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발표…지난해 순익 전년동기 대비 19.9% 감소
주 계열사 순익도 감소…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필수 요건

우리금융지주가 6일 2023년 4분기 및 연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지주가 6일 2023년 4분기 및 연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금융지원 및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줄어들며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연간 순이익 3조원 달성에도 실패했다. 다만 올해는 반등의 기회를 노려볼 청신호도 켜진 상태다.

우리금융은 6일 ‘2023년 4분기 및 연간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3조1416억원 대비 19.9%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780억원으로 쪼그라들며 직전 분기(8990억원)와 비교해 91.3% 하락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민생금융지원 등 일회성 비용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적 비용을 반영하며 위기대응력을 강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4분기 1694억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비용을 반영했고, 충당금도 5250억원을 적립했다.

한층 상세히 살펴보면 우리금융의 그룹 전체 순영업수익은 9조8374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이자이익은 8조7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조달비용 증가로 연간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전년 대비 3bp 하락했지만, 신성장산업 중심의 견조한 대출 성장세에 힘입은 결과라는 것이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특히 비이자이익은 1조948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는데, 이는 민생금융지원 수치가 반영된 것으로 민생금융지원비용을 제외한다면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실적이다. 우리금융은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수수료 이익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유가증권 관련익 등이 전년 대비 증가한 데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금융은 지난해 상반기에 미래 경기전망 조정 등을 반영해 2630억원의 선제적 충당금을 적립했고, 이어 4분기에도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적 충당금으로 약 5250억원을 추가로 적립했다고 밝혔다.

자산건전성은 2022년에 비해 악화됐다. 지난해 말 은행 연체율은 0.26%로 전년 말 대비 0.4%p 상승했고, 카드 연체율은 1.22%로 전년 말 대비 0.02%p 올랐다. 그룹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35%로 전년 말 대비 0.04%p 상승했다.

은행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순익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우리은행 순이익은 2조51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우리카드 순이익은 11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3% 줄었으며, 우리금융캐피탈 순이익도 1280억원으로 전년보다 30.1% 하락했다. 우리종금은 530억원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3·4위 경쟁 무색해진 격차 

우리금융의 실적은 먼저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그룹과 격차가 더 커진 상황이다. 대규모 충당금 및 민생금융지원 등 영향으로 금융지주사 실적이 전반적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순이익 격차가 1조원가량 벌어졌다.

하나금융 역시 충당금 및 민생금융지원 비용 지출로 순이익이 줄었지만 전년과 비교해 3.3%(1190억원) 줄었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19.9%(6250억원) 줄어들며 격차가 벌어졌다. 우리금융이 하나금융(1조7148억원)보다 많은 1조 881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지만, 민생금융지원비용의 경우는 하나은행이 3557억원으로 우리은행보다 799억원 많았다.

이자이익은 2023년 기준 하나금융 8조9530억원, 우리금융 8조7425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비이자이익 격차가 컸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조9070억원으로, 전년(1조1540억원)에 비해 7530억원 늘어난 가운데 우리금융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1조1491억원에서 1조948억원으로 543억원이 줄었다. 비이자이익으로만 8122억원 차이가 난다.

국내 금융지주 순위 3, 4위 경쟁을 펼쳐 온 우리금융, 하나금융이지만 두 지주사의 순이익 격차는 2022년 4289억원에서 지난해 9349억원까지 벌어졌다. 때문에 우리금융으로서는 전년과는 다른 성장동력을 갖춰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연합뉴스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시급

우리금융의 실적 반전을 위한 성장동력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거론돼왔다. 우리금융 실적에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 의존도가 99%이상으로 쏠림 현상이 심한 데다 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보험사가 없는 상황인 탓이다.

임종룡 회장 역시 취임 때부터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지만, 좀처럼 이렇다 할 매물이 나타나주지 않았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자문사 선정, 실사 후 결국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전에서 퇴장했다. 이후 부상한 것이 한국포스증권 M&A다.

우리금융은 6일 이사회에서 포스증권 인수를 논의했고, 이에 앞서서는 금융당국과 인수안을 논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포스증권은 2013년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펀드온라인코리아’로 설립된 소형 증권사로, 한국증권금융이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다. 대면 서비스가 가능한 점포가 없는 온라인 증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포스증권은 2021년 75억원, 2022년 7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상황의 포스증권을 우리금융이 인수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금융의 증권업 라이선스 확보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다만 우리금융은 포스증권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 부사장은 6일 진행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잠재 매물은 검토 가능한 대상이고, 언론에 회자되고 있는 증권사도 그중 하나”라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우리금융이 포스증권의 지난 실적과 전국 영업망이 없는 온라인 판매 전문 등을 고려해 매물의 매력을 낮게 봤거나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포스증권이 아니더라도 우리금융이 증권사를 인수하게 될 경우 우리종금과 합병 등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 관련해 이 부사장은 “M&A 원칙은 적정 자본 비율 내 건전 경영 및 주주 이익 극대화, 자기자본이익률(ROE) 제고, 계열사 간 시너지 극대화”라며 “그룹 시너지 및 기업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힌 바다.

낮은 리스크·주주환원 강화는 청신호

우리금융의 지난해 실적은 수치로만 보면 암울하다. 다만 올해 타 금융지주에 비해 낮은 리스크 등으로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데다 주주환원 강화 등 행보도 우리금융에는 청신호다.

최근 금융권은 부동산 PF, ELS 불완전판매 논란에 따른 배상 가능성 등으로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타 지주사들에 비해 우리금융은 부동산 PF 관련 손실, 상업용 부동산 평가손실, ELS 불완전판매 이슈 등 규모가 적어 리스크 또한 적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리스크 관리 면에서 타 지주사들에 비해 유리한 입지인 우리금융이 성장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에 몰두해야 할 타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라며 “성장 추진에 방점을 찍고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주환원강화 정책도 청신호다. 순익 감소 여파에 우리금융의 주당배당금(DPS)이 전년 대비 줄어들기는 했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은 33.7%로 전년 26.2%대비 7.5% 올랐다.

보통주자본(CET1)비율 목표치도 기존 12%에서 13%로 상향했다. 이 부사장은 “그룹 CET1비율은 13% 이내에서는 총주주환원율을 35%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13%를 초과할 경우 총주주환원율 35% 이상을 추진하되 중장기 목표 총추주환원율은 50%로 설정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은 우리금융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부진하기는 하나 주주환원으로 중장기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렸다. 백두산 연구원은 “자산 건전성 관련 버퍼가 상당 부분 마련된 상황에서 주주환원 확대로 인한 중장기 ROE 제고 및 자본 비용 축소가 예상된다”며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이 229%로 크게 개선된 상황을 고려할 때 NIM(순이자마진) 하락에도 2024년 지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 증가할 것”이라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키움증권도 우리금융이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서도 주주환원 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2.5% 올렸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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