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폭등으로 대체제인 딸기 과일음료 찾는 소비자 늘어…“판매 효자 아이템”
사전 매입 통해 다량의 딸기 수급 가능…“경쟁력 확보해 다양한 프로모션 전개”

여의도 한 대형마트 매대에 놓여 있는 딸기.  사진=손규미 기자
여의도 한 대형마트 매대에 놓여 있는 딸기.  사진=손규미 기자

[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 50대 주부 A씨는 대형마트에 들어서자마자 딸기 8800원이라는 가격표가 눈에 확 들어왔다. 웬일로 딸기가 이렇게 저렴하지 하며 들어선 A씨는 순간 한숨이 나왔다. 사려던 딸기는 14개가 들어 있는 한 줄짜리였기 때문이다. 봄하면 떠오르는 제철 과일이라 딸기를 매우 좋아하지만, 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이 부담돼 사려고 할 때마다 상자를 들었다 놨다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기상 이변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과일값이 폭등하면서 딸기도 금딸기라 불릴 만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딸기 100g 소매가격은 1762원으로 2000원대 초충반까지 올라갔던 전월에 비해서는 소폭 떨어졌다. 하지만 평년(1639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딸기 가격은 향후 개학 시기 및 나들이 시즌과 맞물려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르는 게 값일 만큼 딸기 값이 올라가자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은 냉동과일이나 음료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4'에 따르면, 지난해 냉동 과일 수입량은 6만4000t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큰 폭으로 오르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식음료업계를 중심으로 유통가의 딸기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딸기를 즐길 수 있는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딸기'는 유통가에서는 실패하지 않는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다른 과일에 비해 호불호가 적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과일이라는 이미지라서다.

그러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낮고 리스크가 적은 식재료라는 평가다. 이로 인해 매해마다 딸기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딸기를 내세운 메뉴들은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디야커피가 지난해 연말 출시한 생딸기 5종 음료는 출시 20일 만에 40만잔 이상 팔렸고, 폴 바셋의 딸기 시즌 메뉴는 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7만잔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할리스가 출시한 '생딸기 가득 주스' 매출은 전년 대비 145% 늘었고, 투썸플레이스의 주요 딸기 메뉴의 판매량 또한 전년 대비 120%나 증가했다.

또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2024 베리 굿 딸기 페어'의 베이커리 제품은 6주만에 누적 판매량 120만개를 돌파했고, 메가MGC커피의 딸기 시즌 메뉴는 출시 26일만에 누적 판매 약 147만잔을 돌파했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 입맛에 길들여져 있는 경향이 있다보니 기업 입장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딸기처럼 원래 계속 인기가 있거나 친숙한 식재료를 선호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금딸기 대란에도 유통업계가 딸기 마케팅에 집중하고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대다수 업체가 사전 매입을 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업체들은 매년 농가와 사전 공급 계약을 맺는다. 통상적으로 시즌 메뉴를 내놓기 수개월 전에 계약하기 때문에 딸기값이 오르기 전 미리 다량의 딸기를 공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디야커피는 공급량을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매년 협의를 통해 딸기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딸기는 시즌 메뉴 출시 약 2개월 전부터 수급 준비 작업에 들어가며 생과일 특성 상 시즌 메뉴 운영 기간 동안 수시로 공급 받고 제품 검수 후 가맹점에 공급하고 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경남 밀양시에서 생산된 딸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며 "현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급현황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바셋은 직접 개별 농가와 계약거래를 하지 않고 관계사인 상하농원을 통해 딸기를 수급받고 있다. 매년 11월 딸기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농원들과 공급량 및 수매가 등을 협의한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양질의 딸기를 수급하기 위해 특정 농가와의 밭 단위 계약을 맺지 않고 각 지역의 산지 및 공급업체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딸기를 활용한 메뉴가 큰 인기를 끌면서 프로모션 시기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하우스 농법이 발달하면서 딸기 재배와 수확 시기가 빨라진 것도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본래 딸기는 봄이 제철인 과일이나 하우스 딸기의 경우 겨울철인 12~1월이 한창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딸기가 스테디셀러다 보니까 더 많이 팔려면 조금 더 빨리 시작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 같다"며 "딸기 음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고객을 확보하려는 식음료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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