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피해 규모 1965억원…전년 대비 35.4% 증가
금융당국, 금융권에 소비자보호 강조…은행 노력에도 문제 지속

금융감독원의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총 피해액은 1965억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의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총 피해액은 1965억원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보이스피싱범죄가 갈수록 진화하는 모양새다.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는 가운데 보이스피싱 피해액도 커졌다. 은행권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총 피해액은 1965억원 규모였다. 이는 1년 전(1451억원)보다 35.4%(514억원) 증가한 수치다. 피해자 수는 1만1503명으로 전년 1만2816명에 비해 줄어들었으나 피해자 1인당 피해액이 크게 늘었다. 1인당 피해액은 지난해 1710만원으로 전년(1130만원)보다 51.3%나 늘어났다. 최근 5년 내 가장 큰 규모인데 1억원 이상 초고액 피해자도 231명으로 전년(136명) 대비 69.9%나 증가했다. 1000만원 이상 피해자도 같은 기간 3597명에서 4650명으로 29.3%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전체 범죄 중 대출을 해주겠다며 접근한 경우가 35.2%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지인을 사칭한 메신저피싱이 33.7%, 정부기관을 사칭한 범죄가 31.1%로 나타났다. 50대와 60대가 각각 560억원, 704억원의 피해를 보며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20~30대 피해자도 늘었다. 20대 이하는 대부분 정부기관 사칭형 사기수법에 당하며 전년 대비 139억원으로 피해규모가 커졌고, 30대의 경우는 대출 빙자형에 당하며 피해액이 188억원 늘었다.

이에 금감원은 정부기관 등 사칭을 차단하기 위해 안심마크(확인된 발신번호) 표기 확대를 추진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 개발·보급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회사에도 24시간 대응체계가 조기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융사에 대한 압박 강도는 더 강해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발표에 앞서 지난 6일  ‘2024년 금융소비자보호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열고 금융사들이 소비자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미영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어려운 경제 여건 하에서 금융회사들이 이익 추구에만 몰두해 소비자보호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소비자보호가 실질이 아닌 형식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 금융범죄와 관련해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기준’을 활용한 은행의 자율배상 안착 등을 언급한 바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소비자보호 강조 행보에 금융권도 보이스피싱 예방 체계를 마련하고, 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펼치고 있다. 각 은행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하게 보이스피싱에 맞선 시스템들 및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일에는 우리은행이 연세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오는 14일까지 서강대, 가톨릭대 등에서도 보이스피싱 예방활동을 펼친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권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보상보험 무료가입’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보이스피싱으로부터 금융 소비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일반 금융소비자는 보이스피싱 예방 앱 설치 또는 ‘우리WON뱅킹’이 제공하는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 중 하나만 가입해도 보이스피싱 피해보상보험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고, 사회초년생과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은 보이스피싱 예방 앱인 ‘싹 다잡아’만 스마트폰에 설치해도 보이스피싱 피해보상보험을 무료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모니터링과 제도 개선도 추진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8일 한양대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불법 환거래,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교육을 진행했다.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은 지난달 28일 한양대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불법 환거래, 보이스피싱 사기 예방교육을 진행했다.사진=신한은행

신한은행도 지난달 28일 한양대에서 보이스피싱 예방교육을 진행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불법환전상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해 범죄를 사전에 막자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이번뿐 아니라 개강 초마다 동국대, 홍익대, 건국대, 경북대에서 예방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을 위한 세심한 지원 및 예방 노력을 통해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한 바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보이스피싱 피해자 지원 및 예방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피해자들을 돕는가 하면, 같은해 8월 시중은행 최초로 실시간 영상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영상확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한 관련 종합 솔루션 플랫폼 ‘지켜요(소중한 나의 자산)’도 출시한 바다.

KB금융도 사기거래, 보이스피싱 등으로부터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고, 금융사고 예방 및 불건전영업행위 사전 차단을 위한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AI와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을 활용해 고객의 금융거래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 KB국민은행은 보이스피싱범죄 근절을 위한 차원에서 경찰청과 함께 업무협약을 맺고 ‘KB 국민 지키미상’을 마련해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보이스피싱 예방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KB스타뱅킹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와 예방법을 공유하고, KB스타뱅킹 내 보이스피싱 악성 앱(애플리케이션) 탐지 서비스 등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나은행도 금감원과 함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라이브방송을 실시하는가 하면 비대면 금융거래를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는 데 착안, 금융앱에도 탐지 기능을 탑재했다. ‘하나원큐’ 앱에 보이스피싱 앱 탐지 기능을 탑재해 앱에 로그인 시 보이스피싱 앱 설치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정하고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잔액 인출을 차단하는 등 디지털 금융 이용자들의 금융범죄 피해 예방 및 보호에 나서고 있다. 또 일찌감치부터 고객이 사용하지 않던 휴대폰으로 미접속지역의 접속이 발생할 시 이상을 감지하는 FDS체계를 구축해 메신저피싱 예방에 나서고 있다.

범은행권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도 이어진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1월 대검찰청과 ‘보이스피싱 등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검찰, 금융기관 간 민생침해범죄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정보‧자료 공유를 비롯해 범행 예방 및 차단을 위해 필요한 금융조치도입 노력, 은행의 민생침해범죄 대응 전담부서 활성화 및 피해예방교육 강화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SK텔레콤과 업무협약을 체결, 은행권과 통신사가 자율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한 소통창구를 마련하기도 했다.

다만 범죄수법이 점점 치밀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어 은행권의 이같은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죄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지인을 사칭해 악성 인터넷링크를 단 ‘결혼’ ‘부고’ 등 안내장을 발송하는가 하면, ‘신용카드 사용’ 등 빈도수가 높고 일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문자를 악용하는 등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5일 은행권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이자 환급 등을 개시하자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등 시의성을 악용한 범죄도 적지 않다. 은행과 금융당국이 한 종류의 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면 또다른 틈을 파고든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옛말이 떠오를 정도다.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각종 방안이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보안의 복잡화다. 보이스피싱범죄의 다양한 수법과 침투를 막고자 지연출금, 일 송금 제한, 이상 탐지 시스템과 같은 보안 제도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고객들의 불편이 야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비대면 디지털 금융 강화, 절차의 간소화 등 고객 편의성이 높아지는 서비스가 출시되는 반대편에선 각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제도가 겹겹이 도입되고 있다”면서 “편의성을 높이되 보안성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 고객 불편과 더불어 은행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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