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달러’ 할랄 시장 저격…인니·말레이시아 눈독
단순한 율법보다 품질 인증 마크로 해석 가능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사진=연합뉴스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정호 기자] 식품업계가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이슬람 시장을 겨냥한 수출 상품의 ‘할랄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 재료부터 제조 과정을 전부 바꾸고 있다. 할랄 식품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되거나 먹어도 되는 음식을 규정한다. 소, 양을 비롯한 가축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혈액을 전부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주류, 돼지고기 등은 식용금지 품목이다. 할람은 까다로운 원재료 선정 기준만큼 운송 과정도 깨끗한 보관 환경을 갖춰야 한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할랄 시장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보다 약 5배 거대한 소비 시장을 갖췄고 지난해 GDP는 5%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슬림 인구는 87%를 차지한다. 말레이시아는 인구 60%가 무슬림으로 알려졌으며, 9년 연속 이슬람 경제 지표 전체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할랄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2조2000억달러에서 올해 3조2000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6.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성장세에 국내 식품 기업에 인도네시아 시장은 ‘기회의 땅’으로 비춰지고 있는 셈이다. 빙그레, 삼양식품, BBQ 등도 할랄 인증을 토대로 생산기지를 세우고 독자적인 법인을 세우며 사업 역량을 높이는 상황이다.

빙그레는 1998년 총 2500만달러를 투자한 인도네시아에 아이스크림 합작공장을 세우며 새로운 수출 기지 확보에 나섰다.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 ‘붕어싸만코’ 등 제품의 할랄 인증 과정을 밟았으며, 2015년에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검역·위생 등록 절차를 통해 바나나맛 우유의 최초 수출을 이뤄냈다. 이슬람 문화권을 포함한 빙그레의 수출 실적은 지난해 최대 성과를 거뒀다. 빙그레는 2023년 매출 1조3939억원, 영업이익 1123억원을 기록했는데, 특히 영업이익은 1967년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빙그레 측은 역대급 성과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해외 사업 성장을 꼽았다.

무슬림 인구를 겨냥한 할랄 인증 또한 실적이 성장하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율법에 맞춘 규격화된 제품임을 입증하는 동시에 품질 인증 마크로 여겨지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유가공제품을 수출할 때 붙는 ‘할랄 인증’은 생산 규정과 신선도 관리가 중요시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2017년 국내외로 영향력 있는 공신력이 있는 3대 인증 중 허나인 ‘무이(MUI·인도네시아 울라마 협회)’ 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라면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최초로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34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인도네시아 법인 또한 올해 영업에 돌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연간 매출 추정치는 1조742억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양식품은 매출 중 70%가 해외 매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새롭게 인도네시아로 판매 채널을 확대한 데는 현지의 입맛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덥고 습한 기후로 짜고, 매운 음식이 선호된다고 알려졌다. 이 입맛에 불닭볶음면이 제격이라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해외 인기를 기반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만큼 이슬람 인구가 세계 인구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시장에서 할랄 인증 취득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는 중국 다음으로 라면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한 해 1000억개가 넘는 라면이 판매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BBQ는 세계 57개국을 중심으로 7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부터 중동·이슬람 문화권 국가 진출 계획을 소개한 바 있다. BBQ는 지난해 12월 중순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은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무아르에 새로운 지점을 오픈했다. 이어 올해 1월 24일에는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을 경기도 이천 ‘BBQ 치킨대학’에 초청해 한국 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BBQ는 단순히 치킨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한식 전반을 앞세워 K-레스토랑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BBQ 관계자는 “할랄 기준에 따라 원료에서 나오는 맛이 달라지고 있지만, 최대한 한국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며 “해외 지점에서는 단순히 치킨뿐만 아니라 순두부찌개 등 다양한 한국 음식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슬림 인구는 2020년 19억명에서 2030년까지 22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인구 감소 현상으로 인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 현상은 무슬림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할랄 인증을 받는 기업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호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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