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28일 ‘취임 100일’ 안정적 경영행보 중
리딩금융 수성 및 상생금융 실천…글로벌 경쟁력 강화 최대 과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8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진=KB금융그룹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28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사진=KB금융그룹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리딩금융을 이끌고 있는 만큼 그의 앞에 놓여 있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양 회장의 100일과 앞으로의 과제를 조명한다.

지난해 11월 21일 노란 넥타이를 메고 취임사를 한 양 회장이 28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윤종규 전 회장의 배턴을 이어받은 양 회장은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양종희호(號)’의 닻을 올렸다.

양 회장은 취임 후 KB금융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권 최대 규모인 상생경영 실천은 물론이고 실적으로도 KB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KB금융은 지난해 연간 누적 당기순이익 4조631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5% 높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신한금융그룹에게서 리딩금융 왕좌를 탈환한 데다 타 금융지주들이 상생금융비용으로 실적이 줄줄이 감소한 가운데 유일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다만 양 회장 취임시점을 감안하면 아직 한 개 분기 순익도 온전히 내지 못한 만큼 ‘양종희의 KB’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내 시장을 수성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현안을 해결하고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양 회장이 지난 100일 동안 열심히 뛰어온 길과 그의 앞에 놓인 길을 리딩금융, 상생금융 및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봤다. 

지난해 11월 21일 취임식 당시 양종희 KB금융 회장. 사진=KB금융
지난해 11월 21일 취임식 당시 양종희 KB금융 회장. 사진=KB금융

리딩금융 : 수성 위한 노력과 과제

그룹의 수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이다. 특히 양 회장은 ‘리딩금융’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내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양 회장은 비은행계열사 강화 의지를 드러냈으며, 임직원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한 슬림하고 신속한 체계를 구축하고 주주환원정책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양 회장은 이미 올해 신년사에서 “계열사별 성장전략을 재정비하고 비은행 계열사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다.

지난해 KB금융은 신한금융에게서 ‘리딩금융’ 타이틀을 되찾아 오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비은행 계열사를 더욱 성장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2%로 4대 금융그룹 중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해 KB금융은 실적 중 은행이 전체의 66%, 비은행이 34%를 차지하는 등 고른 성장률을 보여주면서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잘 키워내고 있음을 입증했다. KB국민은행 순이익이 전년보다 8.9% 증가한 가운데 KB증권 107.5%, KB라이프 88.7%, KB손보 35.1% 등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준 점도 괄목할 만하다.

다만 주요 계열사 중 업계 1위가 없다는 점은 양 회장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리딩금융인 만큼 이에 걸맞는 리딩 계열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자장사 등 비판에 따른 은행 이자이익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비은행 부문 강화는 리딩금융 수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취임 후 임직원들과 소통 강화로 슬림하고 신속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양 회장은 기존 부회장직제를 폐지하고 10부문 16총괄 1준법감시인 체계를 3부문 6담당 1준법감시인으로 슬림화했다. 윤 전 회장 체제에서 3인의 부회장과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이 10개 부문을 총괄해 이들만 참석하는 부문장 간담회가 이뤄진 것과 달리 3개 부문장과 6개 담당자가 양 회장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통해 한층 효율적이고 직관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 특히 “회의를 위한 회의는 하지 않겠다”는 양 회장 의지로 회의 형식과 분위기도 바뀌면서 더욱 활발한 소통과 이를 통한 효율적 경영체계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양 회장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7일 이미 지급된 분기배당금 1530원을 포함한 총 3060원의 주당배당금을 결정했다. 이는 전년보다 4% 증가한 수준이며, 3200억원 수준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결정하면서 주주가치를 높였다. 주가 흐름도 좋은 상황이다. 양 회장 취임일인 지난해 11월 21일 5만4100원이었던 KB금융 주가는 이달 27일 종가 기준 6만2400원으로 확연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다만 리딩금융 수성을 위해 양 회장은 국내외 리스크 등에도 잘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은 국민은행이 전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8조원 규모를 판매했으며, 지난달부터 가입상품들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원금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손실 배상 여부에 따라 실적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이에 더해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등 리스크 현안이 적지 않은 만큼 양 회장의 경영능력이 빛을 발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사랑의열매 희망나눔 캠페인’ 기부식에서 양종희 회장(오른쪽)은 1호 법인 기부자 대표로 이웃사랑 성금 200억원을 전달했다. 사진=KB금융
지난해 12월 열린 ‘사랑의열매 희망나눔 캠페인’ 기부식에서 양종희 회장(오른쪽)은 1호 법인 기부자 대표로 이웃사랑 성금 200억원을 전달했다. 사진=KB금융

