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할인’ 일색 선물세트...품목보다 ‘실속’ 강조
금값된 과일 선물세트는 꿈도 못 꿔...5만원 이하는 수입산
힘든 물가 상황 속 어려움 나누는 의미로 전달될 것

이마트 신도림 타임스퀘어점에서 설날 선물세트 판촉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정호 기자
이마트 신도림 타임스퀘어점에서 설날 선물세트 판촉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정호 기자

[뉴스워치= 정호 기자] “구매하시면 하나 더 드려요.”

6일, 설날을 불과 사흘 앞둔 가운데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대형마트 3사의 판촉 전쟁이 올해도 치열하다. 참치, 건강식품, 조미김 등 선물세트 매대 앞을 지키고 있는 직원들은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특히 많이 팔린 상품이다”, “이번에 특별 기획된 실속 제품이다” 등등 선물을 살펴보는 고객에 강조했다. 높게 쌓인 매대 위에는 채 만원이 되지 않는 제품부터 ‘1+1’, ‘20% 할인 스티커’, ‘행사카드 할인’ 등 실속을 강조하는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 스티커에도 고객들은 구성품을 천천히 훑어나갔다.

새해를 맞이 했음에도 여전히 “마시는 공기 빼고 전부 올랐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식료품부터 주류, 의복을 전부 아우르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달 113.15로 전년 대비 2.8% 상승했다. 대형마트는 소비자 물가 부담에 맞춰 실속을 강조하는 제품수를 가득 늘렸다. 이날 돌아본 이마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홈플러스 신도림점·롯데마트 양평점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를 내세우는 제품에 동일 상품 추가 제공, 상시 할인 및 카드 할인 혜택을 더했지만 고객들은 선물을 고를 때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바로 옆에 더 실속을 갖춘 제품을 발견할 때 가격표를 살펴보기 바빴다. 이마트에 직원 선물을 구입하러 온 40대 회사원 A씨는 “아무래도 명절을 앞두고 있다 보니 직원들을 챙기기 위해 선물세트를 사러 나왔다”며 “지난해 설날보다 선물세트 가격이 더 높아져 20만원은 더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인기 제품인 참치·햄 선물세트 가격대를 1만8900원부터 4만7740원까지 구성했다. 가격표 옆에는 10+1이라는 문구가 붙은 제품이 많았다.

홈플러스 매장 내 높이 쌓인 가성비 선물세트. 사진=정호 기자
홈플러스 매장 내 높이 쌓인 가성비 선물세트. 사진=정호 기자

홈플러스에서는 식용유와 조미료 세트, 참치·햄 선물세트를 높이 쌓아두고 판매하고 있었다. 높이 2m 남짓한 선물세트 매대에서는 ‘3+1’, ‘20% 할인’ 등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롯데마트도 참치·햄 선물세트를 두고 ‘10+1', ‘3+1'임을 강조했다.

올해 선물세트 구성에서는 유독 김이 많았다. 대형마트 세 곳 모두 김을 별도로 모아둔 칸을 구성해 놓았다. 감태김, 곱창김, 들기름김 등 김 종류만 수십개가 넘어갔다. 김 선물세트는 9900원부터 3만원을 약간 넘는 구성품이 많았다. 롯데마트에서 선물 받을 지인의 목록을 살피던 부부는 쇼핑 카트에 선물세트를 가득 담았다. 김 선물세트를 살펴보던 B씨는 “요즘 선물세트 가격이 많이 높아졌는데, 김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밥 반찬으로도 좋고 저장기간이 길어 선물세트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물세트에서 가장 부담이 늘어난 품목은 단연 과일이다. 1월 발표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사과, 배, 귤가격이 각각 56.8%, 41.2%, 39.8% 비싸졌다.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되는 사과와 배 세트 가격 구성은 대부분 5만원에서 7만원 대를  형성했다. 홈플러스에서는 특히 행사카드 결제 시 2만원 할인혜택을 강조했다. 홈플러스에서 이 가격대를 밑도는 제품은 샤인머스켓 외에 애플망고 등 수입산 과일이 전부다. 40대 주부 C씨는 “요즘에 과일값이 너무 올라 사먹을 엄두도 나지 않는 가운데 선물세트를 보니 더 부담된다”며 “아무래도 올해 선물로 받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사과 배 혼합세트와 샤인머스켓 선물세트의 가격.사진=정호 기자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인 사과 배 혼합세트와 샤인머스켓 선물세트의 가격. 사진=정호 기자

주류 코너에도 근근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2만원대부터 9만9000원대 와인부터 가성비 위스키 등이 눈에 띄었다. 복분자·산삼 등 전통주 등도 3만원대 가성비 선물 세트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카트에 한가득 와인세트를 담던 D씨는 “요즘 선물도 트렌드가 다양해지면서 젊은 사람들은 참치와 햄보다는 와인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커피믹스, 캡슐 선물세트도 2만~3만원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차 종류가 선물 세트로 선호된 것과 달리 홈카페에서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설날이 찾아 왔지만 물가가 유독 반갑지 못한 것 같다. 예전 선물세트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한우 선물세트는 정육 코너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마저도 호주·미국산 소고기 선물세트에 옆자리를 내줬다. 대신 그 자리를 가성비 선물세트가 채우고 있었다. 올해도 생필품부터 다과, 건과류 등 선물세트가 고마움을 전할 예정이다. 비록 가격이 비싼 선물은 아니더라도 힘든 시간에 기쁨을 나누기 위해 주고받는다는 의미가 커 보인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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