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유저 적은 서브컬처 게임, 캐릭터 애정으로 안정적 수익구조 형성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 성공 사례…국내 대형·중견 게임사 신작 ’러쉬’

블루 아카이브 게임 화면.사진=블루 아카이브 홈페이지
블루 아카이브 게임 화면.사진=블루 아카이브 홈페이지

[뉴스워치= 정호 기자] 애니메이션과 미소녀 문화의 주축 ‘덕후(매니아)’ 층을 겨냥한 서브컬처 게임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넷마블 ‘페이트/그랜드 오더’·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 게임이 ‘코어(고정) 유저’를 확보하며 국내외로 게임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조짐이다.

올해 넷마블과 컴투스, 웹젠이 수집형 RPG 장르의 게임인 각각 ▲데미스 리본 ▲스타시드:아스니아 트리거 ▲테르비스 등의 연내 출시를 예고했다. 이밖에 엔씨소프트와 하오플레이도 각각 ‘프로젝트 BSS’, ‘소녀전선2: 망명’ 등 신작으로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게임사들이 ‘하는 사람만 하는 게임’으로 알려진 서브컬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해당 장르가 해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데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센서타워’는 블루 아카이브가 일본 시장에서  지난 2021년 2월 출시된 이후 지난해 5월까지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3억2000만달러(한화 422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밝혔다. 니케 또한 센서타워가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2억1000만달러(2816억73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서브컬처 게임 시장의 흥행 성적은 국내 게임사들이 저조한 국내 실적 등 악재 속에 다장르·해외 겨냥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눈길을 돌리게 된 배경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브컬처 게임 흥행의 비결은 ‘코어 유저’

스타시드:아스니아 트리거.사진=컴투스
스타시드:아스니아 트리거.사진=컴투스

서브컬처 게임은 한때 게임 시장의 주류로 알려진 블록버스터급 MMORPG와 다른 유저 성향을 가진다. 유저 이탈률이 적으며 게임을 오랫동안 하는 ‘충성 유저’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MMORPG는 한때 주요 장르로 성장하며 유저 간 경쟁이 주요 콘텐츠 소비에 영향을 끼쳤다. 빠른 성장을 위해 아이템 구매와 무기 옵션 추가 등에 관심이 많았다. 유저는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게임 아이템에 돈과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이같은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 간의 경쟁이 지속되며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의 게임 이탈이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서브컬처 게임은 캐릭터 소비가 주요 콘텐츠 요소로 유저가 캐릭터에 가지는 애정이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경쟁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게 돼 상대적인 박탈감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요약하자면 MMORPG와 반대로 게임을 소비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커지는 ‘공감대’가 이탈률을 낮추면서 신규 유저를 꾸준히 유입해 게임의 성장 자양분이 되는 셈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센세’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만화와 제품 등 2차 창작화 하는 유저들이 특정 부류를 형성한다. 넥슨 관계자는 “블루아카이브는 지속적인 유저들의 관심을 받으며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는 최고의 유저층을 기록하고 있다”며 “게임 외적으로도 문화를 즐기는 유저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서브컬처 게임은 오래된 IP와 달리 마이너하지만 확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대작들로 포진된 게임 시장에서 알짜 게임을 확보하고 볼륨을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대형게임사들의 이유 있는 ‘서브컬처 눈독’

프로젝트 BSS 플레이 화면.사진=엔씨소프트
프로젝트 BSS 플레이 화면.사진=엔씨소프트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원동력을 만듦과 동시에 IP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서브컬처 게임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와 웹젠, 컴투스와 같은 대형·중견 게임사는 독자적인 서브컬처 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 지스타 2023에서 ‘프로젝트 BSS’를 공개한 바 있다.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으로 3년 전 이야기를 그린다. 새로운 주인공 ‘유설’의 시점에서 모험을 펼치며 오리지널 캐릭터는 물론 블레이드 앤 소울에서 만났던 60여명의 영웅을 동료로 맞아들일 수 있다.

넷마블에프앤씨에서 개발 중인 ‘데미스 리본’은 그랜드크로스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다. 그랜드 크로스는 ‘차원간의 이동이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넷마블에프앤씨의 자체 IP 육성 프로젝트다. 유저는 만화 및 역사 속 영웅을 현대화한 다양한 초월자(캐릭터)들로 자신의 취향에 맞춰 파티를 구성해볼 수 있다.

웹젠은 자체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테르비스를 통해 마니아층을 공략한다. 유저는 모종의 이유로 가상세계에 소환된 주인공의 시점으로 거대 바다 괴수 ‘레비아탄’을 무찌르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 구현자라고 불리는 동료 캐릭터들은 캐릭터별 특성과 스킬로 여정을 돕는다.

모히또게임즈가 개발한 스타시드:아스니아 트리거는 폭주를 일으켜 전 인류를 제거하려는 AI에 대적해 유저가 직접 가상세계로 뛰어들게 된다. 유저는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자연, 예술, 과학 등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른 7개의 문명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동료로 만들 수 있다.

이같이 대형 게임사들이 각각 다양한 분위기를 가진 게임으로 서브컬처 시장을 겨냥한 만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별로 각각의 개발·서비스 역량을 서브컬처로 확대하는 만큼 게임 출시보다는 서비스와 운영에 따라 수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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