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직원 1800여명 희망퇴직…퇴직자 수 줄고 평균 퇴직금 5억원 수준 예상
은행들 홍콩H지수 ELS 악재가 독…판매 수수료 7000억원 이익까지 ‘돈잔치’ 비난 쇄도

지난해 말과 연초사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 형태로 퇴직한 이는 총 1868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의 평균 퇴직금은 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말과 연초사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 형태로 퇴직한 이는 총 1868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의 평균 퇴직금은 5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지난해 말 이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결과 은행을 떠난 퇴직자와 이들이 받은 퇴직조건은 예년보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 악화 영향이 컸는데 홍콩H지수 ELS사태와 맞물리면서 은행을 향한 비난은 오히려 더 커진 모양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곳의 은행에서 희망퇴직 형태로 퇴직한 이는 총 1496명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372명이 회사를 떠났다. 다섯 은행을 합하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희망퇴직으로 퇴사한 이는 모두 1868명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 674명, 신한은행 234명, 하나은행 226명, 우리은행 362명 등이다. 국민과 신한, 하나은행은 모두 지난해 1월(713명·388명·279명)보다 퇴직자가 줄었으며, NH농협은행도 지난 2022년 말 493명보다 퇴직자가 줄어들었다. 우리은행만 2022년 1월 349명보다 퇴직자 수가 늘었는데, 이는 퇴직 대상 인원이 1년 전보다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을 떠난 희망퇴직자 역시 1년 전 2222명에 비해 354명이 줄어들며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행들의 희망퇴직자 수가 줄어든 것은 올해 희망퇴직 조건이 나빠진 탓이다. 5대 은행은 이번 시기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희망퇴직금 기준을 최대 31개월치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초 근무 기간 등에 따라 최대 35~36개월치 급여를 지급한 것에 비하면 4~5개월치 급여가 줄어든 것이다. 단적인 예로 NH농협은행은 40~55세 직원에 39개월치까지 지급하던 월평균 급여를 20개월치로 줄였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전에는 희망퇴직금 및 혜택 규모가 워낙 컸고, 부동산 및 투자 자산 가격도 오를 때라 금퇴자로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이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고 희망퇴직조건 역시 축소돼 회사에 남겠다는 생각으로 선회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 은행직원들 역시 ‘인생 2막’이라며 기회로 인식했지만 조건이 나빠지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특히 희망퇴직 조건 축소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비판, 이로 인한 여론 악화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종노릇’ 등 지적에 이어 정부 지적도 이어졌다.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은행들의 희망퇴직 신청 접수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국민은 은행들이 이자 수익으로 잔치를 하고 임금을 올려달라고 투쟁하는 것을 고깝지 않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고, 같은달 20일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우리 경제를 바닥부터 떠받쳐 온 골목상권은 붕괴 우려에 있는데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을 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런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여론 역시 악화했고, 이를 의식한 은행들이 희망퇴직 시 조건을 축소한 것이다. 다만 조건은 이전보다 나빠졌다고는 하나 퇴직자들은 올해에도 평균 5억원대 퇴직금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5대은행의 지난 2022년 1인당 평균 총퇴직금은 5억4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법정 기본퇴직금 평균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 3억6000만원을 더한 수치다.

올해 은행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4~5개월치 급여를 축소했고, 이에 따른 축소분은 2000만~3000만원대로 추정된다. 다만 여기에 임금 인상 등을 반영하게 되면 올해 역시 1인당 평균 퇴직금은 5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같은 금액은 평균치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금액을 희망퇴직금으로 받은 이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 회사를 떠난 은행원 중 장기 근속자 등 일부는 법정 기본퇴직금과 특별퇴직금을 더해 10억원 이상을 받기도 했다. 하나은행이 퇴직금 상위 5명의 수령액이 모두 10억원을 넘으며 세간을 놀라게 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퇴직금 수령액 상위 5명도 1인당 7억∼9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던 바다.

