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따른 세금 리스크 노출…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업황 둔화·세금폭탄 예상
최저한세율 15% 미만 납부 시 부족분 추가 세액은 소재국서 납부해야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효성 등 적용 대상…LG화학 “부담 크지 않을 듯”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올해부터 대형 다국적기업에 대한 ‘글로벌 최저한세’(Global Minimum Corporate Tax·GMCT)가 시행되면서 석유화학업계(석화업계)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해당 제도 시행으로 기업들이 막대한 세금을 내야할 위기에 몰린 가운데 석화업계는 수요 위축에 따른 업황 둔화까지 겹치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호주 등에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매기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이 합의했고 143개국이 서명했다.

한국에 모회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최저한세율인 15%보다 낮은 세금을 납부하면, 해당 기업은 최종 모기업 소재국인 한국에서 부족분에 대한 추가 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이는 다국적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곳으로 본사 소재지를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만일 법인세 8%인 나라에서 사업한다면 국제기준보다 7%나 적게 내는 것인데, 자국에서 7%를 더 내도록 하는 조치인 셈이다.

대상 기업은 올해 1분기 결산부터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법인세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관련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올해 1월 1일 이후 사업연도에 대한 최초 신고·납부 기한은 오는 2026년 6월 말까지다.

LG화학 대산사업장(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대산사업장(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매출 1조원 이상 다국적기업이 적용 대상인데 정부기관, 국제기구, 비영리기구, 연금펀드, 투자펀드 등은 제외되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등 200~300여개 기업이 과세 대상에 해당된다.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효성 등 석화업계도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OECD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거둬들이는 세수 규모가 9%(220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석화업계는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은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글로벌 시황이 지독한 암흑기에 빠져들면서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Earning shock) 수준의 실적을 기록해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을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조5292억원으로 전년보다 15.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55조2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2조534억원으로 6.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3조13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 줄었고, 영업이익은 2474억원으로 18.2% 늘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2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3332억원으로 전년(7626억원)보다 적자 폭이 5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9조9491억원으로 10.4% 감소했고, 순손실 301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7.4% 줄어든 6045억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최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3조2887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순손실은 128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특히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혜택으로 기업 보조금의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80% 이상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최저한세 납세 의무가 부여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로 수령할 보조금은 약 2조원으로 예상된다.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국내에서 올해부로에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법령이 공포돼 시행됐다”며 “질의한 것처럼 저희가 80% 이상의 에너지솔루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LG에너지솔루션에서 받는 IRA Tax Credit에 대해서 저희 회사가 납부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저희 회사가 전략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올해 부담해야 하는 글로벌 최저한세 금액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자금조달 상황과 전략적인 기업 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화솔루션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하던 태양광 모듈 사업이 어려움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납부하면 AMPC 효과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도입에 따른 세금 리스크(RISK·위험) 노출로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부터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법인세를 반영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인 것은 맞다. 글로벌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 글로벌 최저한세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81·Joe Biden)과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77·Donald J. Trump)의 ‘리턴매치’(Return Match)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이 성공한다면 IRA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르게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전체적을 흐름을 살펴보면서 상황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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