상생금융 : 양종희 회장의 꾸준한 진심

양 회장의 주력 키워드는 단연 상생금융이다. 양 회장은 취임사에서부터 상생 경영을 강조했다. 양 회장은 취임사에서 제시한 4가지 경영방향 중 가장 먼저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기업도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고객과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전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KB가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영역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리딩금융그룹으로서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사회와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KB의 경영 패러다임을 경쟁과 생존에서 ‘상생과 공존’으로 전환하고, 경영전략으로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제시했다. 워크숍에서도 양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금융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역할을 찾는 것이 KB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취임 후 첫 대외 일정이 ‘사랑의열매 희망나눔 캠페인’ 기부식이었을 정도다. 지난해 12월 열린 행사에서 양 회장은 1호 법인 기부자 대표로 이웃사랑 성금 200억원을 전달했다. 이는 전년도 기부액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양 회장의 ‘상생금융’에 대한 의지는 상생금융 확대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며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약 7조4000억원의 사회적 금융을 신규 공급했다. 서민금융상품과 저금리대환대출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이뤄졌으며, 사회공헌 및 지역사회 투자를 통해 약 3000억원을 지원했다. 은행권 공동 민생금융지원에도 참여 은행 중 최대 금액인 3721억원을 투입했다. 민생금융은 공통 프로그램인 이자 캐시백 3005억 원과 자율 프로그램 716억 원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특히 지난해 말 이뤄진 조직개편에도 양 회장의 ‘상생금융’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기존 ESG본부를 KB금융그룹의 상생금융을 총괄하는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양 회장은 첫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후 “이번 조직개편에서 지주 및 은행의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으며, ESG를 금융 비즈니스 자체에 구현,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고객과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을 활용해 고객의 금융거래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고객 자산 보호 및 금융사고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취임 100일 동안 상생금융에 열일행보를 보인 만큼 앞으로도 양 회장 체제에서 각계각층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상생금융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3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피텔 호텔에서 개최된 KB프라삭은행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은 개회사를 통해 현지 성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사진=KB금융
지난 23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피텔 호텔에서 개최된 KB프라삭은행 그랜드 오프닝 행사에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앞줄 왼쪽에서 일곱 번째)은 개회사를 통해 현지 성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사진=KB금융

글로벌 경쟁력 강화 : ‘탑티어’는 최대 과제

윤종규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퇴임을 앞두고 “KB금융이 글로벌 탑티어에 낄 수 있는 금융회사가 돼야 한다”고 후임인 양 회장과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국내 리딩금융 수성도 중요한 일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탑티어로 도약하는 그룹의 목표는 양 회장 임기 중 최대 과제로 꼽힌다. 실제 KB금융은 덩치에 비해 해외 부문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단적인 예로 그룹 글로벌 순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KB국민은행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중국과 캄보디아 현지은행 두 곳에서 각각 251억원, 1173억원 등 순익을 거둔 가운데 신한은행은 중국 353억원, 카자흐스탄 447억원, 일본 921억원, 베트남 1847억원 등 순익을 올렸다.

글로벌 사업 부문 강화를 위해 양 회장은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부문’을 지주 전담조직으로 전환하고 조직도상에서도 가장 앞단에 배치했다. KB금융의 전략적 목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캄보디아 시장에서 본격적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 캄보디아 자회사인 ‘KB프라삭은행’의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열었는데, 양 회장은 직접 개회사에 나서 “캄보디아 내 지역간 균형 발전 그리고 상생과 공존의 레시피로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고 함께 성장하겠다”며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최적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캄보디아 국민의 ‘평생 금융파트너’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KB프라삭은행은 캄보디아 4위 규모의 상업은행으로 190여개 영업 네트워크와 5000여명이 넘는 영업 인력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 확보와 QR 페이먼트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적극 추진해 선두 은행과의 격차를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KB의 선진 디지털 역량을 내재화해 캄보디아 금융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의 정상화도 양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양 회장 역시 취임 당시 부코핀은행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을 정도다.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순손실 규모는 958억원이다. 최근 5년간 인수 및 정상화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한 KB금융은 부코핀은행에 대해 부실채권 매각과 자회사 구조조정, 계약구조 개선 작업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 회장은 “전반적인 지배구조, 방향성, 비용절감 측면에서 틀을 잡고 있다”며 “영업력 강화와 IT(정보기술) 시스템 구축 등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양 회장이 이끌고 있는 KB금융에 대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은행업과 비은행 사업을 아우르는 사업 다각화 수준이 타 금융지주사 대비 높다고 판단한다”며 “주요 자회사인 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 은행이며 증권사,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의 비은행 자회사들도 해당 산업 내에서 주요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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