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실적 충당금 적립 및 상생금융비용 영향…전년 대비 3.3% 감소
은행 비이자이익 급증 및 주주환원정책 강화…비은행 계열사 성적은 저조

하나금융그룹이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73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5% 감소했다고 1월 31일 밝혔다. 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이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73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5% 감소했다고 1월 31일 밝혔다. 사진=하나금융그룹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상생금융 확대 및 충당금 적립으로 실적이 둔화됐으나 이 가운데서도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올리고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긍정적 경영가도를 보여줬다. 다만 실적에서 과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31일,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73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5% 감소했다고 밝혔다. 4분기 실적을 포함한 연간 순이익은 3조4516억원으로 2022년보다 3.3% 줄었다. 이에 따르면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22년 3조5706억원보다는 1190억원 정도 감소했고, 순이자마진(NIM) 역시 2022년에 비해 0.2%p 낮아진 1.76%를 기록했다. 조달금리 상승과 정기예금 비중 증가로 인해 4분기 순이자마진은 전분기보다 0.03%p 하락했고, 연간이자이익도 8953억원으로 전년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감소는 일찍이 예상됐던 부분이다. 지난해 하반기 상생금융 확대로 은행들이 해당 비용을 4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에 더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적립하는 충당금 규모까지 늘어나며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전년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금융지주들 중 가장 먼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 하나금융그룹 실적은 업계 예상대로였다. 상생금융 및 충당금 적립 등 영향이 적통했다. 그룹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한 4분기 누적 충당금은 3709억원 규모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쌓은 전체 충당금 전입액은 1조7148억원으로 1년 사이 41.1%나 증가한 수준이다. 여기에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따른 비용 2041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됐고, IB자산(투자자산) 관련 평가손실 반영 등 비용이 담기면서 연간 순이익 성장세가 멈춰섰다.

하나금융도 4분기 실적에 충당금 적립 및 상생금융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경영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박종무 하나금융그룹 CFO 부사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하나은행 민생금융 지원 방안 규모는 총 3557억원 중 이자 캐시백 2041억원은 2023년 4분기에 기타 충당금으로 인식했다”면서 “잔여 금액 약 1500억원은 올해 이자 환급 또는 기타 자율적 프로그램을 통해 단계적으로 집행될 예정이며,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 지원 보증기관 서민금융서민금융진흥원 출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82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고, 하나증권의 IB 자산에 대해서도 120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하나금융은 현재 7조9000억원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당금 적립률에 대해 “본 PF의 경우 현재 적립률이 5% 정도, 브릿지론은 약 6% 정도 평균적으로 적립하고 있다”면서 “언급되는 부실 사업장에 대한 추가 적립금 규모에 대한 부분은 사업장별로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보수적 관점에서 적립을 시행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층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하나금융의 긍정적인 성장이 확인된다. 비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고금리 등 조달비용 상승 영향으로 전년 대비 0.6% 감소했지만 수수료이익과 매매평가이익을 포함한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65.3%나 늘어난 1조907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비이자이익 가운데 매매평가이익이 8631억으로 1년간 453.2%나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계열사 중 외환부문 강점을 지닌 하나은행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더해 대출 관련 기타 수수료가 2494억원으로 전년 대비 35.1% 늘었으며, 운용리스 수수료도 76.0% 늘어난 1614억원이었다. 이에 더해 퇴직연금·방카슈랑스 등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도 6811억원으로 같은 기간 4.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둔화되긴 했지만 하나금융은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며 자산건전성을 입증하고 신뢰도도 제고했다. 특히 주주환원정책 기준이 되는 CET1비율(보통주자본비율)이 목표 수준으로 개선된 점을 주목할 만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초 CET1비율이 13~13.5% 수준을 달성하면 전년대비 증가한 자본비율의 50%에 해당하는 자본을 주주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지난해 4분기 기준 CET1비율은 13.22%로 예상된다.

