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1조원·위험노출액 전체 20조원 규모
투자 이어진 북미 시장 전망 밝지 않아…실적에 악영향 미칠 수 있어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현재 1조 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현재 1조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 전경.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최소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중인데 상황에 따라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의 ELS 판매 논란이 큰 가운데 해외부동산 투자 실패까지 이어질 경우 금융그룹들의 신뢰도는 크게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들 그룹의 해외부동산 투자 실태를 공개했다. 5대 그룹의 직접 투자 건수는 총 782건, 해외부동산 관련 펀드를 비롯한 수익증권 투자와 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20조4000억원 규모다. 업권별 익스포저는 5대 금융그룹 계열 은행이 7조533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증권사 3조5839억원, 생명보험사 2조7674억원, 손해보험사 1조6870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하나금융이 6조2458억원으로 해외 부동산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어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투자 건수는 512건으로 원금은 총 10조4446억원에 달하는데 KB금융이 2조8039억원(1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금융 2조7797억원(133건), 하나금융 2조6161억원(157건), 농협금융 1조8144억원(55건), 우리금융 4305억원(4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의 현재 평가 가치는 9조3444억원으로 이미 평가 수익률이 -10.53%를 기록하며 원금과 비교해 1조1002억원이 줄어든 상황이다.

금융그룹별 투자 원금 대비 평가 가치는 해외부동산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하나금융이 -12.22%로 손실 역시 가장 컸다. 이어 KB금융 -11.07%, 농협금융 -10.73% 등으로 10% 이상 손실상태이며, 신한금융은 -7.90%, 우리금융은 -4.95%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미 지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해 실패한 사례들이 눈에 띈다. 손실률이 가장 큰 하나금융은 농협금융과 함께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20타임스퀘어 건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상태다. 이 건물 투자로 인해 하나손해보험은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한 114억2242만원 전액을 손실 처리한 상태이며, 4억5000여만원의 배당을 챙기기는 했지만 내부수익률(IRR)이 -98.49%를 기록했다. 농협생명보험 역시 투자한 571억원의 현재 평가 금액이 0원이며, 누적배당금은 23억원, IRR은 -98.35%로 하나손보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KB증권도 미국 상업용 빌딩에 투자했다가 무려 -94.02%라는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4년 10월 미국 뉴저지의 한 상업용 빌딩에 179억6800만원을 수익증권 형태로 투자했는데, 현재 평가 금액은 10억75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가 하면 신한투자증권은 미국 전역 30개 호텔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수익증권에 218억872만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평가 금액은 16억7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렇듯 처참한 결과에 일각에서는 금융그룹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투자가 맞냐는 의구심 어린 목소리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부동산 투자 위험에 대한 경고도 이어져왔던 바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1월 ‘글로벌 거시·금융 충격과 해외 부동산 투자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시장침체의 골이 깊은 미국과 유럽지역의 오피스 등에 대한 투자 집중도가 높아 투자 손실의 현재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위험 분산이 잘 돼 있는 대형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대형 부실이나 시장 전반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한다면 개별 프로젝트별로는 단기 리파이낸싱 경색 등으로 인해 투자금 손실위험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때로는 투자금 전액 손실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책당국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해외 부동산 투자 익스포저 전반에 대한 위험 분석을 위한 정보의 집중과 리스크 평가 등을 위한 종합 관리시스템을 반드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장전문가들 역시 미국 및 유럽지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를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하며 금융불안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이어온 바다.

문제는 최근 몇년 간 해외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고, 미국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역시 부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금융사들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4일 내놓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은행권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오피스,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체 가격이 2022년 7월 고점 대비 약 11% 하락했고, 도심업무지구 오피스는 약 40%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오피스 공실률이 18.6%로 30년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 냉각을 주도했고, 올해 최대 19.8%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반으로 발생한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10~20년)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집중돼 있다”며 은행 등 대출기관들의 동반 부실화를 우려했다.

손실 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인데 이같은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금융사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은행 및 증권사들은 해외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수익증권을 쪼갠 후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상황이다. 5대 금융의 해외부동산 펀드(사모·공모) 판매 잔액은 총 1조163억원으로, 이 중 4066억원어치가 올해 만기 도래하는데 현 시점 확정 손실은 57억원 규모지만 향후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소비자 피해 우려 역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그룹들에 대한 비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무분별한 판매로 벌써 손실액 6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마저 손실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금융그룹들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더욱이 은행들이 지난해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뒀다는 점까지 비판에 기름을 붓고 있는 꼴이다. 지난해 시중 5대 은행은 지난해보다 4.9% 증가한 41조3878억원의 이자이익을 거뒀다. 조달비용이 늘었지만 대출이 증가하면서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덕분에 5대은행의 당기순이익도 14조1023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6% 증가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5대 금융이 투입한 약 1조원의 민생금융비용까지 더하면 이익규모는 더욱 크다.

때문에 사상 최대 이자이익과 처참한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가 비교 선상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대 이자이익을 거둘 정도로 국내에서 수월하게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 부동산 투자 실패로 날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한편 해외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손실은 올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16일 보고서에서 “현재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대 가장 빠른 하락 속도를 보인다”며 “올해 금융사 실적을 좌우할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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