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기순이익 4조6319억원…전년보다 11.5% 증가
은행·비은행 계열 고른 성장…주당 배당금 3060원·주주가치 제고

KB금융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진=KB금융
KB금융이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사진=KB금융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걸출한 실력을 갖춘 누군가가 합당한 성과를 냈을 때 우리는 흔히 ‘A가 A했다’라고 한다. 실력을 입증해내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다는 찬사의 의미로 쓰인다. 그런 점에서 KB금융의 지난해 실적은 ‘KB가 KB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역대급 상생비용과 충당금으로 다른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꺾이는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비용을 쓰고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는 7일,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 전망치였던 4조8206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년인 2022년 4조1530억원보다 11.5% 성장했다. 특히 총영업이익이 역대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총영업이익은 16조22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증가했다. 이같은 성장에 KB금융그룹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비이자이익 중심의 견조한 실적 개선과 안정적인 비용 관리의 결실”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은 직전분기에 비해 81% 감소한 261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희망퇴직과 민생금융지원, 부동산 PF 등과 관련한 대손충당금 등 일회성비용 등이 반영된 영향이라는 것이 KB금융 측 설명이다. 이같은 요인을 제외하면 경상 순이익은 약 1조3000억원으로 불확실한 경영상황에서도 견조한 펀더멘털과 이익 체력을 유지한 것이란 분석도 함께한다. 

KB금융은 앞서 실적을 발표한 지주사들과 마찬가지로 충당금 및 민생금융지원비용 등에 많은 금액을 썼지만 결과는 달랐다. 타 금융지주사들 실적이 꺾이는 동안 이들과 다르게 순익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KB금융은 지난해 3조1464억원의 충당금전입액을 쌓으며 전년도 1조8477억원보다 70.3%나 많은 금액을 적립했다. 민생금융지원비용 역시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중 가장 많은 2450억원을 투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감소가 아닌 11.5%라는 성장을 보여준 것이다. 

이자·비이자이익 확대…은행·비은행 고른 성장 덕

이는 KB금융의 말마따나 탄탄한 이익 체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KB금융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일궈냈다. 순이자이익은 전년(11조5153억원) 대비 5.4% 증가한 12조1417억원이며, 비이자이익 역시 수수료 수익이 전년(3조5149억원) 대비 4.5% 증가한 3조675억원을 기록했다.

이자이익은 은행 원화대출금이 성장하고 증권,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이자이익 기여도가 확대되며 성장했다. KB금융 원화대출 자산은 342조원으로 1년간 13조원 늘었다. 카드이용금액은 전년 수준에 머물렀지만, 증권수탁수수료 증가 등 가맹점수수료 이익이 확대되면서 순수수료 수익도 늘었다.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재조정도 KB금융 이익확대에 기여했다. KB금융은 운용 중인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 관련 실적을 개선했고, 이를 통해 기타영업손익을 전년 1조2496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4139억원 흑자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들이 호실적을 내주는 등 은행과 비은행의 균형 있는 성장도 KB금융 실적에 날개를 달아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계열사별로는 KB국민은행이 3조2615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KB증권은 3896억원, KB손해보험 7529억원, KB국민카드 3511억원, KB라이프생명 2562억원 등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성장률도 남달랐다. KB국민은행 순이익이 전년보다 8.9% 증가한 가운데 KB증권은 전년보다 107.5%, KB라이프 88.7%, KB손보 35.1% 등으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KB금융 실적 중 은행이 전체의 66%, 비은행이 34%를 차지하는 등 고른 성장률을 보여줬다. 은행에 90% 이상 의존하는 타 금융지주사들에겐 이상적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성과의 결과로 지난해 말 KB금융그룹의 총자산은 전년 말에 비해 27조원 증가한 71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0.57%, 그룹 BIS자기자본비율 16.71%, 보통주자본비율 13.58% 등으로 안정적인 자산건전성도 입증했다.

사진=KB금융
사진=KB금융

주주환원 정책 강화…상생금융도 확대 지원

KB금융은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 의지도 드러냈다.

KB금융 이사회는 2024년 배당과 관련해, 이미 지급된 배당금 1530원을 포함해 총 3060원의 주당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년도 2950원보다 4% 증가한 것이다.

이사회는 또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상생금융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실적 발표회에서 서민금융상품, 저금리대환대출, 청년희망적금 등 약 7조4000억원의 사회적 금융을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회인프라 개선활동 등 사회공헌·지역사회투자에 3000억원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대상으로 1만3500여건의 무료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상생금융 방안도 소개했다. 리딩금융그룹 위상에 걸맞는 상생경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리딩금융은 되찾았지만...

KB금융은 역대 최고 성적으로 잠깐 빼앗겼던 리딩금융 자리를 재석권했다. 앞서 2022년, 신한금융지주가 4조6423억원으로 KB금융의 4조4133억 원을 앞지른 바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이 2022년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4조3680억원을 기록하면서 4조6319억원을 기록한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리딩금융 자리는 되찾았음에도 리딩뱅크 자리는 되찾지 못했다. KB국민은행은 전년에 비해 8.9% 성장하며 3조2615억원의 순익을 올렸지만, 하나은행이 지난해 3조47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리딩뱅크 왕좌를 가져갔다. 비은행 계열사들의 약진은 괄목할 만하나 은행 경쟁력 강화는 KB금융의 올해 숙제로 남게 됐다.

또 KB금융으로선 홍콩H지수 관련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도 올해 실적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홍콩 ELS는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2021년 홍콩H지수 고점 당시 판매된 홍콩 ELS의 만기가 올해 중 도래하면서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일 기준, 만기가 돌아온 7061억원의 평균 손실률은 53.1%로 고객들은 3313억원만 돌려받았다.

KB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전체 판매 금액(15조9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8조원을 판매한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선 올해 KB금융의 경영 실적이 ‘홍콩H지수 ELS’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달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벌써부터 손해배상 압박이 시작된 상황이다.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선제적 자율 배상을 촉구한 바다.

판매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으로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7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이종민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은 홍콩 ELS의 대응 방향에 관한 질문에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도 “다만 아직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되는 사안으로 손실배상과 관련돼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등 리스크로 꼽힌다. 다만 KB금융은 충분히 대응가능한 수준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쌓았던 보수적 충당금 적립도 올해 추가 적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부동산 PF 부실과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에 따라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5925억원을 추가로 쌓았고, 이로 인해 같은해 말 기준 KB금융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4조3774억원 규모였다.

최철수 KB금융지주 리스크관리총괄(CRO) 부사장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총 13조5000억원으로, 충당금 적립의 절반 이상은 은행이고 나머지는 증권과 보험 등에 부여됐다”며 “부동산 PF 관련 연체율은 0.8% 수준임에도 이번에 보수적,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부사장은 “보수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최악의 시점을 가정해서, 담보 부분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 계산했다는 것”이라며 “올해도 (이러한 충당금 적립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어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는 약 5조원인데 선순위 투자가 많아 포트폴리오가 나쁘지 않다”면서 “우려만큼 KB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쪽은 큰 영향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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