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생금융 후속조치…은행권 이자 캐시백·소상공인 대환대출 등 지원
폐업 소상공인 최대치 등 악화일로…“일회성 정책으로 실효성 없다” 지적

26일 ‘상생금융 분야 민생 토론회 후속 조치 계획’ 발표 및 중소기업벤처부의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 전환 프로그램 실시 등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상생금융 분야 민생 토론회 후속 조치 계획’ 발표 및 중소기업벤처부의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대출 전환 프로그램 실시 등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위한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권까지 동참해 취약층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부터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금융지원은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며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6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상생금융 분야 민생 토론회 후속 조치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공개된 취약층 이자 부담 경감과 신용 회복 지원안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한 것이다.

앞서 은행권은 소상공인 등 취약층의 금융 부담을 줄여주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이자 캐시백 형태 지원안을 내놨고, 이 중 1조3600억원이 187만명에게 집행됐다. 나머지 1400억원은 올해 이자 발생분에 대해 분기별로 환급되며, 은행권이 이자 캐시백과 별도로 자체적으로 준비 중인 6000억원 규모의 서민 등 취약계층 지원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3월 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재정을 통해 금리 5~7%의 중소금융권 대출을 받은 차주 40만명)에 대한 총 3000억원 규모 2금융권 캐시백은 3월 말부터 실시돼 연내 모두 집행된다.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5% 이하로 낮추는 대환대출 프로그램도 1분기 중 대상을 확대하고 혜택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취약층 재기를 돕기 위해 금융권의 연체 이력 정보 공유·활용을 제한키로 한 조치도 3월 12일부터 시행하며, 금융지원과 고용·복지 제도를 연계한 ‘서민금융 종합 플랫폼’을 6월부터 운영하고 연체자를 보호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을 10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행정조치를 통해 이행할 수 있는 과제들은 당초 계획된 일정에 따라 신속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금융권·통신업계 등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하거나 시행령 제정이 필요한 과제는 세부방안에 대해 조속히 협의하고 전산개발 등을 거쳐 차질없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도 소상공인의 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저금리 대출 전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이나 만기연장이 어려운 대출의 금리를 연 4.5%대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연 4.5% 고정금리에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대환되며 동일사업장 1곳당 최대 5000만원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사업에는 5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중기부는 이를 통해 1만~1만5000명의 소상공인이 금리 경감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실효성 부족’ 지적 왜 나오나

정부는 이같은 금융지원 정책들을 통해 취약층 재기를 돕고, 이들이 경제적으로 자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및 경기 침체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에 이자 캐시백, 대환대출 등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발발 이후 정부의 각종 지원이 이어졌고 은행의 대출 상환 및 만기 유예 등 조치가 뒤따랐지만, 소상공인들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란우산 폐업 사유 공제금 건수는 전년 대비 20.7% 증가한 11만1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이며, 공제금 지급액 규모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상황이 이어진 2020~2022년에 매년 7300억원, 9000억원, 9700억원 등으로 증가한 것이 지난해에는 1조2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란우산 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들이 생활 안정과 사업 재기를 위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제 제도로 상인들의 퇴직금으로 불린다. 때문에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건수와 규모는 폐업 등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빚의 규모를 보더라도 이자 캐시백, 대환대출 등으로 해결되기 힘든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양 의원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서 받은 자료를 6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7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4% 증가했다. 지난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소상공인들 대신 갚아준 은행 대출이 1년 전과 비교해 3.4배 늘어난 것이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악화일로인 경영 현실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소상공인 9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신년 경영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 4명 중 3명(74.8%)은 올해 경영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7.2%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8.0% 정도였다.

이렇게 답한 이유는 주목할 만하다. 응답자들은 경영 악화를 예상하는 이유로 경기 악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71.2%)을 꼽았고, 부채 증가 및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56.8%), 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55.8%) 등을 언급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저금리 대환대출, 이자환급 등 정책금융 등을 펼치고 있지만 일회성 정책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종 정책금융과 전기요금 감면 등 혜택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상인들의 상업활동을 지원하는 형식의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내수 활성화를 위한 소비 촉진을 통한 업계 활성화가 필요하며, 대출 이자 혜택보다는 대출 상환기관이나 대출프로그램에 대한 개선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인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방침에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은행권이 거액을 투입해 민생금융지원에 나섰고 정부 차원에서도 각종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회성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이자 캐시백은 물론이고 에너지지원금 지원 등에 대해 적지 않은 소상공인들은 “지속성이 없다면 일회성 지원은 생업을 이어가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색내기용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등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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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신용점수가 낮고 대출 애로가 있는 이들에게 혜택과 지원이 집중되는 데 대해 성실하게 상환하고 열심히 장사하는 사람들만 힘든 상황이란 성토도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 대상 지원 정책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중기부 대환대출 나도 이용하고 싶다. 그런데 같은 조건인데도 그동안 빚을 잘 갚아서 신용점수 높아 이용 못한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열심히 살수록 손해보는 게 소상공인인 것 같다”, “성실하게 일하고 빚 갚았는데 고금리 대출 받고 상환이 어려운 사람들만 도와주나요”, “핀셋 지원도, 제대로 된 현장 조사도 없는 전형적인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전체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면서 “일반 시민들 역시 소상공인만 어려운 게 아니라며 기울어진 혜택에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여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총선용 정책,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는 금융지원 등 일회성 정책에 그치기보다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활성화 등 한층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은행, 소상공인 경영 악화 및 상생금융 여파에 전전긍긍

현재와 같은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에 대한 우려는 다른 곳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다름 아닌 은행권이다. 은행들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대출에 대한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이고,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상생금융 역시 반복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은행권에도 소상공인 경영악화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은행권이 자영업자들에게 내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로 처리한 금액은 1년간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달 초 금융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3분기까지 20개 은행들이 상각한 개인사업자 대출 관련 부실채권은 총 9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0% 늘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외부 기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상각은 은행이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우고 손실로 처리한 것이다. 은행이 회수를 포기할 만큼 차주들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1513억원, 우리은행 1351억원, KB국민은행 1168억원, IBK기업은행 1030억원, 신한은행 1028억원, NH농협은행 924억원 등으로 개인사업자 부실대출 상각금액은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도 은행권에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 폭탄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한다. 연장 및 유예조치를 통해 숨통이 트이고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차주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일찍이 조치가 취해졌어야 할 상당수의 부실 대출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잠재 리스크로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상환 만기연장 및 유예 등 규모를 감안하면 부실대출에 대한 잠재된 위험은 더 클 수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금리 기조 하에 여신 건전성 악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생금융지원의 지속성도 은행권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시중 은행들은 지난해 윤 대통령의 ‘이자장사’ 지적 후 6000억원 이상의 상생지원방안을 내놨고, 하반기에도 ‘은행 종노릇’ 비판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지원에 나섰다. 어려운 시기에 고금리로 높은 이자수익을 올린 만큼 사회에 적극적인 환원을 하겠다는 취지지만, 상생금융 비용처리로 실적이 주저앉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만큼 은행권 상생금융지원이 매년 반복되는 상황은 은행으로선 난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도 상생금융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데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상황 역시 경기 침체, 소비위축 등으로 악화일로여서 은행들의 금융지원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횡재세 도입이 정치권에서 불거졌던 만큼 비슷한 성격의 상생금융지원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 상생금융 방식이 금융거래 혜택 제공에서 수익 중 일부를 환원하는 등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 등도 은행들의 상생금융 반복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경우 은행들의 주주환원정책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할 수 있으며, 주식저평가, 외국인 자금이탈 등 경영 면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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