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신작에 연이어 법적 제동…“장르 유사성에도 허용범주 아냐”
넥슨, 자사 기술력 유출 의혹 ‘다크앤다커’ 놓고 크래프톤과 분쟁 눈앞

다크 앤 다커 홍보 이미지. 사진=다크 앤 다커 홈페이지 갈무리
다크 앤 다커 홍보 이미지. 사진=다크 앤 다커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워치= 정호 기자] 게임업계 맏형인 엔씨소프트·넥슨과 후발주자인 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의 저작권을 사이에 둔 신경전이 첨예하다. 동시에 창작과 모방 사이에 모호했던 게임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확립할 수 있는 선례가 마련될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최근 엔씨가 신작 MMORPG ‘롬(ROM: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의 카카오게임즈와 개발사 레드랩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및 공평교역법 위반 소장을 제출했다. MORPG 장르가 가지는 공통적·일반적 특성을 고려해도 게임 내 콘셉트, 주요 콘텐츠,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의 유사성이 자사의 ‘리니지2’와 크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엔씨는 일명 ‘리니지라이크’라고 불리는 리니지 시리즈 특유의 ‘과금모델(BM)’에 대한 콘텐츠 보호를 본격화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엔씨는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높은 유사성을 이유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다.

리니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을 받은 회사는 웹젠도 마찬가지다. 엔씨는 지난해 8월,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법적 공방에서 승소했다. 엔씨 입장에서는 회사 내 지식재산권(IP)과 게임 콘텐츠의 개발 성과에 대한 도용과 불법 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은 최초 선례를 마련한 셈이다.

비록 엔씨는 승소를 거뒀지만, 연이은 소송을 두고 업계에서는 오히려 게임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23일 롬 공식카페에게 게재된 신현근 레드랩게임즈 PD 명의의 입장문은 “개발 단계에서 이미 법무 검토를 진행했으며 일반적인 게임 UI 범주 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엔씨소프트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 부분은 ‘통상적인 게임의 디자인’ 범위 내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엔씨 관계자는 “법무팀과 외부 감사 등 검증을 거친 결과, MMORPG가 가지는 장르적인 공통·일반적인 특성을 보더라도 허용하기 어려운 범주 내”라고 반박했다.

(좌)리니지W, (우)롬 게임 화면. 사진=엔씨소프트
(좌)리니지W, (우)롬 게임 화면. 사진=엔씨소프트

넥슨과 크래프톤 또한 저작권을 두고 ‘상도덕’ 논란에 휩쌓였다. 문제는 크래프톤이 넥슨의 기술력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회사와 손을 잡으며 본격화됐다.

넥슨은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 P3’ 데이터와 인력을 빼돌려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는 의혹과 함께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소송 및 가처분을 신청했다. 소송의 쟁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이며, 이에 아이언메이스는 영업방해 혐의로 맞불을 놓았다.

크래프톤은 아직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해 8월 ‘다크앤다커의 모바일’의 글로벌 라이선스를 독점 확보했다. 크래프톤이 아직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회사와 계약을 맺으며 재판 결과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게임 개발에 대해 고유 역량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는 이유에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에서는 향후 성장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규모로 팀을 꾸려 개발에 매진하는 경우가 있다”며 “판결 결과로 앞서 개발했던 게임 기술력이 쉽게 유출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대형 게임사에서만 통용되는 문제가 아닌,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중소 규모 게임사가 소송 결과에 따라 기술력이 쉽게 유출되는 잘못된 ’개발 관행‘까지도 자리 잡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는 법원이 넥슨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수원지법 민사31부(김세윤 부장판사)는 다크앤다커의 배포가 금지되면 아이언메이스의 금전적인 손해가 막심하다는 이유에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동시에 아이언메이스가 제기한 ‘영업방해 가처분 신청’ 또한 기각했다. 넥슨은 가처분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본안 소송인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도 카카오게임즈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며 게임업계 전반의 ’저작권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게임업계가 성장을 위해 맞닥뜨려야 하는 통과의례가 찾아왔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여러 산업군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만큼 저작권 분야에서는 다소 미진했던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게임업계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확립될 수 있는 일종의 ’성장통‘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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