은행들이 희망퇴직 조건을 축소했고, 이로 인해 희망퇴직자 수도 줄어든 상황이지만 퇴직금 수준은 여전히 타 업계보다 현저히 높다. 때문에 여론 사이에서는 “조건이 나빠진 게 맞나”, “볼 때마다 부러운 은행업”, “그들만의 돈잔치”, “다른 세상 얘기같다”는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의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 수익과 희망퇴직 실시 소식이 맞물리면서 여론 비난이 커진 상황이다. 사진=네이버 커뮤니티 캡처
은행들의 홍콩H지수 ELS 상품 판매 수익과 희망퇴직 실시 소식이 맞물리면서 여론 비난이 커진 상황이다. 사진=네이버 커뮤니티 캡처

이에 더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부정적 반응을 줄여보려던 은행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간 모양새다. 5대 은행이 3년 동안 ELS 상품을 팔아 7000억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거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2021년부터 2023년 3분기까지 ELS 판매 수수료로 6815억 70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 은행들은 주로 증권사가 설계·발행한 ELS를 가져와 신탁(주가연계신탁·ELT)이나 펀드(주가연계펀드·ELF) 형태로 팔았는데, 은행들은 ELT의 경우 보통 판매액의 1%, ELF에서는 대면과 비대면 판매액의 각 0.9%, 0.7% 수준의 수수료를 챙겨왔다. 은행들은 3년동안 수수료율이 더 높은 ELT 판매에 몰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행이 7000억원대 수수료 이익을 거둔 것과 달리 상당수 ELS 가입자는 원금 회수도 어려운 처지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 ELS 상품 중 올해초부터 지난 2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건 7061억원어치인데, 고객이 돌려받은 돈은 3313억원에 불과하다. 평균 손실률이 53.1%에 이른다.

ELS 피해자들이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판매 수수료로 수천억원대 이익을 올렸다는 비난이 이어진다. 이에 더해 은행들의 희망퇴직금이 평균 5억원대일 것이란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은행들을 향한 비난의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 은행들의 희망퇴직 실시 및 ELS 판매 수수료 이익 집계액이 알려진 뒤 여론의 반응은 더욱 격해졌다. 여론 다수는 “ELS 팔아 퇴직금 마련?”, “ELS 피해자의 피눈물로 돈파티를 한 셈”, “평생 모은 돈 날린 고객들도 많다는데 은행들은 손해 안보고 직원 성과급에 몇억, 퇴직금에 몇억씩이라뇨”, “후진국형 금융사기로 피해자 피눈물 짜낸 수수료로 성과급 잔치하고 퇴직금 잔치하고”라는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ELS 사태는 은행 판매 행태로 피해를 본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은행의 거액 퇴직금 지급과 맞물리며 비난을 키우고 있다. 은행들은 그간 이자 장사, 성과급 돈잔치 등 비판에 민간기업임을 강조해왔고 성과급 등 직원 대상 보수 수준에 대해서도 세계적 추세, 기업의 당연한 성과 분배 등이라는 논리로 항변해왔다.

일례로 외부용이 아닌 내부용이라는 이유로 홈페이지에 공개됐다가 삭제됐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는 “은행 등 금융업 임직원의 보수 수준이 타 산업 대비 높은 것은 고부가가치의 산업 특성상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회사 입장에서 높은 수준의 급여 제공과 적극적 성과 공유는 우수한 인력 유치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내용이 담겼던 바다. 다른 은행들 역시 성과급, 임금인상 등과 관련해 정부 비판이 잇따를 때마다 기업의 성과공유 및 분배를 강조해왔다.

은행들은 반복되는 희망퇴직에 대해서도 신규 일자리 창출 및 이에 따른 사회적 기여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들은 ELS 사태 앞에 더 이상 방패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판매한 ELS상품으로 인해 수많은 고객의 피해가 예상되고 은행의 판매 행태 문제점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지급된 거액의 희망퇴직금은 비난의 빌미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국내 은행권 희망퇴직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7월까지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1만7402명에 달하며 지급된 퇴직금은 9조6047억원 규모에 달한다. 희망퇴직자가 전체 퇴직자의 64.8%를 차지했으며 희망퇴직금 비중은 전체 퇴직금의 94.8%로 집계됐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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