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및 현금성자산 79조6900억원으로 전년比 24%↓…1년새 25조원 증발
반도체 업황 부진 영향에 재고·매출채권 증가…재무 부담 확대·현금감소 직결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 올해 저점 찍으며 업황 회복 등 현금 증가세 돌아설 듯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현금창출력이 둔화되면서 돈이 말라가는 모양새다. 지난 1년 사이에 25조원 이상의 현금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재고가 쌓이고 매출 채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재무 부담이 확대되고 현금이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공시된 전자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 2022년 말 104조8900억원에서 24% 감소한 79조69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에는 단기금융상품과 단기 상각 후 원가금융자산 등이 포함된다.

삼성전자의 현금이 1년 새 급감한 것은 늘어난 재고 자산과 매출채권 증가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재고자산은 일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는 상품과 제품, 재공품, 원재료, 저장품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로 재고자산이 늘어나게 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평균 재고자산은 51조9093억원으로 전년 평균인 46조7862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더불어 매출채권까지 증가하며 빚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 됐다. 결국 매출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년 이상의 시설투자가 진행되면서 현금 보유고를 떨어뜨렸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시설 투자와 기술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를 유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 DDR5(Double Data Rate5) 등 AI(인공지능)용 차세대 제품의 시장 주도권을 잡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진행했다.

조 단위 적자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 기조를 유지하면서 현금이 줄고 차입금이 늘어나게 됐다.

삼성전자의 재고 상품의 현금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재고자산 회전율과 회전일수을 살펴보면 각각 3.5회, 105일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회전율은 0.6회 줄었고 회전일수는 15.2일 증가했다. 이전에 89일이면 충분했던 삼성전자의 재고 소진 기간이 떨어진 회전율 탓에 105일로 대폭 둔화된 것이다.

결국 재고 소진이 둔화로 회전율이 떨어지면서 해당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고 손실이 발생해 원가부담이 커졌으며, 이는 재무 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도 2022년 26%에서 지난해 16%로 10%p 하락했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가격 하락세가 멈추며 적자 폭은 전 분기 대비 대폭 줄면서 업황 회복에 따른 현금 자산 증가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여전히 좋지 않은 만큼 현금 증가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 회복세가 아직은 불투명한 만큼 현금 증가 추세 및 현금 100조원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반도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보유 현금 자산이 증가세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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