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 급등·중국산 수입 증가·일본 덤핑 판매로 실적 악영향
휘청이는 주요 철강사, 생존 위해 가격 인상 요소 반영 강력 요구
조선업계와 상반기 가격 협상서 팽팽한 줄다리기 예상…타결 난항 전망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사이에 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협상을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중이다. 철강사들은 조선업계 등에 대한 가격 양보는 끝났다며 올해는 반드시 ‘인상’을 이끌어내겠다고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2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포스코(별도 기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830억원으로 전년(2조1200억원) 대비 9.2% 감소했다. 연결 기준 현대제철 영업이익(8073억원)은 전년(1조6165억원) 대비 50.1%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만 살펴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지난해 분할 출범한 동국제강까지 영업이익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영업이익(포스코 2630억원, 현대제철 -2201억원)은 포스코가 전기 대비 63.8% 감소했고 현대제철은 적자로 돌아섰다.

동국제강(별도 기준)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1226억원, 영업이익 786억원, 순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 4.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5.5% 감소했으며 순이익도 25.9% 감소했다. 지난해 6월 1일 분할 출범 일자를 기준으로 당해 누적 실적은 매출 2조6321억원, 영업이익 2355억원, 순이익 1422억원이다. 지난해  신설법인으로 전년 비교는 없다. 

철강업계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인해 전체적인 실적 둔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4분기 영업이익이 악화됐다는 평가다. 같은해 12월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특이한 상황으로 인해 월간 기준으로는 실적이 가장 좋지 않았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제품 생산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6월에는 톤당 103.89달러(13만8308.76원)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 말 기준 133.67달러(17만7954.87원)로 치솟는 등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업계는 올해 1분기에도 쉽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자동차와 조선업에 납품되는 후판의 수익성도 높지 않아 후판 가격의 인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수입산 철강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먼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한국 철강업계에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리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이 시작된 이후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더딘 경제 성장을 보이며 경색된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자 내수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과잉 생산된 철강재를 한국 시장에 저렴하게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원화(₩) 대비 엔화(¥) 값이 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역대급 슈퍼 엔저(円低) 현상(엔화 가치 약세)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덤핑(dumping)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본 철강회사들은 내수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한 물량을 저가 수주로 처리해 내수 가격을 방어하고 있다.

더욱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미·중 공급망 갈등 속에 일제히 제철 자립에 나서면서 철강재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가 산업의 쌀인 철강을 자국에서 수급하겠다는 청사진 하에 철강재의 원재료인 조강(고로에서 뽑아낸 쇳물)의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철강재 수출 물량의 20%가량을 동남아시아로 수출해온 포스코, 현대제철을 비롯한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이다.

이미 철강업계에서는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을 통해 후판 가격 인상을 뜻을 밝힌 바 있다. 

냉연제품. 사진=현대제철
냉연제품. 사진=현대제철

포스코는 지난달 31일 열린 2023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내에 월별로 단계적 가격 인상 계획을 갖고 있다”며 “타 제품의 경우도 업계 상황을 고려해 그동안 반영하지 못했던 원료 가격 인상을 반영하기 위해 고객사와 인상폭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가 변동, 전력비 상승, 가공비 부분에 있어 아주 큰 부담이 있었다”며 “원자재가 상승분 외 가공비 부분 증가분도 판가에 반영하는 쪽으로 해 자동차사들과 협상을 추진 중이다. 합리적인 가격 수준으로 합의해 안정적 수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후판 가격을 두고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협상을 한다. 각 업계 1위인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이 협상을 완료하면 나머지 철강업체와 조선업체들이 따르고 있다.

선박 제조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조선사의 수익성은 낮아진다.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은 ‘소폭 인하’로 귀결됐다. 국내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 후판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톤당 100만원 수준에서 90만원 중반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결국 수요처인 조선업계가 후판값을 인하해야 한다며 ‘몽니’(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를 부리면서,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 무너진 셈이 됐다.

이벤에는 철광석 가격 및 산업용 전기료 상승 등으로 생산원가가 상승했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으며 조선용 후판 등의 가격 인상 요인이 명확한 만큼 철강업계가 조선업계에 후판 가격 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조선업계의 위기로 인해 상생 차원에서 수차례에 걸쳐 가격인하를 해준 만큼 이번에는 철강업계의 요구대로 가격을 올려야 할 시기”라며 “이번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한 가격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철강업계의 위기가 가속화될 수 있고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경쟁력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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