정들을 귀담아 듣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각자 입장을 담은 열띤 주장과 반박이 이어진 토론의 장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불만과 해명만 있었던 반쪽 자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매도 이슈와 관련해 논의하는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을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참석했고, NH투자증권‧삼성자산운용‧신한투자증권과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 박순혁 작가,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주된 내용은 공매도 금지 이후 전산화 시스템 마련 여부 및 불법 공매도 의혹,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의 공매도 허용 등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6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자 불법 공매도를 척결하겠다면서 공매도를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에도 예외적으로 허용된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가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MM은 거래소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로 투자자의 원활한 거래 체결을 돕는 증권사다. LP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한해 MM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거래부진을 해소한다.

이와 관련해 ‘배터리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작가는 개인투자자 입장을 대변하며 MM과 LP가 자산운용사와 결탁해 공매도 호가를 낮은 가격에 내놓고 주가를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감원이 불법 공매도 조사에 돌입하고, 조사하는 동안 MM과 LP의 공매도를 잠시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의정 한투연 대표 역시 “MM·LP에 대한 개인들의 불만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고 현재도 공매도 금지가 반쪽짜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들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LP 등 역할 및 공매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패널로 참석한 정병훈 NH투자증권 패시브솔루션부문장은 “만약 LP의 공매도가 금지된다면 LP가 위험헤지(분산)를 위한 주식 공매도가 불가능한 만큼 ETF 매수가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매도할 때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 역시 “LP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게 되면 ETF투자자들이 미국 등 해외 증시로 이탈해 자금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결국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좋은 ETF공급과 우리나라 주식시장 발전을 위해 공매도 허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MM과 LP가 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란 의혹에 대해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법행위가 발생하는지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현재도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한국거래소와 조사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공매도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HLB종목을 둘러싼 공매도 세력 투입 의혹이 또다시 터지면서 공매도를 둘러싼 문제점도 다시 부상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3위 HLB의 주가는 금감원 토론회가 진행된 13일, 급락했다가 회복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렸다. 이날 HLB주가는 오후 12시 50분경 10만3700원까지 올랐다가 오후1시10분쯤 급락, 5분여 만에 15% 이상 떨어지며 8만43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같은 급락은 ‘불확실성이 생겨 신약 승인이 어려워졌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식 때문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두고 주주들은 불법 공매도를 활용한 조직적인 주가조작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HLB는 “루머 유포자에 대해서는 주주연대와 함께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문제는 지난해 불법 공매도 창구로 지목된 바 있었던 신한투자증권이 이번 HLB급락으로 인해 또다시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13일 급락장도 신한투자증권 창구에서만 59만 주 이상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금감원의 토론회 진행 직후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세간의 충격은 적지 않다. 특히 토론회 중에도 신한투자증권의 직접전용주문(DMA·Direct Market Access)으로 인해 높은 빈도수로 단타 대량거래가 이뤄지고 무차입 공매도로 수익률을 높인다는 의혹이 재차 거론됐던 바다. 이날 전석재 슈카월드 대표가 토론 주제를 설명하면서 신한투자증권을 ‘A사’라고 익명으로 언급했고, 이에 패널인 박순혁 작가는 “왜 신한투자증권이라고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박 작가의 주장과 토론회에 참석한 신한투자증권 관계자가 반박하는 설전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작가는 지난해 10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소유의 주식매도가 신한투자증권의 불법 공매도로 인한 것이란 의혹을 다시 언급했고, 이에 대해 금감원이 ‘전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도한 행위로 공매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결론내린 점검결과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한투자증권이 불법을 저지른 의혹이 분명하기 때문에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정황을 살펴보고 금감원도 이를 조사해야 금감원 명예를 지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남궁태형 신한투자증권 준법감시인은 “에코프로 불법 공매도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당일에 저희 공매도 물량 자체가 크지 않았고 시장 평균과 비교해도 낮았기 때문에 저희가 주가하락을 주도했다는 건 수치상으로 맞지 않다”며 “이동채 회장 건은 서울 사이버수사대에서 조사 중이고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임태훈 신한투자증권 국제영업본부장도 “신한이 불법공매도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있는데 저희는 지난해 자기매매 공매도는 전혀 없었고 유동성공급자 공매도도 제로였다”며 “위탁매매 공매도 역시 신한투자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0.7% 수준으로 많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신속 점검과 철저한 조사를 강조하고 나섰다. 황 부원장보는 “의혹을 그대로 방치하면 시장 신뢰가 훼손되고 투자자금이 이탈한다”며 “시장참여자 모두가 피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 의혹이 제기되면 신속히 점검하고 금감원이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공개하고 있다”며 “이런 점검활동을 계속 이어나갈테니 업계에서도 자기 회사에 의혹이 제기되면 내부 조사를 하고, 결과를 시장에 적극 알려서 신뢰를 회복하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 역시 “DMA가 공매도와 직접 관련된 건 아닌데 실태 조사를 하고 빠른 시간 내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매도 이슈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매도 이슈와 관련해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했다.사진=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도 거론됐다. 공매도 전산화는 개인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 가장 강력하게 바라는 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토론회에서 역시 공매도 전산화 촉구가 이어졌다.

이전까지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완전한 전산화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전산화를 위해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보유한 대차 잔고를 미리 알아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대규모 관행적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금융당국은 “할 수 있는 데까지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입장을 선회했고 이후 금융위원회, 금감원, 한국거래소, 코스콤 등 유관기관과 학계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현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더 나아가 이번 토론회에선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윤곽이 1~2개월 내 구체화될 것이란 발언이 나왔다. 이 원장은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중심으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무차입 공매도를 선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2~3가지 방안을 추려 비용 및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증권사들이 따라올 수 있는지, 개인들이 신뢰 가능한지 등을 기준으로 놓고 다 고려해서 보겠다”면서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한 두 달 후에 비슷한 설명 기회를 갖겠다”고 했다.

늦어도 상반기 내로 전산화 방안을 발표하겠다면서 투자자들이 문제제기를 한 만큼 성급하게 결론내리기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7일 민생토론회에서 “부작용을 차단하는 확실한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정부는 공매도를 재개할 뜻이 없다”라고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산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는 금감원장까지 참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매도와 관련한 토론회는 지난해 말 두차례에 이어 올해가 세번째지만 금감원이 직접 챙긴 토론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날 토론회 역시 개인, 기관, 금융당국이 각자 입장만 주장하는 데 그치며 반쪽짜리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TF LP 공매도 문제점, 공매도 전면금지 등을 둘러싸고 기존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각자의 입장만 제시됐을 뿐 보다 구체적이고 합의로 나아가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금융당국이 제시한 공매도 재개시점이 불과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좁혀지지 않는 의견차만 재확인한 자리라는 점에서 업계 및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패널을 제외하고 방청객으로 참여한 개인투자자 및 대학생 등 30여명이 발언하거나 질문할 기회가 5분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소수 패널을 위한 발언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원장은 각자의 의견을 청취한 유의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와 관련한 걱정과 주장, 우려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조금 더 강하게 듣고 그걸 듣고 있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드릴 필요가 있어 준비한 자리”라며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의견 개진 내용을 듣고 해결책을 찾아가다 보면 신뢰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결론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다른 기관들과 공조를 강화해 해결책을 찾아나가겠다고도 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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