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주요 시중은행 대출금리 오락가락…1월 내리기 경쟁하다 2월 들어 인상 
가계 빚 역대 최고치인 상황…은행 연간가계대출 증가율 1.5∼2% 내 관리 위태

가계대출 증가세로 인해 2월 들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 이는 지난달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에 따른 금리 인하 경쟁과 정반대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로 인해 2월 들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 이는 지난달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에 따른 금리 인하 경쟁과 정반대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1월, 출혈경쟁이란 우려까지 불렀던 금리인하 분위기는 2월 들어 달라졌다.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다시 올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7일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가산금리를 0.23%p 올린 데 이어 신한은행이 19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05∼0.2%p 인상했다. 이에 따라 주담대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는 연 4.21~5.82%로 0.2%p 올랐다. 주담대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도 연 3.52~5.53%로 0.15%p 올라섰다.

지난달과 180도 바뀐 모습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은행들은 너도나도 금리를 낮추며 경쟁을 벌였다.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된 주담대, 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고객 탈환 및 신규 유입을 위한 금리 인하 경쟁이 벌어졌고, 이 영향으로 다른 대출금리까지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낮은 금리로 갈아타는 서비스와 함께 경쟁 활성화를 주문했고, 이에 따라 하루 만에 0.5%p 대출 금리를 낮춘 은행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2월 들어 은행들은 줄줄이 내렸던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특히 금리 산정 준거가 되는 지수들의 영향을 받은 것도 아니다. 변동금리 산정의 준거가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는 지난해 11월 4.00% 이후 지난 1월 3.66%를 기록하며 두 달 동안 하락했다. 잔액 코픽스가 전월보다 하락했고 신잔액 코픽스는 전월 수준을 유지했지만, 은행은 가산금리를 높여 금리를 올렸다. 고정금리의 준거금리인 금융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 1월 2일 3.820%에서 2월 19일 3.928%로 0.10%p 올랐는데, 오름폭에 비해 금리 인상폭이 컸다.

이처럼 은행들이 1월과 다르게 대출금리를 올리는 건 가계대출 증가세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86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8조8000억원이나 증가했다. 가계신용은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이용액 등 ‘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대표적인 가계부채 지표다. 

특히 은행권 주담대는 1월 한 달 동안 4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1월 기준으로만 보면 한은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4년 1월 기준 역대 두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가장 증가폭이 컸던 때는 2021년 1월 5조원 이었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0% 이상 줄인 40조원대에서 운용하며, 은행에도 실수요자 위주의 대출 공급을 당부했다.

하지만 대환대출 플랫폼 취지 자체가 경쟁 활성화를 통해 차주들에 금리 인하 혜택을 주자는 것이었기에 가계 대출 증가는 피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대출 갈아타기이기에 대출 총량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애초 계산과 달리 다른 대출 상품 역시 금리 인하 영향을 받으면서 대출이 더 늘었다.

이에 더해 지난달 말 출시된 신생아 특례보금자리론과 GTX(광역급행철도) 정책 발표 등이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기에 가계대출은 더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한은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흐름이라 진단했지만,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리스크를 점검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리스크를 점검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행들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는 배경이 됐다. 앞서 금융당국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은 올해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대환대출 서비스 시행에 따라 금리 인하 경쟁이 펼쳐지면서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한 달 만에 연간 목표에 가까워질 정도로 크게 증가했다. 5대 은행 중 1월에만 가계대출 잔액이 0.78%~0.81% 불어난 곳이 있을 정도다. 1월 증가세대로라면 3월이면 연간증가율 목표 범위를 넘게 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서둘러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대출금리에 따른 오락가락 모양새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혼란은 금융당국이 초래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1월과 이달 금융위원회 행보만 보더라도 대출금리정책이 가계대출 억제와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금융위는 지난 1월 말 보도자료를 통해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로 금리를 내린 은행들의 사례를 제시하고 “금융권의 금리 경쟁이 촉진되면서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금융위는 20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올해 가계부채를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점에서의 적정 수준의 가계부채 규모를 스스로 고민해 경영 방침에 반영하고,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외형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며 “‘상환 능력 범위 내 대출’ 원칙이 현장에서도 확립될 수 있도록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금리 인하를 위한 경쟁 촉진을 하되 불필요한 외형 경쟁은 지양해야 하는 상황, 은행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담대 대출금리가 한창 인하하는 분위기였다가 다시 인상으로 돌아서며 소비자들로서는 난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은 금융당국 금리정책에 따르는 상황이기에 금리 경쟁과 함께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이뤄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 주도 하에 두 목표가 조화롭게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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