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관련 1심 무죄 선고 후 삼성SDI 말레이시아 공장 방문
이재용 회장, ”어렵다고 위축 말고 담대하게 투자…경쟁력 확보“ 강조
국내 사업장 찾아 경영 메시지 남길 전망…이재용식 뉴삼성 강조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기도 삼성전자 기흥 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주 삼성SDI 말레이시아 공장을 방문하면서 그동안 얽매여 있던 ‘사법 리스크(RISK·위험) 족쇄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용 회장이 해외 출장길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다. 조만간 이 회장이 국내 사업장도 찾아 경영 메시지를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다음날인 지난 6일 김포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행 전세기편을 타고 출국했다.

이 회장은 UAE에서 비공개 일정을 소화한 뒤 9일 올해 첫 해외 출장지인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에 도착해 헬기를 타고 삼성SDI 생산법인으로 이동, 현지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배터리 1공장 생산 현장과 2공장 건설 현장을 살펴봤다. 이후 11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이 이번에 찾은 스름반 공장은 지난 1991년 설립된 삼성SDI 최초의 해외 법인으로 초기에는 브라운관을 제조하다가 2012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1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SDI는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원형 배터리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부터 1조7000억원을 투자해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에서 SDI 생산법인에 도착해 배터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에서 SDI 생산법인에 도착해 배터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오는 2025년 완공될 예정인 2공장은 올해부터 ‘프라이맥스(PRiMX)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름 21㎜, 높이 70㎜ 규격의 프라이맥스 21700 원형 배터리는 전동공구,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등 다양한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현장 경영에 나선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 더불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10일에는 말레이시아 최대 도시인 수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현지 시장 반응을 살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말레이시아 유통기업 ‘센헹(Senheng)’이 2022년 함께 만든 동남아 최대 매장을 찾아 갤럭시 S24 등 전략 IT(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펴봤다.

말레이시아는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 1위 국가로 앞으로도 동남아 시장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에 현지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쿠알라룸푸르에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제일기획 등 삼성 관계사 주재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에서 SDI 생산법인에 도착해 배터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에서 SDI 생산법인에 도착해 배터리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했다. 사진=삼성전자

해외 출장길을 마친 이 회장이 이번에는 국내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삼성전자 및 계열사 사업장과 협력사를 방문해 사업장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회장의 국내 사업장 현장 경영이 이뤄진다면, 그 자리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기업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 등에 대한 메시지를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술 중시’, ‘초격차 기술’ 등을 강조한 만큼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등을 언급하며 본격적인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배터리·반도체·바이오 등을 미래 먹거리로 언급한 이 회장은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송도 바이오캠퍼스)을 방문했다. 이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찾은 것은 2022년 10월 4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이 회장은 송도 바이오캠퍼스 방문에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5공장 등 현장과 현재 본격 가동 중인 4공장 생산라인 점검,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 현장과 ADC(Antibody-drug conjugate·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진으로부터 기술 개발 로드맵, 중장기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았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구축 중인 제2바이오캠퍼스는 2032년까지 5공장부터 8공장까지 총 4개의 공장을 건설한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가능 규모는 약 72만리터이며 1캠퍼스보다 많다. 특히 제2캠퍼스는 삼성의 ‘드림플랜트’로 불리는데, 설계 단계부터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고려해 생산능력과 효율, 친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하자.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한계를 돌파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최대 ▲매출(3조7000억원) ▲영업이익(1조1000억원) ▲수주(3조5000억원) 성과를 달성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혈액질환 ▲안과질환 치료제 등의 판매 허가를 획득해 창립 12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최대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다음 국내 방문 현장으로는 1심 무죄 선고 후 향한 해외 출장지로 삼성SDI 현지 생산법인을 선택한 만큼 삼성SDI가 점쳐진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22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최근 전동공구, 전기차 글로벌 시장 성장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SDI는 단기적인 시장 정체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차질 없이 실행하고 차별화된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배터리 초격차’를 강조했기 때문에 메시지의 연속성을 위해 삼성SDI 국내 사업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국내 사업장은 수원, 천안, 청주, 구미 등에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삼성SDI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파일럿) 라인을 둘러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현장 경영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그동안 뒷쳐졌던 글로벌 위기 상황에 대처 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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