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편·기관 투자자의 주주권 행사·개선된 배당 정책 등 이슈
경영권 분쟁 심화 및 경영권 지배력 강화 등 주요 이슈 부각…2월 초에 윤곽 나올 듯

주주총회 CG. 사진=연합뉴스
주주총회 CG.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청문회격인 3월 정기주주총회(주총) 시즌이 한달여를 앞두고 국내 재계에서 올해 주총에 대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 관전 포인트로 경영권 지배력 강화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서 최근 내놓은 ‘2024 정기 주주총회 프리뷰’에 따르면, 오는 3월 본격적으로 진행될 주총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기관 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경영권 분쟁 심화 ▲개선된 배당 정책 등 네 가지 주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최근 ‘2024년 정기 주주총회 주요 이슈’ 자료를 발간하면서 올해 주총에서 ▲배당 등 주주환원 안건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 ▲이사의 보수 한도 승인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상법에 따르면 주주 제안은 주총일 6주 전까지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상장사가 정기 주총을 3월 중순과 하순에 연다는 점을 고려하면 2월 초에는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헤 주총에서 주주가 제안한 안건은 대부분 부결됐지만, 올해 주총에서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미 기관 투자자가 현대엘리베이터, 삼성물산, KT&G, 7대 상장 금융지주 등의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서한을 보냈으며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 제안 안건 상정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올해 주총에서 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금 화두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호석유화학, 한국앤컴퍼니, 남양유업, 한미약품그룹, 고려아연그룹 등에서 기업 오너가(家) 사이에 경영권을 둘러싼 치열한 지분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 주주총회 모습.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 주주총회 모습. 사진=롯데칠성음료

먼저 매년 주총 때마다 잡음이 나오고 있는 롯데그룹 역시 올해에도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알미늄 물적 분할을 두고 신동빈 롯데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반대 의사를 담은 주주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은 오는 2월 23일 롯데알미늄 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물적 분할을 추진한 신동빈 롯데 회장 측 우호 지분이 많은 것으로 보여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알미늄도 최근 입장 자료를 내면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2017년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출범 시에도 분할·합병 등 주요 의사결정에 명분 없는 반대를 일관하며 노이즈를 일으킨 바 있다”며 “이번 롯데알미늄의 미래 도약을 위한 결정에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동주 회장 주장에 반박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지속됐던 한국타이어의 경우 최근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로 일단락됐지만,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이 다시 재점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한미약품과 롯데그룹 주총에서도 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물 밑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타이어의 경우 남매의 난이 주총에서 다시 불거질 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달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인수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의 지원사격 등에 힘입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긴 했지만, 조 회장의 누나인 조 이사장이 제기한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인 심판청구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경영권 지배력 강화의 분위도 감지된다. 대다수 국내 대기업은 3, 4세 오너 경영인으로 승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선대에 비해 소유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특히 50%가 넘는 상속세를 감안할 때 이들이 선대 경영인과 대등한 수준의 소유 기반 지배력을 승계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모습.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54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모습.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으로 HD현대만 봐도 소유 구조 측면에서는 정기선 부회장 지배력이 취약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5.3%에 불과하다.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인 약 26.6%(1조2774억원)를 넘겨받으려면 대주주 경영권 주식에 적용하는 60% 상속·증여세율을 적용한 7000억~8000억원 규모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살펴보면 단순 배당 등을 통해 선대 경영인에 버금가는 수준의 지배력을 유지할 승계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 지주사 한화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고 최성환 사장은 SK네트웍스 지분율이 3.1%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김건호 사장도 삼양홀딩스 지분율이 2.9%에 그쳐 온전한 경영권 승계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더불어 오너 일가간의 경영권 다툼 외에 행동주의 펀드에 의한 경영권 개입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어 경영권에 도전을 받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취업제한이 해제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지에 대해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정기 주총을 앞두고 2월에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 등의 안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 연루 등으로 4년 임기를 마치고 2019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후 현재까지 미등기이사인 상황이다.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이사로 기업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대부분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이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직함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좋지 않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정관 변경 안건이 다수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주총을 통해 경영권 강화의 기류가 읽혀지고 있는 만큼 기업은 주주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 및 시스템을 마련해 지배구조보고서, 사업보고서, 자사 웹사이트 등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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