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8년간 꾸준한 마니아층 형성....외식 메뉴 포함 대중적 선호도 상승
중독성 강한 얼얼한 매운 국물...“재료 건져 먹은 뒤 밥까지 말아먹어야 후련”

배달의민족 B마트에서 판매되는 마라탕 제품 이미지. 사진=B마트 캡처
배달의민족 B마트에서 판매되는 마라탕 제품 이미지. 사진=B마트 캡처

[뉴스워치= 정호 기자] 마라탕을 두고 “이게 처음에는 이질적인 매운맛으로 왜 사 먹는지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생각나더라”, “한번 맛을 들이니 마라탕은 물론 떡볶이, 탕수육 등 메뉴도 찾아 먹게 됐다”는 호평이 존재하는 반면 “혀가 얼얼해지는 느낌이 여전히 반갑지 않다. 굳이 내 돈 들여 사먹고 싶지 않다”, “밥까지 말아먹는 여자친구를 보면 나와 혀 구조가 다른지 궁금할 뿐”이라는 불만이 공존한다.

호불호 속에서도 우리나라를 강타한 중국요리 마라탕 열풍은 꾸준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과자, 라면, 떡볶이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되는 것을 기본으로 단기간 유행한 ‘대왕 카스테라’, ‘회오리 감자’와 달리 약 7~8년간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마라탕은 ‘맵부심(매운 음식을 잘먹는 자부심)’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매운맛에 익숙한 한국 문화에 이색 매운맛울 내세웠다. ‘(저릴 마(痲))와(매울 라(辣))’라는 뜻 그대로 산초, 고춧가루, 팔각 등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알싸하면서 혀가 얼얼해지는 맛을 살렸다.

마라탕의 본고장은 습기가 높은 ‘쓰촨성’으로 알려졌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재료를 넣어 중국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우던 음식이었다. 지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 인기가 확산되며 마라탕 체인매장은 젊은이들의 사교의 장 노릇을 했다. 반면 마라탕 열풍은 마라탕 가격이 오르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1997년 ‘IMF’ 당시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냉동삼겹살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어려운 회사 분위기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의기투합을 할 수 있던 회식 메뉴였던 냉동삼겹살이 현재에 이르러 냉동 레트로(복고) 열풍에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1인분 가격이 1만원대로 치솟았다.

국내에 마라탕이 들어온 시기는 2017년대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 대림동, 구로동 거주 중국동포들이 밀집한 식당에서 먼저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 3명 가운데 2명이 중국인일 정도로 현지 음식을 파는 가게 또한 급증했다. 이 가운데 2018년부터는 뷔페처럼 마라 국물에 푸주, 분모자, 흰목이버섯 등 선호하는 재료를 추가해 먹는 전문점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마라탕은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특히 10대에서 30대 여성들에게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다. 배달어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이 발간한 ‘배민트렌드 2023 가을·겨울’편에서는 7월 검색어 순위 1위를 마라탕을 차지했다. 평소 마라탕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K씨는 “더운날 입맛이 없을 때 매운 것을 자주 찾아 먹는데, 마라탕은 그 특유의 중독성으로 유독 생각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과 차이점은 재료만 먹는 중국과 달리 한국인들은 마라탕 국물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운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마라탕 국물도 마실 놈’이라는 빈곤함을 비꼬는 표현까지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밥까지 말아먹는 경우가 흔하다. 마라탕 매니아라는 L씨는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라탕 건더기를 다 먹은 뒤에 밥이 빠지면 섭섭하다”고 말했다.

마라 마니아들의 애정은 올해도 꾸준하며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오뚜기에서는 볶음밥, 국물요리, 파스타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마라장 ‘산초&고추’, ‘양파&산초’ 2종을 출시했다. 팔도는 ‘팔도 킹뚜껑 마라맛’을 70만개 한정으로 출시한 바 있다. ‘베트남 하늘초’와 ‘청양고추’ 등 재료에 마라를 넣어 중독성 강한 매운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CU는 45년 경력을 가진 여경옥 셰프와 협업한 ‘옥사부의 마라 시리즈 4종(마라짜장, 마라짬뽕, 마라짜장덮밥, 마라짬뽕밥)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마라를 활용한 제품이 꾸준히 확대되는 가운데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얼얼한 매운맛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장기간 계속되며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마라탕이 외식 메뉴 선택을 비롯해 대중적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가장 각광받는 맛 중 하나로도 자리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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