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가계부채 적신호…올해도 연초부터 급증 현상
대출갈아타기서비스 및 금리경쟁 여파…정책금융상품도 주요 변수

연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흥행에 대출이 증가세다. 올해 정책금융상품 및 은행들의 경쟁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흥행에 대출이 증가세다. 올해 정책금융상품 및 은행들의 경쟁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해 켜진 가계부채 적신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금융당국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흥행으로 연초부터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증가 요인도 적지 않아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1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말(692조4090억원)보다 2조9050억원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한달새 529조8920억원에서 534조3250억원으로 4조4330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가계부채 증가세는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흥행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 주도 하에 추진된 대환 대출 플랫폼은 지난해 5월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올해 1월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상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금융 소비자사 갈아타기로 몰리면서 주담대 대환대출은 서비스 시행 첫날인 1월 9일부터 2월 1일까지 24영업일 간 5대 시중은행에 2조5340억원이 접수됐고, 전세대출 갈아타기는 지난달 31일 출시돼 이틀 만에 1640억원 수요가 집중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대환대출 고객을 잡기 위해 금리 경쟁을 벌였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신규 차주들까지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기존 차주가 더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기에 기존 대출 잔액 제한 영향에 따라 가계부채가 크게 급증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금리 경쟁이 변수가 된 것이다.

실제 신규 주담대에서 금리가 연 1.4%p까지 인하되는가 하면 전세대출의 경우는 평균금리가 갈아타기 서비스 시행 전보다 최대 2%p 가까이 낮은 연 3.46% 상품이 등장했다. 지난달 전세대출 잔액 기준 평균 금리는 4.7~5.45%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3.50%로 동결된 상황이기에 최근 가계 대출 금리 하락은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영향이라는 것이 금융권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31일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이후 다수 은행에서 갈아타기 서비스뿐만 아니라 신규 주담대도 금리를 인하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금융권의 금리 경쟁이 촉진되면서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금리 수준도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환대출 서비스에 따른 고객 유치 경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더욱이 오는 26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기에 대출 수요는 당분간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형 금리 상품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할 때,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더한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제도다. 현재로선 DSR 40%로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은행권 기준)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스트레스 DSR이 도입될 경우 가산금리가 더 적용되면서 결과적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더 줄어들게 되기에 스트레스 DSR 도입 전 대출을 실행하고자 하는 이들이 급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계 대출 수요를 자극할 변수가 더 있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5대 은행 가계대출잔액은 지난해 1월 말 688조6480억원에서 4월 677조4690억원까지 감소했다가 5월 말 677조6120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달까지 9개월 동안 18조원이 늘었는데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로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급증, 최근 출시된 정부의 정책금융상품 등이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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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의 주담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은행은 주담대를 크게 확대하며 이자 수익을 극대화했다. 국회 기획재정부 소속 양경숙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은행 3사의 전·월세를 포함한 주담대 단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26조6383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70.8%(11조455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증가율은 3%였다.

인터넷은행들의 주담대 영업은 올해도 공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주담대 규모를 늘리고 있으며, 대환대출 서비스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성장성도 갖춘 상태다. 금융권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담대 등 대출이 인터넷은행의 대출 증가세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을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지목했던 만큼 올해 인터넷은행들의 대출 증가세가 가계부채 관리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달 29일부터 공급이 시작된 신생아 특례대출 공급 등 정부의 정책금융상품도 가계부채 관리의 핵심 변수다. 지난해와 같은 급증 현상이 나타나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금융상품 공급규모를 최대한 조이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기 당시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돕는다는 취지로 특례보금자리론이 1년 한시운영됐는데, 수요가 몰리면서 당초 공급계획이었던 39조6000억원을 뛰어넘게 됐고 이로 인해 지난해 정책금융상품 공급규모는 총 59조5000억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는 40조원 안팎으로 설정하고 보금자리론을 10조원에서 ‘±5조원’ 규모로 탄력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신생아 특례대출 공급규모는 27조원대며, 이를 포함한 디딤돌 대출 약 35조원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발맞춰 정책금융상품 규모가 40조원 수준에서 공급될 수 있도록 보금자리론을 운영한다는 것이 금융위 방침이다.

하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계대출 관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특례보금자리론이 흥행하면서 중저가 주택 가격이 움직였고 내집마련 수요가 증가,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더해 금융시장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을 본딴 50년 만기 주담대 등 DSR규제우회 상품까지 더해지며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초과가 가계대출 증가세로 이어졌던 만큼 신생아 특례대출 공급 역시 시장 변화와 대출 증가로 이어질 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자격요건이 까다로운데도 불구하고 신생아 특례대출은 이미 출시 첫날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이트에 접속자가 몰리는가 하면 출시 일주일만에 신청 규모가 2조원을 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이 출시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9631건의 대출 신청이 이어졌으며, 규모는 2조4765억원에 이른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올해도 가계부채 관리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경상 성장률 이내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새해 들어 한 달만에 5대 시중은행에서만 주담대가 4조원 넘게 늘어난 상황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통해 관리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금감원에서 열린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올해도 대내외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잠재된 부실 위험이 가시화되는 등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금융당국은 유기적인 공조 체계를 갖춰 위기 상황에 신속·체계적으로 대응했고 앞으로도 금융안정을 굳건히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업권별·대출 종류별 모니터링을 통해 증가속도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상환능력 위주 여신심사 정책을 위해 DSR 적용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스트레스 DSR 제도 시행과 안착도 지원한다.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해서도 적용중인 RTI(임대업 이자상환비율)와 LTI(소득 대비 대출비율) 운영현황 점검을 통해 개인사업자대출 리스크 관리 등 적정성을 분석·평가한다.

대출을 내주는 은행권에 대해서는 핵심성과지표(KPI) 설정과 DSR 우회방법 등 대출 관행의 개선을 추진하고,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중심으로 가계대출 질적 구조개선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부실에 대비해 5월 시행될 경기대응완충자본뿐 아니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른 은행별 자본비율 하락폭에 따라 차등적 추가 자본 부과도 추진할 계획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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