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감 속 美 연준, 4회 연속 금리 동결 ‘봄 인하’ 가능성 사라져
한은도 긴축 기조 유지 예상…1월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 커져·증시도 영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한국은행 금통위도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총재, 미 연준 제롬 파월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한국은행 금통위도 1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총재, 미 연준 제롬 파월 의장.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후 한국은행도 긴축 기조 지속 필요성을 언급하며 미국보다 늦게 금리를 인하할 것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금리 인하의 계절은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의 봄이 올 것이다’, ‘3월 인하 가능성’ 등 금리 인하 기대감이 팽배했던 가운데 연준은 1월 31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5.25~5.50%로 다시 동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준은 조기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주목받았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이 회의 후 낸 성명서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적절한 추가 금리 인상(additional policy firming) 정도를 결정할 때 긴축적 통화정책의 누적 효과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있을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제롬 파월 의장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지난 6개월간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좋게 나왔지만, 근원 인플레이션이 아직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적절하다면, 우리는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그간의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시키는 발언을 내놨다. 올해 안에 금리는 인하하겠지만, 3월 금리 인하에 대해선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빠르면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같은 연준의 기조에 한국은행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진 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일 열린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물가, 금융 안정 등 데이터 확인하며 운용하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 필요가 있다”며 “섣부른 조기 금리 인하 시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 성장세가 개선되고는 있지만, 고물가와 물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도 부연했다.

특히 이 총재는 “전 세계가 금리를 빨리 올릴 때 한은은 국민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가급적이면 천천히 올렸다”면서 “미국, 유럽이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해도 한국은행이 빨리 내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신중하게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섣부른 금리 인하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돈이 부동산으로 갈 것”이라며 “지난 10년간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를 위한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도 “물가는 한은이 담당하나 성장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 없이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 연준과 한은, 두 나라 중앙은행 모두 고물가 시기의 마지막 국면에서 시장의 기대와 달리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너무 일찍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가 자칫 물가 안정기 진입 자체가 무산돼 버릴 수 있는 이른바 ‘라스트 마일 리스크’(Last Mile Lisk)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스트 마일’은 기저효과로 물가상승률이 안정돼 있지만, 가격조정 모멘텀과 물가상승 재발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금리 기조는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데다 이 총재 발언을 감안하면 오는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에서 또 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준 결정에 따른 영향을 차치하고라도 한은 금통위 역시 긴축 유지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어 동결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금통위의 1월 11일 의사록을 보면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5명의 금통위원(1명은 공석)은 물가안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금리를 동결하고 현재의 긴축 수준을 충분히 유지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금통위원 중 한 명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에 안착해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다른 금통위원도 “고금리는 민간의 부채를 줄여 미래의 소비 및 투자 자원을 확보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에서 동결하고 고금리의 부작용은 필요 시 유동성 공급 등 미시적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사진=연합뉴스

다만 지난해 11월 금통위와 달리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는 않았기에 추가 긴축 가능성은 적다. 이에 따라 1월에도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월부터 1년 동안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해왔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바라고 있지만 양국 중앙은행이 섣부른 결정을 하지 않고 신중을 기하는 데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너무 빨리 금리를 인하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경우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이 경우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양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결정할 관건은 물가안정 신호에 대한 확신이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인플레이션율은 낮아지는 상황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기준은 2%다. 미 연준 뿐 아니라 한은 금통위원들도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2% 목표까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더 빨리 달성할 수 있다고 봤는데 미국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2%로 안착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금리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전망을 보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0.6%p 상향 조정한 2.1%로 높였는데, 물가상승률도 2.8%에서 0.6%p 하향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다. 국내의 경우도 물가상승률 2%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를 기록, 6개월 만에 2%대에 진입한 상태다. 

다만 한은은 2일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지정학적 정세, 국내외 경기흐름,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점과 농산물 등 생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둔화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일시적으로 다소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 유가가 지난 1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전환하는가 하면 유류세 인하 종료,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적지 않아 물가안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3월, 봄과 함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 더 뒤로 미뤄졌지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파월 의장이 매파적 견해를 드러낸 동시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도 내보인 영향이 크다. FOMC 회의 후 파월 의장은 물가안정의 확실한 신호가 있을 때까진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6개월간(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충분히 낮다”며 “올해 어느 시점에서 긴축정책을 완화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는 말로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같은 기대감은 뉴욕 증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뉴욕 증시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후 급락했지만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발표에 따른 영향도 있었지만, 파월 의장의 ‘어쨌든 연내 금리’ 시그널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윈포커스의 데이브 다글리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마켓워치에 “시장은 연준을 앞서 나가고 있다”면서 “파월의 발언이 3월 인하 가능성을 낮췄지만, 금리 인하 가능성 자체는 높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발언은 매파적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더 장기적으로는 비둘기파적이라는 데 방점을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면서 연준과 시장 간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증시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들썩이고 있다. 이른 시일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증시 변동성은 확대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기대가 축소되면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되는 과정에서 우리 금융시장이 다소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였으나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가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2655.28에서 2497.09로 5.95% 하락했다. 반면 2월 첫날인 1일에는 45.37p(1.82%)나 상승하며 2542.46으로 마감했다. 일단은 연준 기조에 따라 약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인데, 연준 기조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현재의 금리 동결은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한층 안정적 상황을 기다리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금리 기조에 따른 증시가 출렁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연내 어느 시점 중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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