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역대 최대 실적…신한·하나 소폭 감소 및 우리금융 역성장
비이자이익 비롯 각종 리스크·상생금융까지 올해 실적 변수 전망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모두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순익은 충당금 및 상생금융 등 영향으로 감소했다. 사진=각 사 제공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이 모두 지난해 실적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순익은 충당금 및 상생금융 등 영향으로 감소했다. 사진=각 사 제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국내 주요 4대 금융그룹이 일제히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희비가 갈렸다. 개별적으로는 실적 순위가 바뀌기도 했으며, 전체적으로는 대손충당금 확대 빛 상생금융 비용 반영 영향으로 역성장했다. 이들의 지난해 실적을 통해 올해 실적을 가를 변수가 엿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4대 금융그룹은 설연휴 이전 실적을 발표했고, 이로 인해 리딩금융 자리가 바뀌었다. 

‘리딩금융’ 되찾은 KB…IBK에도 밀린 우리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4조6319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11.5% 성장했다. 기존 최대치였던 2021년의 4조4095억원을 뛰어넘은 기록으로 전년도 신한금융그룹에 빼앗겼던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다. 특히 KB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순이익이 감소하는 가운데 나홀로 성장세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KB금융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도 그룹의 주요 부문이 고른 수익 창출력을 이어간 결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17.8%를 기록했다”며 “반대로 전사적 비용 효율성 개선 노력의 결실로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역대 최저인 41%로 낮아졌다”고 순익 성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순이익이 소폭 감소하며 전년도 ‘리딩금융’의 왕관을 KB금융에 빼앗겼다. 신한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4% 줄었다. 다만 전년도인 2022년 증권 사옥 매각 이익 세후 3220억원 등 일회성 이익을 고려하면 실적은 비슷한 수준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3조45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그룹 연간 핵심이익인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전년 대비 0.36% 증가한 반면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한 충당금 등 전입액은 41.1% 증가하면서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반면 우리금융그룹은 실적이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5167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19.9%나 감소했다. 그룹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충당금과 민생금융지원을 대폭 늘리면서 전체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설명인데, 타 금융지주들 역시 해당 비용으로 인해 순익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성적표는 뼈아프다. 특히 우리금융은 IBK기업은행에도 밀렸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2조67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우리금융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괄목할 만한 비이자이익 확대, 올해도 이어질까?

4대금융그룹의 실적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비이자이익의 확대가 눈길을 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모두 합해 10조518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6조8391억원)보다 53.8% 늘어난 것이다.

비이자이익은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인 이자 이익을 제외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의미한다. 송금·외환·방카슈랑스·신탁 등 각종 수수료를 포함해 채권·파생상품·부동산 등 이익으로 구성되며, 비이자이익의 규모와 비중은 금융사들의 성장성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4대금융 전체로 보면 4대 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50%이상 확대됐지만 금융지주사 개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KB, 신한, 하나금융이 비이자이익 비중을 크게 늘리는 동안 우리금융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비이자이익 4조874억원으로 전년 대비 80.4%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3조6735억원)이 4.5% 늘었으며, 2022년 적자를 기록했던 기타영업손익이 유가증권시장 회복과 채권금리 안정화에 따라 4139억원 흑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뒤이어 하나금융이 전년보다 65.35 증가한 1조907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주요 관계사의 유가증권·외환·파생 트레이딩 실적과 더불어 견조한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덕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역시 수수료 수익을 포함해 채권 등 유가증권 이익과 외환·파생·보험 등 이익이 개선되면서 3조4295억원을 기록, 1년 전보다 51% 성장했다.