이를 반영해 하나금융은 주당 16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주주들의 신뢰에 보답하고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차원이다. 보통주 1주당 현금배당은 세 차례의 분기배당 1800원을 포함해 전년 대비 50원 증가한 총 3400원이다. 연간 배당성향도 전년 대비 1.0%p 증가한 28.4%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실시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감안하면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총 주주환원율은 32.7%이며, 이는 전년보다 4%포인트 이상 향상된 수치다.

하나금융은 중장기적 주주환원율 목표를 50%로 설정한 만큼 올해도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방침을 세웠다. 주가의 적정 가치를 확보하고 주가의 저평가 해소 및 주주가치의 지속적인 증대를 위해 3000억원의 자사주를 연내 매입‧소각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하나금융그룹 을지로 사옥. 사진=하나은행
하나금융그룹 을지로 사옥. 사진=하나은행

충당금 폭탄과 상생금융 비용 반영을 제외하면 하나금융은 목표대로 비이자이익을 늘리고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는 등 견조한 경영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계열사별 실적 결과는 하나금융 앞에 놓인 과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주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4분기 순이익만 보면 상생금융비용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23.4% 줄었으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2% 감소했다. 하지만 1년 단위로 확장해보면 지난해 3조4766억원의 순익을 냈다. 대기업 등 우량자산 중심 대출 성장을 비롯해 전년보다 116.1% 급증한 비이자이익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12.3% 성장했다. 

하나은행은 올해도 대출 금리 인하 등으로 가계대출 성장에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가계대출에서 1조~2조원 수준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대환대출 서비스 등 출시에 따른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지만 고객 지키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컨퍼런스콜에서 김영일 하나은행 CFO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중금리 대출 비중 준수 여부 이슈가 있어, 신용대출에서는 크게 나서지 않았다”면서도 “주담대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예대율 여력이 있어 카카오뱅크 등은 금리인하를 통해 해당 서비스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카카오뱅크 수준의 금리인하 대응까지는 못 쫓아가지만, (하나은행도) 어느 정도 금리를 내려가며 기존 손님 이탈 방어에 나서겠다”면서 “신규고객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담대, 전세대출 같은 경우에는 있는 손님 지키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손님에 대한 선제적인 금리인하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상 최대 순이익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을 지지한 맏형 하나은행과 달리 비은행 계열사들의 사정은 좋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낸 것. 하나캐피탈은 2166억원으로 연간순이익이 각각 27.4% 감소했으며, 하나카드 역시 1710억원으로 10.9% 감소했다. 하나자산신탁은 809억원, 하나생명은 65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시현했다.

특히 하나증권이 그룹 성장의 발목을 잡은 주요인이 됐다. 하나증권은 2708억원의 순손실로 적자전환했다. 2022년에는 1260억원 순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하나증권 적자는 지난해 투자 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재평가와 선제적 충당금 반영 탓이라는 게 하나금융 설명이다. 컨퍼런스콜에서 김정기 하나증권 CFO 상무는 “지난해에는 IB 투자자산 관련 6500억원가량의 충당금과 평가손익을 반영했다”며 “보수적 관점에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원 수준의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상무는 “CFD나 펀드보상의 경우 지난해에 약 20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고, CFD나 고객 펀드 보상과 같은 비경상 손실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부분에 대해서도 점검하고 개선했다”면서 “올해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이미 대응을 했고 손실을 인식한 만큼, 다소 어려운 시장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흑자 전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 한 해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기여도가 5.5%에 불과하다는 점은 하나금융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은행 실적에 의존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양강구도에서 급부상, 리딩뱅크 경쟁 대열에 합류하며 승승장구했다. 

은행 이익 창출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앞서 약점으로 꼽혔던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은 하나금융으로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은행의 성장세 속에 비은행 계열사들도 약진해준다면 하나금융으로서는 날개를 다는 상황이나 다름없기에 올해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필수요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하나은행의 최대 순익 기록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 4조원의 벽은 넘지 못한 하나금융의 올해 실적 개선의 관건은 적자인 하나증권의 흑자전환과 더불어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 탈출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하나금융을 필두로 타 금융지주들의 실적도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다른 금융지주들 역시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충당금 적립 및 상생금융지원 비용 반영이 4분기 실적과 지난해 순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오는 6일, KB금융은 7일, 신한금융은 8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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