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심각한 상황 확대…초저성장 침체 이어져
삼성·SK·LG·롯데 등 재계 5대 기업, 총수까지 나서 위기 극복 본격화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악화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발맞춰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비상경영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등 3고(高)로 인한 복합위기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등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한국 경제가 3고 악재에 발목 잡히는 복합위기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침체 속 물가상승)과 퍼펙트 스톰(perfect-storm·한꺼번에 덮치는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까지 맞물리며 초저성장 침체에 빠져들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상황을 살펴보면 반도체 산업의 위기 고조, 글로벌 공급망 대란 문제, 원자재가격 상승, 전 세계 내셔널리즘 확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미·중 무역분쟁, 미·러 갈등, 이란 등 중동지역 문제, 미얀마 사태,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여전히 이어져 수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연이어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대만·중국 및 남중국해 긴장 고조 등 글로벌 대내외적 불확실성 리스크(RISK·위험)가 커지고 있다.

또 친이란 세력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Houthis) 반군이 홍해를 오가는 상업용 선박들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신(新)중동전쟁에 버금갈 만큼 국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자재·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한 상황이 확대돼 주요 기업마다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성으로 인한 경영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은 ‘글로벌 복합위기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은 비상경영의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각 기업 총수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국내외로  넘나들며 사활을 걸었다.

먼저 재계 ‘맏형’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무려 85% 감소한 6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강점을 보였던 스마트폰 영역에서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줬고, 반도체 부문의 매출 1위 자리도 미국 인텔에 넘겨줬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9년 만에 임금 동결 카드를 꺼내며 재계의 긴축경영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7일 경계현 사장 주재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반도체 부문 임원의 올해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지난 2009년과 실적 부진을 겪었던 2015년에 이은 9년 만의 ‘한파’다. 이는 사실상 임금을 줄이는 비상경영 행보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글로벌 경영 위기에 제때 대응을 해오지 못했었다.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이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부재로 굵직굵직한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 이재용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동안 족쇄였던 사법 리스크가 다소 해소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외 현장을 챙기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회장은 설 연휴에 삼성SDI 생산법인이 있는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을 찾아 배터리 사업을 점검했고, 지난 16일엔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송도 바이오캠퍼스)을 찾아 ‘한계 돌파’를 강조하는 등 현장경영에서 향후 경영 메시지를 공개했다.

재계 2위인 SK그룹에는 지난 연말 인사 때 이미 한파가 불어닥쳤다. 임원을 대폭 축소하는 조직 슬림화 작업에 이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나서 운영 예산 옥죄기가 한창이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태원(63) SK그룹 회장이 7년 만에 ‘서든 데스’(sudden death)를 언급한 만큼 그룹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SK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경영 현안을 공유하는 정례회의 ‘전략글로벌위원회’가 토요일로 회의 일정을 변경한 뒤 17일 처음으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최창원(59)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계열사 CEO 등 임원진 6∼7명가량이 참석해 최근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대내외 경영환경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에 이어 이번 주 중으로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오는 26일부터 29일(현지시각)까지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국제 모바일 박람회 ‘MWC 2024(Mobile World Congress 2024·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4’에도 2년 연속 참관해 최대 관심사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신사업 구상에 나선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권역별 해외 사업장을 순회 방문하는 등 글로벌 광폭 행보 중이다.

이를 통해 SK그룹은 최 회장이 ‘외부 먹거리 사업 찾기’를 펼치고, 최 의장이 ‘내부 전략회의를 통해 시스템 안정화’에 주력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어지게 됐다.

이미 대기업들은 정기적으로 그룹사 차원 회의를 진행 중이다. LG그룹은 분기별로 사장단 협의회를, 롯데그룹도 상반기와 하반기에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글로벌 위기를 반영해 회의의 규모를 키우고 분위기도 엄중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재계가 비상경영체제를 확대하고 전체적으로 긴장의 끈을 조이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영 환경이 안 좋다는 방증”이라며 “최악의 경영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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