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얼마 전 기자는 동료와 함께 여의도의 유명 수제버거집을 방문했다. 키오스크에 다가가 먹고 싶은 메뉴를 담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려는데 무슨 일에선지 화면이 넘어가지 않았다. 같이 있던 동료는 화장실에 가서 곁에 없고 혼자 무엇이 잘못됐는 줄 몰라 한참을 허둥거렸다. 보기에 안됐는지 가게 점원이 다가와 토핑 담는 순서가 틀리다며 주문방법을 다시 설명해주었다. 계산을 다 하고나니 10분 가까이 시간이 소요됐다. 피크타임 때였으면 뒷사람에게 얼마나 눈치가 보였을까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일상이 디지털화되면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매장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층이야 기기를 잘 다루는 환경에서 태어났으니 키오스크를 손쉽게 다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직접 생활을 해보니 마냥 그렇지도 않다. 간편하고 효율적이지만 생략된 정보가 많고 점원이 직접 응대하는 것에 비해 정확도 또한 떨어져서다. 토핑을 고르는 순서를 주문대에서 바로 들었다면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기 위해 10분여의 시간을 낭비하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MZ세대에 속해 있는 기자도 그랬는데 노년층이라면 오죽할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활성화로 키오스크는 우리 생활의 일상이 되었지만, 편리해지는 만큼 시니어의 소외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대수는 지난 2019년 18만9951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로 3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카페, 음식점 등은 같은 기간 동안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약 16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디지털재단이 발표한 '디지털 역량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65~74세의 29.4%만이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75세 이상의 키오스크 이용률은 13.8%에 불과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55세 미만의 이용률은 94.1%에 달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와 같이 연령별 디지털 격차를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이 유통업계다. 패스트푸드점과 카페를 중심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힘들다. 최근에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이 유통업계에 안착하면서 MZ세대와 시니어 간의 정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스마트 오더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고 주문자가 매장에서 수령하는 구매방식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를 들 수 있다. 근래 들어 유통업계는 자사 앱을 강화하며 고객을 유인,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가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그 속에서 자연히 배제되고 있다.

나이 90을 바라보는 친할머니와 함께 외출을 한 적이 있다. 스타벅스 앱에서 사이렌 오더를 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를 받았더니, 할머니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즘에는 다 이렇게 한다고 내가 말하자 할머니는 "그래? 노인네가 뭘 아나. 줄 서서 살 줄 이나 알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노인 소외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고령층 특화 서비스에 힘을 주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권을 들 수 있는데, 시중 은행들은 고령층의 금융 소외 완화를 위해 '시니어 특화 점포'를 오픈하고 있다. 은행권은 상생금융을 위해 앞으로도 시니어 특화점포를 늘려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유통업계는 일부 기업이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거나 노령층 친화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미미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에 따라 고령 인구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유통업계 또한 노인 소외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전도 중요하지만 배려도 필요하다. 이에 대한 고민도 유통업계에 필요한 때다. 

손규미 기자
손규미 기자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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