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또 3.50% 동결…변화 감지되나 물가 및 부채 불확실성
美연준 6월 인하 전망 속 이르면 7월 한은 기준금리 인하 예측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현재 기준금리 연 3.50%를 동결했다. 물가 안정 및 가계부채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현재 기준금리 연 3.50%를 동결했다. 물가 안정 및 가계부채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돌아다녀보면 코로나19때보다 상점 상황이 가히 좋지 않고, 건물 임대는 더 많아진 것 같다. 실제로 느끼는 경기가 엉망이다”

“물가 안정이 되기는 하는 건가? 서민들만 죽어난다”

“경제가 살아야 모든 게 움직이는데 고금리·고물가 행진, 큰일이다”

요즘 경제 관련 뉴스들에는 여론의 이같은 탄식이 따라붙고 있다. 시장 금리가 최고점일 때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금리는 여전히 높고 물가 역시 안정을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는 증가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실정들이 맞물리면서 한국은행도 쉽게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벚꽃과 함께 찾아올 것이라던 금리인하의 핑크빛 전망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새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연 3.50%를 동결했다. 지난해 1월부터 1년 넘게 같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지난 2020년 3월 16일, 경기침체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고, 0.75%의 기준금리는 두 달 만인 같은 해 5월 28일 0.50%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9번 동결이 이어지다가 2021년 8월 26일 15개월 만에 0.25%p를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가동했다. 이후 2021년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가 올랐고 지난해 2월부터 동결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건 가계부채와 물가, 경제성장률 등 갖은 요소들이 아직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화정책의 첫째 목표가 되는 물가 안정 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목표인 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3.2%)까지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1월 2.8%로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불확실성은 높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압력 약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위험)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지고 농산물 등 생활물가도 여전히 높다”며 “당분간 물가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꺾이기는커녕 연초 대환대출 서비스 흥행 등 여파로 늘어나는 모습이라 한은으로서는 서둘러 금리를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또 미국(5.25∼5.50%)과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2.0%p)라는 점을 고려해서도 한은이 연방준비제도보다 앞서서 금리를 낮추기 힘들다. 자칫 외국인 자금 유출 및 환율 불안 등 악영향이 잇따를 수 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경기 상황 속에서 경제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3%였다. 세계 경제 호전에 따라 성장세가 회복될 거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한은은 이보다 보수적인 수치로 2.1%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한은은 ‘2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GDP성장률을 2.1%로 예측하며 3개월 전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내수회복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수출이 양호한 증가세로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다만 수출과 내수 간 격차는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고, 건설투자도 부동산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금상승과 물가둔화로 가계 실질소득은 개선되고 있지만 가계 부채 규모가 크고 원리금 상환 부담 등에 따른 소비 개선 속도 둔화 등도 걱정거리다. 김 부총재보는 “고금리·고물가에 내구재, 비내구재 모두 위축됐다”며 “핵심 소비연령층인 30~40대가 가계부채 증가세로 소비 제약을 받고 있는 점도 민간소비 전망치를 낮춘 것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은은 당분간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애초 미국 연준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봄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한은 입장은 그렇지 않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다시 올릴 수도 없는 입장이다. 금리 부담이 더 커질 경우 태영건설과 같은 부동산PF대출 부실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고, 소비 위축으로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2.1% 달성도 더 멀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시장의 시선은 동결이거나 인하를 향하고 있는데 한은으로선 당분간 인하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향후 6개월간 금리 인하 논의가 어렵다고 언급한) 지난해 11월과 이번 2월 경제전망의 차이가 크게 차이가 없어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며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반기 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5월 전망 시 (물가수준 등)수치를 보고 하반기(인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시장의 기대를 일축했다. 

2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새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22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새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연합뉴스

다만 금리 인하를 향한 긍정적인 시그널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은 금통위의 금리 전망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경제 상황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함께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중 한 명이 사상 처음으로 ‘3개월 후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중 한 명이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서 물가 압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내수 부진에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설명했다. 해당 위원을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은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문구도 바뀌었다. 지난달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이란 언급이 있었는데,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문구가 사라졌다. 이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문구 대신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담겼다. 의결문은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데다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나왔다.

이같은 변화 영향을 받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0.06%p 하락한 연 3.342%로 마감했다.

그런가 하면 금리 인하의 시계는 한은 예상보다는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더욱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체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하 후 한은이 하반기부터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론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은 미 연준이 오는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21일(현지시간) 낸 미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연준이 6월 기준금리를 현 5.25∼5.50%에서 0.25%p 인하한 뒤 연내 총 0.75%p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미국 금리 인하 후 상황을 보고 하반기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준이 6월 인하를 단행하면, 이를 확인한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며 “0.25%p씩 7·8월 연속 인하한 뒤 10·11월 중 한 차례 더 내려 연말까지 모두 세 번, 0.75%p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이 아닌 가을을 지나는 4분기에나 금리 인하의 계절이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3월, 5월을 거쳐 이제 또 6월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며 "한은은 미국이 인하 기조로 돌아서 꽤 금리를 낮춘 뒤에야 모든 것을 확인하고 4분기께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금융 부실 위험도가 높아질 경우 금리 인하가 조금 앞당겨질 수는 있겠지만,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후 한은 기준금리도 인하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며 “시장 기대가 기관 결정보다 앞서가고 있는데 국내 금리 인하는 이르면 7월, 한층 신중한 기조가 이어질 경우 9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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