이와 달리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이 1조1491억원에서 1조948억원으로 4.72% 감소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측은 “수수료 이익 등이 모두 탄탄하게 성장했으나, 상생금융지원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데 따른 것”이라며 “이 비용을 제외하면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조2640억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10% 늘어난 수준”이라 설명했다. 다만 민생금융지원 수치를 제외하더라도 타 금융지주사들보다 증가폭이 현저히 적은 데다 KB금융과 격차가 3조원에 달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은 비이자이익 부문 확대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전반적으로도 보더라도 정부가 줄곧 ‘이자장사’를 비판해왔던 만큼 4대 금융의 비이자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년 전보다 역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 이익에 있어서는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은행 의존도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4대 금융이 풀어야 할 숙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그나마 은행 의존도 수준이 60%대지만, 하나금융은 94%, 우리금융은 99%에 달한다. 지난해 4대 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오히려 높아진 양상이다. 특히 4대 금융의 은행들은 고금리 상황 속에서 대출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최대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4대 은행 이자이익은 2021년 27조905억원, 2022년 32조7949억원에 이어 2023년 33조6265억원으로 매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3조4766억원) 국민(3조2615억원) 신한(3조677억원) 등 세 곳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4대금융이 너도나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금융지주를 출범시켰지만,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금융지주 계열사 중 새 회계기준(IFRS) 효과로 순이익이 증가한 보험사를 제외하면 증권과 카드,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실적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실적에서 은행 의존 비중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은행에 기댄 실적이 이어진다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 변수에 실적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4대 금융으로서는 비은행 계열사들의 수익 비중을 키우는 동시에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주력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만 올해 비이자이익 확대는 결코 쉬워보이지 않는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여파로 우리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이 일제히 ELS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ELS 관련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던 만큼 ELS사태의 파장이 은행 비이자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제한 등 조치가 취해질 경우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LS, DLS, ETF 등 판매를 통한 수수료 이익이 적지 않기에 판매 여부 자체가 올해 실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충당금 쌓게 한 부동산PF리스크 및 상생금융…+α 까지

국내 4대 금융지주 통합 순익으로 봤을 때 역성장이라는 점도 금융지주사들로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대손충당금 확대 및 상생금융 비용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국내 4대 금융그룹들의 순익을 모두 더하면 14조9682억원으로 전년인 2022년(15조5309억원)보다 3.6% 감소했다. 순이자마진(NIM) 관리 및 비이자이익 실적이 크게 향상된 K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이 모두 역성장하면서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도 내려앉았다.

4대 금융의 순이익 감소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제 비용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대 금융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적립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9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금융감독원 경고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PF 관련 손실 인식을 미루는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퇴출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바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는 2022년(4조7144억원)보다 90.8% 증가한 8조993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각사별로는 KB금융이 3조1464억원으로 전년 대비 70.3% 증가, 신한금융은 80.8% 증가한 2조2512억원, 하나금융이 41.1% 증가한 1조7148억원을 적립했다. 우리금융의 경우는 전년 대비 112.4%가 증가한 1조881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4분기에 쌓은 충당금만도 3조원이 넘는 규모다.

이에 더해 상생금융 압박에 따른 민생금융지원 비용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4대 금융의 상생금융 비용은 KB금융 3720억원, 신한금융 3100억원, 하나금융 3557억원, 우리금융 2760억원 등으로 각 사는 해당 비용의 57.4~94.8%를 지난해 실적에 반영했다.

일각에서는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4대 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이 15조9686억원으로 2022년 실적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충당금 적립 배경이 되는 각종 리스크 및 상생금융 비용은 올해 역시 실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상생금융지원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해 하반기 4대 금융지주가 진행한 상생금융지원 비용은 일회성 비용으로 실적을 깎아내렸다. 

분명 일회성 비용이 맞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이미 지난해만도 상반기, 하반기 두차례로 나뉘어 큰 규모의 상생금융을 추진했던 만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올해에도 압박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기조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연말 조직 개편에 있어서도 상생금융에 신경쓴 만큼 금융지주 실적에 있어 상생금융 비용 영향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9조원 가까이 적립한 충당금이 바라보는 부동산PF사업장 리스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돌입을 시작으로 부동산 PF발(發) 건설·부동산업권 부실이 현실화되기 시작한 상황이다. 금융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장을 평가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는 수순을 거치고 있으며, 현 기준 4대 금융지주의 부동산 금융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33조9290억원 규모에 이른다. 금융지주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부동산PF 채권 평가를 하고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해왔다. 그런 만큼 올해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만큼 보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나 앞날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실적 변수가 될 리스크가 또 하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바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여부다. 금융당국은 이미 불완전판매 정황에 대한 금융사들의 선제적 자율배상을 촉구한 상태로 분쟁조정 기준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상품은 4대 은행에서만 15조9000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국민은행이 8조원대로 가장 많이 판매했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2조원대, 우리은행은 400억원대 규모다. 이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올해 시중은행 중에서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배상안 등이 거론되면서 ELS사태가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실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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