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산 영업이익 26조 넘겨…2년 전보다 127.6%↑
글로벌 시장서 차량 730만4282대 판매…전년比 21% ‘껑충’
전기차 글로벌 톱3 목표…인니 등 동남아 시장 공략 중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뉴스워치= 김동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계열사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해 나란히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정의선 회장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취임 4년 차인 그가 두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낸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만들지 주목된다.

현대차·기아는 정의선 회장 취임 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만 두 회사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올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2조6636억원, 15조1269억원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14.1%, 54% 성장한 수준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정 회장 체제가 본격화된 지 4년이 채 되기도 전에 2배 넘게 늘며 창사 이래 역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아 역시 형님 격인 현대차 못지않은 실적을 올렸다. 기아는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99조8084억원, 11조6079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끌어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15.3%, 영업이익은 60.5%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상승 폭은 형인 현대차를 능가했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우수한 성적표를 받은 만큼, 두 회사의 합산 실적 역시 최대치를 달성했다. 두 회사의 지난해 합산 실적은 매출 262조4720억원, 영업이익 26조734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6% 넘게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2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20년 10월 취임한 정 회장이 본격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던 이듬해와 비교하면 무려 127.6% 증가했다.

이러한 실적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현대차·기아의 자동차 판매 덕분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730만4282대로 직전 연도 603만4719대보다 21%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글로벌 완성차 판매 3위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 톱3에 진입하는 것이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2분기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 완공을 시작으로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아 오토랜드 화성, 현대차 울산 등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3에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올해는 그룹 최초의 전기차 전용 공장인 오토랜드 광명에서 여러분과 함께 새해를 시작하게 돼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출발해 울산과 미국, 글로벌로 이어질 전동화의 혁신이 진심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방문해 전극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방문해 전극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 발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 공략을 우선순위로 꼽는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시장을 대표하는 국가이자 최근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GAIKINDO)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 판매량은 125대에 불과했지만 2021년 687대, 2022년 1만327대를 기록하며 2년 만에 82배 이상 성장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을 25%까지 늘리고 2050년부터는 전기차 판매만 허용할 예정이다.

정 회장 역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 공략에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현대차는 2022년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고 현지 전략 차종인 스타게이저, 크레타 등과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양산에 들어간 바 있다.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도 가동한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4위 인구 국가이자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를 전초기지로 삼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의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 역시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한 동남아 시장 공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동남아의 경우 전기차 시장이 태동하는 지역인 만큼, 해당 시장을 어떻게 선점할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동남아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토요타 같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구축한 막강한 인프라를 어떻게 뚫을지가 관건”이라며 “동남아 시장은 전기차가 막 론칭하는 지역인 만큼, 해당 분야에서 현대차·기아의 이름을 얼마나 각인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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