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M&A에 속도낼 듯…‘경영 족쇄’ 풀린 이재용 회장 컨트롤 타워 복귀
검찰 항소 가능성 있지만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 일단 해소…‘뉴삼성’ 본격 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겪은 ‘사법 리스크(RISK·위험)’가 일단 다소 해소되는 모양새다.

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삼성 전·현직 임직원 13명도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거짓 공시, 분식회계 혐의까지도 무죄로 인정 받았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9월 검찰 기소 후 1252일, 약 3년 5개월 동안 이어진 사법리스크 부담을 일부 덜게 됐다. 아직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핵심이었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1심 재판부의 인정을 받게 되면서 ‘경영 족쇄’가 풀리게 됐다.

삼성은 재판 결과와 관련한 별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회장 측 변호인단만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전했다.

1심 무죄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과 이제 막 회복세에 들고 있는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는 “글로벌 기업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 우리 수출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고 첨단산업 투자에 대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현재 여건을 감안하면 판결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금번 판결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됐던 의혹과 오해들이 해소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그룹은 그동안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상 불확실성을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6일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집무실로 정상 출근해 평상시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일상 업무에 나선 가운데 향후 미래 전략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이 이전까지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현장 경영을 해온 만큼 오는 설에도 해외 탐방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재계에서는 무죄 선고로 인해 이 회장의 경영 보폭이 한층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삼성의 위기 극복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만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인텔에 반도체 공급사 매출 1위 자리를 내줬고, 강점을 보였던 스마트폰 영역에서도 애플에 전 세계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도 13년만에 뺏겼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로봇 등의 분야에서 기업인수합병(M&A·Mergers & Acquisitions) 등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삼성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향후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M&A,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 양해각서 및 업무협약(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등에도 시동이 걸며 본격적인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대규모 인사나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지난해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 등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5년 가까이 미등기 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등기 임원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재돼 이사회 활동을 하는 임원을 말한다. 이와 달리 미등기 임원은 등기부등본에 오르지 않고 이사회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회장·사장 등 직함을 갖고 업무하는 임원을 일컫는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주주총회에 관련 안건이 상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통해 ‘이재용식 뉴삼성’의 실현 등을 위해 이 회장이 삼성의 컨트롤 타워로 전면에 등장해 위기 해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컨트롤 타워 부재로 굵직굵직한 투자와 M&A에 소극적으로 나와 위기에 제때 대응을 해오지 못했었다”며 “그 결과 현재의 삼성 위기가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삼성의 위기 골든 타임에 등판한 만큼 향후 경영 행보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반등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며 “3년 5개월간 멈춘 삼성의 시계가 이제야 제대로 움직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 주요 일지

2015년
▲ 5월 26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이사회에서 합병 결의 발표
▲ 5월 27일 = 엘리엇, 주주자격으로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의사 통보
▲ 7월 17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임시 주주총회 개최. 합병안 가결
▲ 7월 17일~8월 6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 9월 1일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 12월 =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변경

2016년
▲ 11월 10일 = 삼성바이오 유가증권시장 상장
▲ 12월 = 참여연대·정의당 심상정 의원,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제기

2017년
▲ 1월 12일 = 국정농단사건 박영수 특별검사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 피의자 조사
▲ 1월 19일 = 이재용 회장 1차 구속영장 기각
▲ 2월 17일 = 이재용 회장 2차 구속영장 발부
▲ 2월 28일 = 특검, ‘국정농단 의혹’ 이재용 회장 등 17명 기소, 수사 마무리
▲ 7월 12일 = 엘리엇,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중재신청서 제출. 한국 정부 상대로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제기하며 7억7000만달러(9871억4000만원·달러당 1282.5원 기준)의 국가 배상 요구
▲ 8월 25일 = 법원, 이재용 회장 국정농단 사건 1심 징역 5년 선고

2018년
▲ 2월 5일 = 이재용 회장, 2심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받고 석방
▲ 7월 19일 = 참여연대, 삼성바이오 회계 부정 혐의로 검찰 고발
▲ 11월 20일 = 증권선물위원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 고발
▲ 12월 13일 = 검찰, 삼성바이오·삼성물산 압수수색

2019년
▲ 5월 16일 = 검찰,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압수수색
▲ 8월 29일 = 대법원, 이재용 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
▲ 12월 9일 = 법원, 삼성 임직원들 증거인멸 혐의 1심 유죄 선고

2020년
▲ 5월 = 검찰, 이재용 회장 1·2차 소환 조사
▲ 6월 2일 = 이재용 회장,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
▲ 6월 4일 = 검찰, 이재용 회장 등 3명 주식시세 조종·분식회계 혐의 구속영장 청구
▲ 6월 9일 = 이재용 회장 등 3명 구속영장 기각
▲ 6월 11일 =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 이재용 회장 사건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결의
▲ 6월 12일 =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 6월 26일 = 대검찰청 수사심의위, 이재용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
▲ 9월 1일 = 서울중앙지검, ‘삼성 부당 합병·승계 의혹’ 이 회장 등 11명 불구속 기소

2021년
▲ 1월 18일 = 법원, 이재용 회장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징역 2년 6개월 선고. 법정구속
▲ 8월 9일 =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개최. 이재용 회장 가석방 결정

2022년
▲ 8월 12일 = 이재용 회장, 8·15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 경영활동 복귀

2023년
▲ 6월 20일 = PCA, 한국 정부→엘리엇 690억원 배상 판정
▲ 11월 17일 = 검찰, ‘삼성 합병·승계 의혹’ 이재용 회장에 징역 5년, 벌금 5억원 구형

2024년
▲ 2월 5일 = 법원, ‘삼성 합병·승계 의혹’ 이재용 회장에 무죄 선고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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