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공산품 이어 신선식품 시장 진출…“초저가 무기로 공략”
대형마트 3사, 조직 개편·상품 할인으로 '맞불'

지난 10일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알리익스프레스가 초저가 공산품을 넘어 신선식품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의 경우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들이고 있는 분야다. 이에 국내 대형마트들은 수익성 개선을 통한 오프라인 사업 통합과 함께 신선상품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등 알리 공습 방어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국내 브랜드 상품 전용관인 'K-베뉴'를 통해 과일과 채소, 수산물, 육류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입점 판매자가 직접 상품 정보를 올리고 배송까지 담당하는 오픈마켓 방식으로 대표 상품으로는 토마토, 딸기,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앞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온라인 그로서리 또는 리테일 분야에서 8년 이상 경력을 가진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 채용 공고를 내는 등 신선식품 분야로의 확장을 모색해왔다.

K베뉴에는 현재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깨끗한 나라, 유한킴벌리 등 주로 생필품이나 뷰티용품이 입점해 있다. 동원 F&B는 올해 1분기 안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외  대상, 삼양식품, 풀무원 등 식품 기업들도 현재 알리 입점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는 최근 K-베뉴의 식품 부문 강화를 위해 입점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면제하는 무료 수수료 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최저가 판매자에 대해서는 광고 노출까지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부 중소 판매자가 한정된 종류의 상품을 판매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으나 향후 판매사들이 늘어나면서 알리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초저가 정책으로 비교적 단기간 내에 식품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유통업계를 위협할 정도의 신선식품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대형마트들은 알리익스프레스 공습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신선식품을 포함한 그로서리 부문을 강화하는 방향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식품과 비식품을 총괄하던 상품본부를 식품 중심의 그로서리본부로 일원화하고 비식품은 몰사업본부로 통합했다.

마트와 슈퍼 간 조직 통합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상위 조직인 부문 단위 통합에 이어 올해는 팀 단위도 단일화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마트·슈퍼 간 통합소싱에 기반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면서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뤘다.

마트는 국내 사업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472억원으로 지난 2022년(212억원)의 약 2.2배로 늘었고, 슈퍼는 55억원 적자에서 256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는 팀 단위까지 합쳐져 조직 통합 작업을 마무리해 비용 절감과 수익성 향상에 한층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마트는 이커머스에 견줄 수 있는 가격경쟁력 확보에 방점을 뒀다.

지난 1월부터 월 단위로 ‘가격 파격’ 행사를 도입해 신선·가공식품이나 간편식을 정상가 대비 최대 50% 싸게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매달 돌아가며 먹거리와 일상용품 50여개 상품을 초저가에 제공하는 ‘가격역주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마트는 농산물과 같은 신선식품을 산지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판매가를 대폭 낮췄다고 설명했다.

상품·가격경쟁력 확보는 지난해 9월 취임한 한채양 대표가 내세운 핵심 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한 대표는 취임 후 이마트와 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 편의점 이마트24 등 오프라인 유통 3사 통합 작업에 힘을 쏟아왔다.

같은해 12월 통합추진사무국을 신설하고 사별로 있던 상품본부도 하나로 합쳤다. 이를 통해 상품소싱부터 물류까지 모든 인프라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을 강조해온 정용진 회장이 승진하면서 이마트 상품·가격경쟁력 강화 전략이 그 깊이와 폭을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홈플러스는 신선식품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상품1부문 산하 신선식품본부에 있던 신선식품MD(상품기획)팀을 부문장 직속으로 편제했다. 이 팀은 농·축·수산물 등의 상품 개발과 트레이딩, 상품안전 등과 관련해 대형마트와 슈퍼 간 협업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이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절대 뺏기면 안 되는 영역"이라며 "알리익스프레스가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진출하고 쿠팡도 관련 시장 지배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만큼 대형마트는 이를 사수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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