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하나로만 성공하는 게임회사는 옛말…다장르·차별화로 新성장동력 추구

세븐나이츠 키우기. 사진=넷마블
세븐나이츠 키우기. 사진=넷마블

[뉴스워치= 정호 기자] 거대 자본을 들여 공들이는 ‘대작’을 내세웠던 게임업계에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등은 악화된 실적을 회복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기존 과 차별화된 게임을 새로운 성장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649억원, 영업이익 1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20년 1분기부터 7분기까지 이어진 적자의 늪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넷마블넥서스가 개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흑자 전환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기존 수집형 RPG·MMORPG 장르로 출시됐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방치형 게임으로 출시됐다. 캐릭터의 화려한 액션을 지향했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낮은 사양에 휴대전화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성을 지향했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지난해 9월 출시 초기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5개월이 지난 현재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서도 구글플레이스토어 17위, 애플 앱스토어 10위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중이다.

넷마블은 올해도 세븐나이츠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신작 출시에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올해 첫 공개 신작은 오는 4월로 출시를 예고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이다. 아스달연대기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동명의 드라마를 선보이며 IP를 가다듬는 데 주력한 바였다. 정치·사회·경제적 협력을 중심으로 삼은 게임의 주요 시스템은 기존 MMORPG화 차별화된 요소로 알려졌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이사는 “아스달연대기는 넷마블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갈 첫 기대작이며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제작진이 오랜 개발 경험과 서비스 역량을 총동원해 개발했다”며 “MMORPG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매출 3335억원, 영업손실 164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영업손실을 두고 펄어비스의 새로운 자금원 확보에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펄어비스의 신작 ‘붉은사막’이 다시 재조명되는 이유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지난 15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붉은 사막의 개발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으나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마무리 작업에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펄어비스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붉은사막은 앞서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출시 연기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이유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출시일을 미룬 주된 이유를 ‘검은사막 차별화’로 내다봤다.

붉은사막 스크린샷.사진=펄어비스
붉은사막 스크린샷. 사진=펄어비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게임업계에서는 MMORPG 장르에 대한 유저들의 선호도가 감소하며 실적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붉은사막은 전작과 같은 장르로 출시되며 되려 기존 유저가 이동하는 현상이 불거질 수 있는 바, 이는 새로운 IP를 확보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은사막은 10여년간 서비스되며 펄어비스의 대표 MMORPG IP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안정적인 MMORPG IP가 마련된 상황에서 같은 장르의 게임을 선보일 필요성이 적어 보인다. 실제로 붉은사막은 이 검은사막과 차별화를 위해 독자적인 차세대 엔진을 내세우며 장르 또한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를 표방하고 있다. 캐릭터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태권도를 비롯한 모션 캡처 기술로 캐릭터 동작의 그래픽 밀도를 높였다.

컴투스는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BTS 쿠킹온: 타이니탄 레스토랑(이하 BTS쿠킹온)’ 등 신작의 사전예약 소식을 전했다. 컴투스는 지난해 매출 7722억원, 영업손실 393억원을 기록했다. 적자가 발생한 주된 이유로 인건비·마케팅 비용 증가와 게임 시장 내 소비 성향 변화가 지적됐다. 주요 장르보다는 액션, 퍼즐 등 유저들이 선호하는 장르가 다양화됐다는 분석이다.

컴투스는 퍼블리싱을 통해 다양화된 유저의 성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컴투스가 마련한 신작은 ‘프로스트펑크:비욘드 더 아이스’·‘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BTS 쿠킹온: 타이니탄 레스토랑(이하 BTS쿠킹온)’ 등이며 각각 글로벌 흥행작의 모바일 이식 버전, BTS IP(지적재산권)을 활용한 캐주얼게임,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강한 서브컬쳐 시장을 공략한 게임이라는 특징을 갖췄다.

이주환 컴투스 대표이사는 “현재 게임 시장은 게임회사들이 유저들의 편식을 유도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게임을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에 닥친 실적 혹한기에 맞서 게임사들은 IP 확보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이다. 이 변화는 유저의 입맛이 다양화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과거 게임사는 판매량이 높은 IP를 따라 게임을 개발했지만, 최근에는 유저의 성향이 세분화되며 어느 게임이 흥행할지 모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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