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 부진·국제유가 상승 ‘악재’ 줄이어…홍해 막히며 유럽 수출 ‘난항’
중국 업체 증설 영향 받아…현지 내수 시장 침체 및 저가 전략으로 공급과잉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석유화학업계(석화업계)가 중국발(發) 리스크(RISK·위험)로 인해 쉽지 않은 한 해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친이란 세력 이슬람 시아파 무장단체인 예멘 후티(Houthis) 반군이 홍해를 오가는 상업용 선박들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전세계 해상물류가 막히며 한국의 유럽 수출에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5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황이 지독한 암흑기에 빠져들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간 가운데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지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선방했던 국내 주요 석화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Earning shock)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화학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Conference Call)을 열고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조5292억원으로 전년보다 15.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55조2498억원으로 전년 대비 8.4%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2조534억원으로 6.5%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3조13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 줄었고, 영업이익은 2474억원으로 18.2% 늘었다.

오는 7일 실적발표 예정인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 281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깜짝 실적)를 기록하며 6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선 바 있다. 그러나 한 분기 만에 다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매출액 6조3223억원, 영업이익 3590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각각 20.7%, 68.7% 급감한 수준이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적자폭을 개선했으나 효성화학도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에서 영업손실 188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791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지난해 3367억원과 비교해 크게 개선됐다. 

한화솔루션 등 다른 주요 석유화학업체들도 석유화학 시황 침체로 줄줄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역시 뚜렷한 업황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아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힘든 한 해가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는 중국이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후 본격적인 리오프닝(Reopening·경제활동 재개)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리오프닝이 시작된 이후 중국 부동산 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더딘 경제 성장을 보이며 경색된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또 중국이 설비를 증설하면서 에틸렌 등 기초제품에 대한 공급이 확대됐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5174만톤으로 2018년(2565톤)보다 배 이상 커졌다. 석화업계는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2026년 5601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틸렌은 나프타 등 석유 유분을 정제해 얻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폴리에틸렌(PE·Polyethylene), 에탄올, 폴리염화비닐(PVC·Polyvinyl chloride) 등의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에틸렌 생산이 늘면서 석유화학 제품 공급도 증가했고 이는 공급 과잉을 낳았다.

결국 최대 시장인 중국의 불황으로 내수시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과잉 생산된 석화 제품을 처리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한국 석화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 밀려 수출이 쪼그라들게 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공장 전경. 사진=한화그룹
한화솔루션 케미칼 공장 전경. 사진=한화그룹

중국 정부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에도 경제 부양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에도 중국의 내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발 공급 과잉 및 수요 부진의 나비효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후티 반군이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지를 표명하며 국제 해상 운송의 요충지인 홍해에서 무력 시위를 시작하고 있어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들이 이집트 수에즈 운하(Suez Canal)를 통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돌고 있는 탓에 운항일수 증가와 선복량 확보 난항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출에 악재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457억달러(60조9638억원)를 기록했다. 2022년보다 15.9% 줄었다. 또 지난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170억달러(22조6780억원)로 2022년보다 17.7% 감소했다.

석화업계가 석유제품 가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고부가가치(스페셜티)제품과 ‘배터리 소재’ 사업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portfolio)를 다각화해 불황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LG화학은 첨단소재부문을 통해 양극재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통해 동박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 전방산업의 둔화세로 인해 이차전지 시장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공장 가동률은 각각 LG화학 75.3%, 롯데케미칼 80.1%, 한화솔루션 72.1%, 금호석유화학 64.7%를 기록했는데 2년 전인 2021년에는 LG 91.9%, 롯데 89.6%, 한화 93.3%, 금호석화 85.3% 등으로 평균 9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였지만 2년 만에 약 20%가 하락했다”며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수익성 낮은 사업을 정리하면서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다소나마 나아질 수 있지만 이는 ‘착시효과’일 뿐이고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석화업계도 이차전지 소재, 재생 플라스틱, 태양광 등 신사업으로 방향을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전환해 미래 먹거리 사업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신성장동력 육성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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