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열풍에 재출시 조짐…파트너사 팔도 “결국 불발”
“입소문에 단기간 판매량 높겠지만, 인지도 상승은 어려울 것” 판단

매운콩라면 제품 사진. 사진=루리웹
매운콩라면 제품 사진. 사진=루리웹

[뉴스워치= 정호 기자] 빙그레 ‘매운콩라면’의 재출시가 무산됐다. 해당 제품은 지난 2021년 12월 재출시 가능성이 포착되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3년이 흐른 현재 결국 재출시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다.

지난 23일 빙그레 파트너사인 팔도 측에 문의한 결과, 제품 출시는 결국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팔도 관계자는 “당시 관련 논의가 오갔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제품 생산을 검토하는 과정 중 결국 무산됐다”고 말했다.

무산된 주요 배경으로는 라면 고유의 ‘각인 효과’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라면 시장은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라면 4사가 점유율 96%를 차지하고 있다. 라면이 주식인 쌀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부식인 만큼 특정 라면의 브랜드 인지도를 추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욱이 호기심에 제품을 출시해도 순간적으로 판매량은 높겠지만, 이미 수요가 고착화된 국내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비자들의 머릿 속에는 ‘매운맛’이라면 신라면·진라면 매운맛 등으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며 “재출시를 원하는 제품들은 매니아층의 수요만 기대할 수 있기에 지속적인 판매량을 내다보긴 힘들다”고 밝혔다. 결국 빙그레의 라면 시장 재진입에 대해서는 현재로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앞서 1986년부터 2003년까지 빙그레는 프리미엄 라면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했다. MSG(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뉴면’과 컵라면 중 최초로 용어 표기를 적용한 ‘캡틴’ 등으로 시장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 중에서도 1998년 출시된 매운콩라면은 팜유 대신 콩기름을 사용한 점이 화제를 모으며 출시 첫 달 만에 500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달성했다. 라면업계 꼴찌였던 빙그레가 1986년 첫 라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후 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던 농심 ‘신라면’에 도전하는 야심작이었다.

매운콩라면의 높은 단기 실적에 업계 1위인 농심은 ‘콩라면’이라는 신제품을 맞수로 내놓으며, 두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운콩라면의 흥행에도 빙그레는 연간 30억원대 적자를 개선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2003년 빙그레가 라면 사업을 정리하면서 빙그레라면 또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매운콩라면의 재출시는 2020년 특허청에 출원된 ‘매운콩라면’ 상표권으로 재점화됐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빙그레의 라면 사업 부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빙그레 매운콩라면’ 상표의 최초 출원일은 2020년 2월이며, 이듬해 ‘매운콩라면 B빙그레’를 비롯한 상표 2건이 추가 출원됐다. 당시 빙그레는 라면 사업 재개가 아닌, 일시적인 브랜드 마케팅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사업으로 재개하는 수준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콜라보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상표권 출원은 라면 사업보다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레트로(복고) 마케팅의 연장선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 ▲롯데칠성음료 ‘레쓰비’ 레트로 패키지 도입 ▲오리온 스낵 ‘와클’ 재출시 ▲팔도 음료 ‘뿌요소다’ 재출시 등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빙그레가 라면 사업을 전부 철수한 상황이기에 재출시 제품 제조는 팔도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면 빙그레가 판매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2월 경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아직까지 별도의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라면 사업을 정리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며 기존 ‘메로나’, ‘바나나맛 우유’ 등의 캐쉬카우가 빙그레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이미 라면 사업에서 철수한 지 20년이 넘어가고 있는 걸 볼 때, 재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