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 16.5도에서 16도로 내려
저도주 선호 바람 지속되면서 도수 인하 경쟁 이어질 듯
소주업계 “내리더라도 한정적…15도 아래로는 어려워”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 사진=연합뉴스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참이슬 후레쉬’.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손규미 기자] "이러다가 30년 정도 뒤에는 소주 도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거 아니냐?"

주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흘러나오는 말이다. 독한 술의 대명사였던 소주의 도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마지노선이라 불렸던 16도의 벽까지 깨졌다.

소주에 대한 소비자 성향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면서 주류업계는 당분간 저도수 소주에 대한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최근 ‘참이슬 후레쉬’ 브랜드를 전면 리뉴얼하면서 알코올 도수를 기존 16.5도에서 16도로 0.5도 낮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1년여간의 연구·개발과 소비자 주질 테스트 결과 저도수 소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어 이에 맞춘 도수 리뉴얼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며 "이번 리뉴얼의 핵심은 기존의 대나무 숯 정제과정을 4번에서 5번으로 늘린 것으로 조금 더 가볍고 깨끗하게 느낄 수 있는 맛과 품질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1924년 처음 선보였던 진로 소주의 도수는 35도였다. 이후 40년간 35도의 독한 술을 유지했으나 1965년 30도, 1973년 25도, 1998년 23도로 계속 도수가 낮아졌다.

25도 장벽이 허물어진 뒤에는 시장에 저도수 소주들이 쏟아졌다. 2006년 롯데칠성음료가 19.8도의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20도가 깨졌고, 그 이후부터는 소수점 단위 인하가 이어지면서 최근 16도도 깨진 상황이다.

업계는 올해 1분기 '처음처럼'의 리뉴얼을 앞두고 있는 롯데칠성음료가 도수 인하에 나설 경우 저도수 소주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중 '처음처럼'도 리뉴얼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도수 인하, 패키지 디자인, 맛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은 아직까지 확정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처럼 소주 도수 인하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에 대해 공통적으로 '음용 트렌드 변화'를 꼽는다.

본래 소주는 회식 문화를 기반으로 한 남성 위주의 헤비 유저들 소비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주 음용 저변이 확대되면서 젊은층과 여성층을 중심으로 가볍게 즐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플레져 경향이 번지고 있는 것도 저도주 트렌드 확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확실히 외부에 대한 소비자 조사 같은 것만 봐도 저도주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반면 20도 이상의 고도주는 이제 거의 찾는 분들만 찾고 선호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주 도수 인하 경쟁이 지속되면서 업계에서도 몇 도까지 내려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저도수 소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도수 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다만 내리더라도 한정적인 범위 내에서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도수가 계속 내려갈수록 소주 본연의 풍미가 사라지면서 술맛이 밍밍해지거나 물비린내가 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 지방 소주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국내 소주업계가 오래된 업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력으로 도수 인하에 따른 부족한 맛을 커버해 왔지만, 그 이하로 떨어지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난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많이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수가 계속 내려가면 '소주'의 정체성도 희석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소주의 이미지는 보통 '알콜 도수가 높은 술', '취하기 위해 마시는 가성비 좋은 술'이라는 인식이 많은데, 이같은 ‘소주다움’이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해서 인하되면 다른 주종과의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와인의 경우 레드와인 기준으로 13~15도, 청류주 같은 ‘청하’의 경우에는 도수가 13도 내외로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15도 이하로 도수가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는 국민 술이다 보니 모두가 본연의 맛을 알고 있지 않냐"며 "그런데 술맛에 변화가 생겨 소비자들이 소주답지 않다고 느끼게 되다 보면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업계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규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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