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메리츠금융 등 지난해 폭발적 성장…5대 금융지주 위협
인터넷 은행, 금리 인하·수수료 면제 이어 새로운 시도로 폭풍성장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사옥. 사진= 각사 제공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사옥. 사진= 각사 제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은행이 없는 비은행금융그룹들이 승승장구하며 대등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인터넷은행들은 비대면 디지털금융의 장점을 앞세워 예금·대출 등을 파고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금융네트웍스, 메리츠금융그룹 등 비은행 금융그룹들의 약진이 거세다. 삼성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국내 금융지주 선두인 KB금융그룹마저 넘어섰을 정도다. 

삼성금융·메리츠금융, ‘은행없이도’ 승승장구

삼성금융에 속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 4개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4조8705억원으로 KB금융(4조6319억원)보다 2386억원 많았다. 우리금융 2조5167억원에 비해선 2조3538억원 많아 순이익 차이는 두 배에 육박한다.

다만 이 수치에 차이는 있다. 지주사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지주사가 지배하는 전체 자회사 순이익을 더하고 내부거래 등 이익을 중복 계산한 것을 제외해 계산하지만, 삼성금융의 경우 지주사가 아니라 이같은 적용이 되지 않고,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증권 지분을 각각 71.9%, 29.4% 보유하고 있어 연결 실적에 중복으로 반영된다. 단 이같은 실적을 별도로 계산해도 삼성금융 순이익이 4조3581억원으로 신한금융그룹(4조368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란 점에서 은행이 없는 삼성금융의 약진이 돋보인다.

특히 삼성금융이 순이익으로 금융지주보다 앞선 건 지난 201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인데, 당시와 지난해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삼성금융이 금융지주들을 앞섰던 2016년 당시는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비은행끼리의 경쟁이란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는 고금리 상황 속에서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고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삼성금융이 이에 못지않은 성장을 이뤄낸 셈이다.

사진=삼성화재, 메리츠금융
사진=삼성화재, 메리츠금융

메리츠금융은 지난해 2조13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첫 ‘2조 클럽’에 들어섰다. 국내 5대금융지주사 중 5위인 NH농협금융지주(2조2343억원)를 바짝 추격한 것이다. 특히 메리츠금융은 9년전인 2014년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797.4%나 뛰어오르는 등 남다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금융과 메리츠금융 모두 손해보험사가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하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특히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가 호실적을 뒷받침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기존 회계기준에서는 수입보험료가 주요 수익원이었던 것과 달리 IFRS17에서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이 이익의 핵심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의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나타낸 지표를 뜻한다. 때문에 새 회계제도 도입을 앞두고 10여년 동안 저축성 보험보다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을 늘려 대응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준비를 해온 기업이 높은 성과를 이뤘다는 분석이다.

판도 바꾸는 인터넷은행 ‘거침없는 성장’

비은행 금융그룹이 약진한 만큼 인터넷은행도 눈에 띄는 성장세로 금융지주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비대면 디지털금융의 강점을 앞세워 낮은 금리, 특화상품 출시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몰이를 하고 있다.

우선 시중은행보다 높은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인터넷은행이 가진 막강한 경쟁력이다. 일례로 카카오뱅크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기준 55.3%로 은행권 평균에 비해 16.6%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모임통장, 한달 적금 등 이색 상품에 고객이 몰린 덕분이다. 최근 시중은행 예금이 17조원 감소하는 동안 인터넷은행 예금이 12조원 증가한 것 역시 예대마진을 낮추고 수수료를 내리는 등 경쟁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로 1조30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케이뱅크의 경우 올해 들어 하루 평균 신규고객이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섰다. 올해 초 시작한 온라인 대환대출과 최근 출시한 고금리 적금 등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덕분에 케이뱅크 고객수는 2017년 4월 출범 이후 약 7년 만인 지난달 26일 10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케이뱅크 가입 연령 및 거주지역 분포는 인터넷은행 성장세를 실감케 한다. 지난해 이후 새로 가입한 고객들은 10대 이하, 60대 이상이 30%를 차지하는 등 연령대가 다양해졌고, 지역별로 봤을 때도 서울 21%, 지방자치단체 인구 15~20%가 케이뱅크를 이용하는 등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실시한 연 10% 적금 특판이 하루 만에 선착순 1만좌가 소진되는 등 인기에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21조원, 여신 잔액은 15조원을 기록했다. 이를 토대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수수료 면제, 상품 출시 등 인터넷은행들의 새로운 시도도 금융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분위기다. 토스뱅크의 선이자 지급 예금은 6개월 만에 4조 원이 몰리며 흥행했고, 환전 수수료 무료 통장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KB국민, 신한 등 시중은행들도 뒤따라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양상이다.

그런가 하면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쿠폰 사고팔기’ 서비스는 쓰지 않는 모바일 쿠폰은 팔고 필요한 쿠폰은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이목을 끌었고, 케이뱅크는 미술품 조각투자 청약에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새로운 상품들도 고객 유입에 한몫하고 있다.

안일했다가는...금융지주, 디지털금융 및 비은행 계열 강화 ‘바쁘다 바빠’

비은행 금융그룹은 은행을 보유하지 않고도 오랜 시간 축적된 영업력과 리스크 관리 등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금융권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취급을 받던 인터넷은행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금융권 판도까지 변화시키는 대어로 성장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예금, 대출 등 은행주력 업무서는 인터넷은행에 밀리고, 비은행계열사들은 비은행금융그룹에 밀리는 형국이다. 금융지주사들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지난해 시중은행은 모두 이자이익 증가로 성장했다. 규모에 있어서는 금융지주사 은행이 압도적이지만 판도는 인터넷은행과 나누는 시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때문에 이전과 같은 전략으로 이자장사만 해서는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주력세대로 떠오르는 MZ세대들도 놓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의 추격이 매섭다. 시중은행 자금이 인터넷은행으로 몰려가는 ‘머니무브’ 현상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면서 “낡은 시장 규칙 대신 가성비와 편의를 중시하는 MZ세대를 비롯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과 서비스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비은행 계열사 강화는 금융지주사들의 성장 돌파구로 꼽힌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역대급 이자이익을 올렸지만, 실적의 성패는 비은행 부문에서 갈렸다. 업계 선두인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지주 순이익 중 비은행이 34%로 전년보다 7%p 가량 비중을 높인 영향이 컸다. 반면 신한금융은 비은행 부문 순익이 전년보다 4%p 감소하면서 ‘리딩금융’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경우는 비은행 계열의 자리가 더욱 컸다. 하나금융은 은행 이익으로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까지 제치며 리딩뱅크로 올라섰지만 비은행 비중이 5.5%에 그치며 금융지주 중 3위에 그쳤고, 우리금융은 보험·증권 자회사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캐피탈의 순익이 각각 45.3% 감소, 30% 줄어들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었다.

이렇듯 금융지주 내 경쟁조차 비은행 계열사로 인해 성패가 갈린 가운데 비은행 금융그룹의 독보적인 성장은 금융지주들에 더욱 위협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업계 내에서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성장 전략을 고도화하는 등 그룹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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