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퍼팩트스톰’ 복합위기 시대 도래…경영환경 지속 악화
영맨, ‘세대교체’ 명분으로 새로운 그룹 먹거리 사업 찾기 위한 경영 전략 구상
올드맨, 검증된 리더십 바탕으로 위기 돌파…미래 사업 비즈니스 모델 강화 포석
전문경영인 체제서 오너 경영 체제로 회귀…‘믿을맨’ 전면 배치로 위기 해법 찾기

세계 최대 가전·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세계 최대 가전·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기술)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프라 혁신 비전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HD현대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전 세계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퍼팩트스톰(Perfect Storm)’ 복합위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날이 갈수록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영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대기업은 오너 일가(家) 3·4세들을 대거 경영 전면에 등판시켰고, 중견·중소기업계에서는 경영 전면에서 물러났던 창업주들이 다시 등판하며 올드보이(OB)들의 귀환이 이어졌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영맨의 등판을 두고 올해 각 그룹에서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새로운 그룹의 먹거리 사업을 찾기 위한 경영 전략 구상과 함께 그룹 승계를 위한 시험대에 올린 것으로 보고 있고, 올드맨의 복귀를 두고서는 검증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업의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최근 글로벌 상황을 살펴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연이어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그리고 대만·중국 긴장 고조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친이란 세력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Houthis) 반군이 홍해를 오가는 상업용 선박들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신(新)중동전쟁에 버금갈 만큼 국제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미 불안정한 지정학적 리스크(RISK·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패권경쟁 등으로 원자재·에너지 공급망의 불안정한 상황이 확대돼 주요 기업마다 글로벌 공급망의 위험성으로 인한 경영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大恐慌·The Great Depression)을 연상케 할 만큼 글로벌 경제가 침체기에 빠져든 모양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가계 실질 소득 감소 영향 등의 여파로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는 우리나라가 오는 4월 10일 22대 총선을 앞두고 있고 미국 대선, 러시아 대선, 대만 총통 선거, 인도네시아 대선,  인도 총선, 멕시코 대선 등 43개국에서 주요 선거가 있어 이로 인한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와 긴밀히 연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정치 리스크로 인해 국제 경제 상황도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정기선(41) HD현대 부회장이 2021년 10월 사장에 임명된 지 2년 1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10일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3세 경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는 30여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 체제가 막을 내리고 오너 경영으로 돌아가게 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6남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 부회장이 차기 총수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기 시작하면서 HD현대의 3세 경영에 속도를 붙여가는 중이다.

건설사 오너 3·4세들도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세대교체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오너 일가 4세인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 사장을 최고경영책임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로 선임해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이로써 GS건설은 10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 건설부문 부사장은 해외사업본부장으로 7년 만에 복귀했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가 3세인 박세창 금호건설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도 오너 4세인 김건호 사장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SK그룹의 경우 올드맨인 사촌동생과 영맨인 오너가 3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최태원(63)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59)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로 불리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돼 최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또 SK그룹 오너가 3세이자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34) 본부장도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을 맡아 입사 7년 만에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돼 미래 사업을 맡게 됐다.

중견·중소기업계에서는 최근 귀뚜라미그룹의 창업주인 최진민 회장이 약 4년 만에 귀뚜라미홀딩스 대표이사에 복귀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2년 전 공장화재로 인한 내부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대표로서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제너시스BBQ는 올해 1월 1일자로 대표이사에 윤경주 부회장을 선임했다. 윤 부회장은 창업주 윤홍근 회장의 동생으로 앞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윤 부회장의 복귀로 제너시스BBQ는 2년 3개월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오너가 3·4세 또는 올드맨이 돌아오는 것은 경영 위기를 극복할 ‘믿을맨’을 전면에 두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방안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이미 재계에서는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화두가 되는 분위기이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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