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C,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이슈에 부진한 모습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중심 통합 LCC 출범 예상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도 순위 싸움 변수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s)가 지난해 실적이 저하되면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는 실적 호조를 보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FSC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은 8.7% 증가한 14조5751억원, 영업이익은 45% 감소한 1조586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13조4127억원을 넘어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9100억원으로 48% 줄었다.

대한항공의 실적을 뒷받침했던 화물사업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화물노선의 매출은 전년 대비 53% 줄어든 2조92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 60%를 차지했던 매출 비중은 30% 안쪽으로 떨어졌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화물의 평균 운임은 ㎏당 6671원에서 4086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FSC인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7조6020억원, 영업이익 67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2.48%, 13.06%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는 901만4981명으로 188.6% 늘었지만, 화물사업 매출 비중이 50%대에서 20%대로 줄어들며 여객수요 상승폭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FSC의 부진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이 기업 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 이슈로 인해 저조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저비용항공사(LCC) 항공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최양수 기자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이후 FSC의 실적을 뒷받침했던 화물사업의 수요가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으로 여객기 화물칸 및 해운 정상화, 수요 감소와 운임 하락 등에 따라 수익성이 줄어들면서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화물사업 실적이 크게 저하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 

반면 지난해 LCC의 약진은 두드러졌다. LCC 맏형격인 제주항공을 포함해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대부분의 LCC는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역대 최대 매출을 새로 썼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7240억원, 169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5.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이로써 제주항공은 2019년 1조3761억원 이후 4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재입성했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진에어는 매출 1조2772억원, 영업이익 18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08년 창립 이래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진에어는 2018년 이후 5년 만에 매출 1조 클럽에 복귀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티웨이항공도 1조 클럽에 처음 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Consensus·증권사 시장 전망치 평균)를 살펴보면, 티웨이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1조3141억원, 영업이익 15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LCC의 약진에는 지난해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 급증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요가 높은 단거리 노선과 함께 FSC의 전유물이던 장거리 노선까지 입지를 넓히면서 LCC 출범 이후 최초로 FSC의 수송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LCC 9개 사의 국제선 이용객은 모두 2178만684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항공사 이용객(2072만7930명)보다 약 105만명이 많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로 인해 LCC의 내부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 3사를 비롯해 시장에 새로 진출한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의 신규 사업자가 들어오고 경영 위기를 극복한 이스타항공이 돌아오는 등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LCC 순위 싸움 속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영향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양사의 합병 이후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통합된 LCC가 출범하면서 업계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만약 통합 LCC가 등장한다면 현재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가뿐히 제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 LCC의 운영 가능 항공기 대수는 각각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54대를 보유하고 있어 총 42대를 보유하고 있는 제주항공보다 12대, 30대를 보유하고 있는 업계 2위 티웨이항공보다 24대가 많다.

또 다른 변수로 아시아나 화물 부문 매각과 함께 어느 LCC가 올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가져가느냐에 따라 순위 변동폭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매출 1조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에는 제주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4곳이 인수의향서(LOI·Letter Of Intent)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LCC 업계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 위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사실상 미국 승인만 남겨두며 9부 능선을 넘어 올해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LCC 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통합 LCC 출범, 화물 사업 진출, 장거리 노선 획득 등 LCC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혁신 기술)가 산적해 있는 만큼 업계 1위를 두고 LCC 업체들의 경쟁도 한결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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