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한 달 만에 3%대 재진입
과일값 32년여 만에 최대 상승…사과 71.0%·귤 78.1%·배 61.1% 올라
정부, 물가 잡기 총력…“주요 먹거리 체감가격 40~50%까지 낮출 것”

대형마트 매대에 놓여 있는 사과를 한 소비자가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매대에 놓여 있는 사과를 한 소비자가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지난 1월 2%대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 달 만에 3%대에 재진입했다. 금값으로 불리는 사과, 배 등의 과일값 폭등과 국제 유가 오름세가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결과다.

이에 정부는 비상수습안정대책반을 가동하고 즉각적인 반응에 나섰다.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먹거리 체감 가격을 낮추고, 부처별 수급 관리 노력을 통해 물가 안정 분위기 확산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100)로 전년 대비 3.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2.8%)보다는 0.3%p 높은 수치다. 

앞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월 4.2%를 기록하면서 크게 올랐으나 이후 차츰 둔화 양상을 보이면서 2%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는 5개월 연속으로 3%대를 기록했다가 올해 1월 2%대로 내려오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3%대에 진입하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물가 상승의 주된 요인은 폭등하고 있는 과일값이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11.4% 급등했다. 이 중 농산물이 전년 대비 20.9%나 치솟으면서 전체 물가를 0.80%p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사과(71.0%), 귤(78.1%). 배(61.1%), 토마토(56.3%), 파(50.1%), 딸기(23.3%), 쌀(9.2%), 배(61.1%) 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공업제품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올랐다.

품목별로는 수입승용차(8.5%), 티셔츠(10.4%), 휘발유(2.0%), 남자외의(8.5%), 아이스크림(10.9%) 등이 올랐고 경유(-5.7%), 기초화장품(-4.9%), 등유(-6.9%), 라면(-4.8%)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물가 하락 폭은 전월(-5.0%) 보다 축소된 1.5%에 그쳤다.

전체 물가 기여도도 1월 -0.21%p에서 -0.06%p로 줄면서 상대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해 2월보다 4.9% 상승해 전기료(4.3%), 도시가스(5.6%), 지역난방비(12.1%) 등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물가도 전년 대비 2.5%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1.3%p 끌어올렸다.

다만 서비스 물가는 2.5% 오르며 전월(2.6%)보다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다. 공공 서비스 물가도 2.0% 올랐지만, 전월(2.2%)보다는 상승폭이 줄었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3.4% 올랐다. 외식 물가도 3.8% 올랐으나 상승폭은 2021년 10월(3.4%) 이후 28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반영한 생활물가지수는 116.29(2020=100)로, 전년 대비 3.7%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중 식품은 지난해보다 5.4% 상승했고 식품 이외 품목은 2.6% 올랐다. 전월세를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1% 올랐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38.57(2020=100)로 전년 대비 20.0%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9월 20.2%를 기록한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신선과실의 경우 41.2%나 폭등했다. 지난 1991년 9월 43.9% 증가한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과일 가격은 38.3%나 올랐다. 사과가 전년 대비 71.0% 폭등하면서 연일 높은 가격을 기록했고 사과 값이 오르면서 귤 가격 또한 78.1%나 상승했다.

다만 정부가 과일 수입을 확대하면서 망고 가격은 10.5%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해조류의 경우 11.3% 올랐다.

이처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한 달 만에 3%대로 재진입하면서 비상이 걸린 정부는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최상목 경제부총이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여 2%대 물가가 조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며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농축수산물에 대해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목표로 할인 지원을 확대하고 수입 과일 신속 도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역대 최대 수준인 600억원을 투입해 사과, 배 등 주요 먹거리의 체감가격을 최대 40~50%까지 낮추도록 하겠다"며 "이와 더불어 오렌지,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하고 수입 과일 3종에 대해 추가 관세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날부터 비상수습안정대책반을 즉시 가동해 품목별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는 등 가격, 수급 관리 노력에 나서고 석유류, 서비스 등 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현장 점검 등을 통해 물가 안정 분위기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과일값을 비롯한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과일물가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식료품값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과(후지·10개)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5일 기준 2만9698원으로, 1년 전(2만2714원)에 비해 30.7%나 급등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여름철 과일이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전인 올해 상반기까지는 식료품값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과일 가격이 낮았던 기저효과에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이달에도 농산물 가격은 높은 상황이라 물가 상승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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