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HMM 인수 무산…영구채 등 일부 사항 이견 못 좁혀 협상 결렬
매각 과정 처음부터 다시 시작…인수자로 나설 기업 여부에 회의론 커져
업황 악화로 매수희망자 찾는 작업도 난항…대우조선해양 전철 밟을 가능성

4600TEU급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4600TEU급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매각 협상이 최종으로 무산됐다.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이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의 영구채(만기 없이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 등 일부 사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로 인해 해운업계에서는 HMM 재매각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6일 자정 산은, 해진공과 하림그룹의 HMM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하림그룹의 HMM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이 상실됐다.

앞서 지난해 8월 21일 HMM 경영권 매각의 첫 단추인 인수 예비 심사 입찰을 위한 서류 접수가 시작되면서 인수전의 서막이 시작됐다.

당시 HMM 인수전은 동원그룹, 하림그룹, LX그룹,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 AG)가 참여해 절대 강자가 없는 ‘3중 1약’ 형세를 보였다. 이후 독일 하팍로이드가 철수를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 간 경쟁이 이어졌다. 

HMM 드림호. 사진=HMM
HMM 드림호. 사진=HMM

재무상태와 영업현황, 사업계획 등 두 달간의 HMM 정밀 실사작업이 끝난 후 본입찰에서 LX인터내셔널이 빠지면서 2파전으로 전개됐다.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림그룹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HMM 지분 57.88%(3억9879만주) 인수 본입찰에서 6조4000억원을 써내 동원그룹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이후 7주간에 걸친 본계약 체결을 위한 매각 협상이 진행됐고 당초 지난달 23일에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매각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이달 6일로 한 차례 연장됐다. 그러나 결국 6일 자정까지 막바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매각이 불발됐다. 

불발 원인으로 하림그룹이 요구한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안, 재무적 투자자(FI·Financial Investor)인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하는 안 등 때문에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HMM보다 자산 규모가 작은 하림그룹의 현재 상황을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다 계획이 어긋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HMM 그단스크호. 사진=HMM
HMM 그단스크호. 사진=HMM

산은과 해진공은 향후 적정한 시기 HMM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해운업황의 불황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어려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하림의 HMM 인수 불발로 재매각이 불가피하지만 재매각 추진 시점과 그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재매각이 시작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계 8위, 한국 1위인 국적 선사를 매각하기 위해선 재무여력 있는 기업이 나서야 하지만 인수자로 나설만한 기업이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꾸준히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이 언급되고 있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두 기업 모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자금 동원력이 확실하고 HMM보다 덩치가 큰 국내 그룹이 인수하는 것이 해운업계를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에서 해운업황이 좋지 않아 선뜻 인수에 나설 기업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 재매각은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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