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이스타항공·에어인천 등 4곳 인수의향서 제출
본입찰 적격인수자 후보 선정 후 실사 기회 부여…자금 조달 관건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 사진=아시아나항공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s)를 대표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에 대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가 조건부 승인을 내린 가운데 승인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매각을 위한 인수자 물색 작업이 첫발을 내디딘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현재 자체 보유 화물기 8대, 리스 화물기 3대 등 총 11대의 화물기를 운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시기에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2019년 이전에는 1조3000억~1조4000억원 매출을 올렸으며 지난해 1조607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화물사업이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 수준으로 연간 1조원 이상 매출을 꾸준히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인수만 하면 단숨에 국내 항공화물 2위로 올라서는 만큼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은 매각 인수전에 참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매각을 주관하는 스위스 금융기업 UBS는 지난 20일 인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Information Memorandum)와 비밀유지계약서(NDA·Non Disclosure Agreement)를 배포한 상태이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의 예비입찰은 28일 기점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UBS는 앞서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고 운항증명(AOC)을 보유한 자로 입찰 조건을 제한했으며, 화물사업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예비 후보들은 인수의향서(LOI·Letter Of Intent)를 늦어도 28일 오후 2시까지 UBS에 제출해야 했다.

이날 진행된 예비입찰 결과 LCC인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 총 4곳이 관심 이유와 어떤 구조로 인수할 계획인지 등 자금조달과 사업계획서 등을 포함해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자 측이 IM에 세세한 매각안을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인 금액은 명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유럽 4개 노선(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을 이관받는 티웨이항공은 화물사업부 인수전엔 불참했다. 또 다른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에어로케이항공은 예비입찰에는 불참했지만, 본입찰 참여 의사를 열어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각자 측인 대한항공·KDB산업은행은 입찰 결과를 살펴 본입찰 적격인수자 후보(숏리스트·Short list)를 선정한 후, 이들에게만 본 실사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수주 동안 기업 실사를 진행하고 올해 상반기 중 입찰 절차를 마무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마칠 전망이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은 늦어도 오는 10월 전까지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분리매각 준비를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한항공은 EU로부터 매수자 적격성 등을 추가 판단받은 뒤 그 결과에 따라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이번 딜은 내년까지 매각 대금을 모두 납입한다는 조건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매각 가격은 5000억~7000억원 사이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가격은 입찰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나겠지만, 현재 보유 중인 부채 1조원까지 감안하면 최종 인수액은 1조5000억~1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또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대다수가 30년 이상 된 노후 기종이라 인수하는 기업은 향후 대규모 투자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예비입찰을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들을 살펴보면 현재까지 애경그룹이 뒷받침하는 제주항공이 자금력과 항공산업 지배력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1조5000억원 수준의 매출로 국내 LCC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대의 화물 전용기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약점은 자금력이다. AK홀딩스는 계열사 지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총 2만1653톤의 화물량을 기록했으며 월 평균 2406톤의 화물을 수송한 경험이 강점이다. 화물사업이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화물사업 분야에서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여파 당시 화물사업 항공운항증명(AOC)이 정지돼 재취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화물 전용 항공사인 에어인천은 화물 운송량에서 경쟁사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 2만243톤의 화물을 운송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운송량의 7.2% 수준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의 인수 경쟁에서 이기려면 결정적인 요소로 자금력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독자 인수에 나서기엔 현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만큼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나 전략적 투자자(SI·Strategic Investor)를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지 여부가 승부를 결정지을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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