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 국내 초대형 항공사 탄생 임박…14개국 중 13개국 승인
EU 경쟁당국으로부터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미국 승인만 남아
‘통합 대한항공’까지 9부 능선…미국 승인 쉽지 않으리란 우려도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항공기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항공기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대표되는 국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s)로 촉발된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 변동이 현실화되기 직전이다.

36년 만에 ‘양대 국적 항공사’ 시대를 마감하고 자산 42조원, 세계 10위권 운송량을 갖춘 ‘메가 캐리어’(Mega Carrier·초대형 항공사)가 가시권에 들어섰다.

국내 항공업계 ‘빅2사(社)’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으로 국내 첫 ’메가 캐리어 항공사 탄생’이 임박한 모양새다.

14일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으로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이듬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바로 합병하지 않고 2년 정도 통합 준비 기간을 가진 뒤인 2024년에 합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 EU, 중국, 일본, 터키, 대만, 태국, 베트남 등 14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를 필수적으로 신고해야 했다.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을 승인을 살펴보면 지난 2021년 2월 터키를 시작으로 대만(2021.5), 태국(2021.5, 사전신고 불요), 필리핀(2021.5. 신고대상 아니므로 종결), 말레이시아(2021.9), 베트남(2021.11), 한국(2022.2), 싱가포르(2022.2), 호주(2022.9), 중국(2022.12), 영국(2023.3)이 지난해까지 승인을 완료했다.

올들어 1월 일본과 이번달 EU의 승인까지 받아내면서 이제 미국 경쟁당국의 결정만 남겨놓게 됐다.

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EU의 승인을 받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며 2023년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여객과 화물 사업의 경쟁 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정조치를 논의한 후 같은 해 11월 2일 시정조치안을 제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취합 및 마켓 테스트(Market Test·시장 평가) 등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대한항공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EU의 이번 결정은 시정조치안 이행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다. 화물 부문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이, 여객 부문에서는 일부 유럽 노선 여객 슬롯(SLOT·특정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대) 이관이 조건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을 위한 입찰과 매수자 선정 등 매각 직전까지의 조치를 마치면 EU의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늦어도 오는 10월 전까지 매각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매각은 EU의 최종 승인 이후 이뤄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업계도 지각변동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화물사업 부문 인수 후보로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등 LCC 4곳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EU의 승인에 따라 이달부터 본격적인 매각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객 사업의 경우 신규 진입 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발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유럽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들 노선은 EU가 양사 통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제기한 노선이다.

또 대한항공 산하 LCC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산하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사를 하나로 합치는 ‘통합 LCC’ 탄생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대한항공은 앞으로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주력,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완전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미국은 상대적으로 승인을 받기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이 EU보다 더 어려운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미국 LCC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M&A를 좌초시킨 게 기업결합 심사를 주관하는 미 법무부(DOJ)다. DOJ는 지난해 3월 두 항공사의 합병을 막기 위해 매사추세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쟁 제한으로 항공권 가격이 올라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미 법원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DOJ의 손을 들어줬다.

또 미국이 애초부터 경쟁 제한에 엄격한 데다 선거와 맞물려 자국 우선주의 기류가 강해질 가능성도 있어 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순순히 승인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며 양사의 합병을 항공산업의 새 지평을 여는 ‘시대적 사명’임을 강조한 만큼 미국 승인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미국에 설명자료 제출을 시작으로 신고서, 심층조사에 대한 자료 제출했다. 미국은 그동안 타국의 심사 추이 및 상황을 보며 지속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대한항공은 EU와 일본이 최근 승인으로 가닥을 잡은 만큼 미국의 승인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중에는 심사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있더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통합까지는 2년가량 걸릴 전망이다. 이때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독립 운영되며 이후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할 예정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업계를 뒤흔들 만한 이번 기업결합은 ‘메가캐리어’의 탄생으로 항공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LCC도 낙수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여 국내 항공업계의 업그레드까지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 경쟁당국의 승인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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