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외적으로 IP 수명 유지하는 ‘록인’ 이어져
키덜트 시장 성장세 속 일부 게임 굿즈에 되팔이·오픈런 등 현상

도구리 굿즈들.사진=정호 기자
도구리 굿즈들.사진=정호 기자

[뉴스워치= 정호 기자] 같은 게임을 즐기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화가 인형, 마우스패드, 시계 등 굿즈 소비에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게임사들은 앞다퉈 고유의 IP(지식재산권)를 토대로 기획한 상품을 제작·판매하며 팝업스토어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굿즈 소비는 게임 관련 물품을 수집하는 유저가 증가하며 외적으로도 게임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정착하고 있다. 이는 특정 유저 사이에서 게임 관련 상품들을 모으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며 게임 서비스 종료 후에도 IP 수명을 유지시킨다. 일종의 ‘록인(Lock-in)’ 효과다.

과거 단순히 게임을 홍보하는 기념품이었던 굿즈가 게임 외적인 소비로 이어진 이유로는 키덜트(아동 ‘Kid’와 어른 ‘Adult’의 합성어) 문화와 연관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지난 2014년 5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키덜트 시장의 규모가 2022년 1조6000억원 수준으로 3배가량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재로도 가치가 급등한 셈이다.

실제로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넥슨 등은 서비스 중인 게임과 관련된 캐릭터 상품 등을 한 곳에 모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몇몇 팝업스토어의 경우는 오픈런 현상이 빚어지거나 특정 물건들의 되팔이를 막기 위해 구매 제한까지 안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넷마블은 지난 2001년과 2003년 각각 선보인 캐주얼 게임 ‘캐치마인드’, ‘야채부락리’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들 게임에 등장한 캐릭터 ‘쿵야’는 애니메이션 ‘쿵야 레스토랑즈’, 모바일 퍼즐게임 ‘머지 쿵야 아일랜드’ 등으로 꾸준히 이름을 알려왔다. 이 중에서도 인기 캐릭터인 ‘양파 쿵야’는 최근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대비되는 기행을 일삼는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캐릭터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해당 캐릭터의 인기는 넷마블이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아트몰 아트리움에 마련한 ‘쿵야 레스토랑즈 소원상점’까지 이어졌다. 당시 9일간 관객 8만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앞으로도 이러한 인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쿵야’ IP에 대한 팬심이 늘어나면서 게임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 증대뿐만 아니라 IP 자체에 대한 인지도 확대로 굿즈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며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협업 등 다방면으로 IP를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MMORPG ‘리니지’에 등장하는 몬스터 ‘도둑 너구리’를 모티브 삼아 제작한 ‘도구리’를 2021년 공개했다. 도구리는 ‘리니지2M’이나 ‘리니지M’, ‘아이온 클래식’ 등 게임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출시 3년차에 접어든 엔씨소프트의 막내 사원이라는 도구리의 콘셉트는 사회초년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팝업스토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하순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복판에 오픈한 도구리 팝업스토어 막내 클럽 시즌3 ‘실수 세탁소’는 주말 500팀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도구리 출시 3주년을 맞이해 서울 성동구 서수일로 ‘성수 무브모브’와 마포구 독막로 ‘합정 브라운시티 로스팅랩’으로 도구리의 활동 영역을 넓힐 예정이다.

펄어비스는 올초 현대백화점 판교점 4층에 MMORPG 10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팝업스토어를 통해 신규 굿즈 41종을 공개한 바 있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10년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150개국에서 2000만명의 유저가 즐기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펄어비스의 신규 팝업스토어는 검은사막의 줄임말 ‘검사’에 사자성어 ‘만사형통’을 붙인 ‘검사형통’으로 이름을 붙였다. ‘파푸’·‘흑정령’·‘크리오’ 등 귀여운 생김새를 가진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는 이곳 팝업스토어로 주말에만 관객 1000명의 발길을 모았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검은사막이 10년간 서비스된 만큼 게임 외적으로 굿즈에 대한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며 “이는 향후 검은사막과 IP를 공유하는 게임이 출시됐을 때도 자연스러운 관심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임과 관련된 캐릭터 상품 출시는 올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게임 자체적으로 팬덤을 형성하는 문화가 캐릭터 소비로 이어지며 다양한 굿즈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매력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소비에도 영향을 주며 지난해에도 성수동·판교 등 유명 지역에서 팝업스토어가 활발히 진행된 바 있다”며 “유저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 굿즈를 구매하는 경우도 키덜트 문화 성장에 힘입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어 올해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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