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한미약품
사진 = 한미약품

[뉴스워치= 박현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주도한 OCI그룹과의 통합 결정에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이 반기를 들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양 그룹 통합 선언 직후 줄곧 반대의사를 표명해온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급기야 지난 17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통합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다면서다. 아울러 회사 지분 매각, 공동 경영 등 통합과 관련된 주요 핵심 사안이 사전에 제대로 된 소통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달 7일 해당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 첫 심문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후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통합 여부는 오는 3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양측 간의 표 대결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OCI그룹과의 통합에 대해 업계 안팎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무엇보다 OCI그룹이 화학, 소재, 에너지를 주력 부문으로 삼아온 만큼 좀처럼 보기 드문 ‘이종기업 간 통합’이 향후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 예측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그룹이 신약개발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OCI그룹은 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이른바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양 그룹의 사업영역이 서로 달라 접점을 마련하기 어려워 과연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이번 경영권 분쟁 파장이 한미약품그룹은 물론 제약업계 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업계 내에서 축적해온 성과에 자칫 누를 끼치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에서다.

송 회장의 부군인 고(故) 임성기 회장이 지난 1973년 창립한 한미약품은 1988년 상장으로 본격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1989년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와 국내 제약사 중 최초로 6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2000년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퍼스트 제네릭(복제약)과 개량신약 등 처방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2010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 한미약품은 2015년 매출 1조3175역원을 기록하며 ‘1조클럽’에 등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처방 매출 100억원 이상인 ‘블록버스터’ 제품을 20종이나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업계에서 밟아온 족적이 뚜렷함에도,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 이미지 하락은 물론 그간의 결실마저 빛이 바랜 모습으로 귀결될 수 있는 상황에 봉착한 만큼 이제라도 위기의식을 지녀야 할 때다.

결과가 어떻든 이번 경영권 분쟁이 이전투구 속 길고 지리한 싸움이 되지 읺도록 희망하는 바다. 지금까지 한미약품이 쌓아 올린 ‘공든탑’이 허물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박현 경제산업부장.
박현 경제산업부장.

박현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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