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성 장관 방한…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잇달아 방문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권혁웅 한화오션 대표, 사업장 안내·MRO 경쟁력 적극 설명
韓 MRO 건조역량 확인 및 함정 건조시설 등 점검…美 함정 MRO 수주전 물밑 경쟁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쨰)이 지난 27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앞줄 오른쪽 세 번째)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쨰)이 지난 27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앞줄 오른쪽 세 번째)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HD현대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HD현대와 한화오션이 글로벌 함정 유지·보수·정비(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사업을 놓고 치열한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방한 중인 카를로스 델 토로(Carlos Del Toro) 미국 해군성 장관이 국내 대표 함정 방산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해 각 사업장을 둘러보고 MRO 사업 등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불꽃 튀는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29일 방산업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델 토로 장관은 지난 27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함께 울산 조선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의 함정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직접 소개하고 협력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델 토로 장관은 HD현대중공업 조선 야드(선박 건조장)에 이어 특수선 야드를 방문해 올해 인도를 앞둔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과 신형 호위함 ‘충남함’ 등을 둘러봤다.

같은날 오후 델 토로 장관은 경남 거제에 있는 한화오션 사업장으로 이동해 권혁웅 대표와 함정 사업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델 토로 장관은 권혁웅 대표의 안내로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현재 건조작업이 진행 중인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 한화오션의 대규모 생산설비와 디지털 생산센터, 시운전센터 등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및 첨단 디지털 기술을 선박에 접목한 설비를 둘러봤다.

델 토로 장관의 이번 방한은 국내 조선소의 군사적·상업적 역량을 확인하고 향후 미국 해군 MRO 사업을 포함한 함정 사업과 관련해 한미 협력 가능성 등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본토에서 해군 함정을 MRO하는 물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군함의 MRO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부 물량을 해외 우방국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델 토로 장관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아시아 전역에서 미국 해군함정 수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방한은 미국 해군성이 아시아 수리거점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살펴본 곳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미국 해군함정 MRO사업 수주를 위한 물밑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MRO는 Maintenance(유지), Repair(보수) and Operation(운영)의 약자로 기업에서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직접 원자재를 제외한 소모성 자재와 간접자재를 의미하며 기업소모성자재 또는 기업운영자재라고도 한다. 생산 활동과는 직접 관련이 없지만, 이를 위한 시설의 유지와 보수 등에 필요한 모든 간접 재화와 서비스를 일컫는다. 

지난 2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왼쪽에서 세  번째)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미 해군 MRO사업을 포함한 함정 사업 수행을 위한 시설과 준비사항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지난 2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왼쪽에서 세  번째)의 안내를 받아 함정 건조 현장을 둘러보고 미 해군 MRO사업을 포함한 함정 사업 수행을 위한 시설과 준비사항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최근 전 세계적으로 MRO 사업이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위한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상하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MRO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2년 필리핀에 군수 지원센터를 설립하며 국내 함정 건조업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에 나선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필리핀에서 초계함 2척과 호위함 6척을 수주해 건조 중이다. 14척 해외 함정 수주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를 신청했고, 올해 초에는 야드 실사를 마쳤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3척을 모두 건조하고 있는 등 총 100여척의 최첨단 함정을 건조하며 대한민국 영해 수호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국내 업계 최초로 MRO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근접지원센터 설립 등 해외 유수 국가와 토탈 MRO 솔루션(Total MRO Solution)을 제공하기 위해 MRO와 관련한 적극적인 기술협력 논의를 진행하는 등 함정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화오션은 장보고-Ⅰ,Ⅱ급 창정비 24척과 장보고-Ⅰ급 성능개량 3척을 수행하고 광개토대왕급 구축함 3척 성능 개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또 지난달 한화오션은 독일 방산업체인 가블러(Gabler)와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잠수함 양강마스트 분야 MRO사업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기술협약(SFA·Strategic Framework Agreement)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한화오션과 해군협회는 지난 21일 ‘함정 MRO사업 연구결과에 대한 최종 발표회’를 가졌다. 지난해 10월 한화오션이 해군협회에 용역 의뢰한 ‘한화오션의 함정 MRO사업 추진전략 및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함정 MRO사업은 신조 사업만큼이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하다”며 “해외 함정 수출과 더불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MRO사업 역시 ‘K-방산’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방위력 증강에 힘쓰면서 정비를 해야 하는 함정의 대형화와 일정 연식이 지난 노후 함정 증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함정 정비 사업이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함정 MRO사업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미래에 필연적인 비즈니스로 향후 시장 선점을 노리는 기업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기술의 초격차를 통한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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