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따라 실적 등락 반복…탈정유·친환경 신사업 바탕 미래 먹거리 비즈니스 개발
지속가능항공유·전기차 윤활유 시장 개척…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비정유 사업 확대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국제유가와 함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을 재외한 수치)의 유가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기자동차(EV·Electric Vehicle)용 윤활유, 바이오 연료 등 비(非)정유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S-OIL(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빅4사(社)는 지난해 부진한 연간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컨센서스(Consensus·시장 전망치)를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의 2023년 연간 영업이익은 2조60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39% 감소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조5944억원으로 53.1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유사한 실적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은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이 전년 대비 큰 폭 떨어진 가운데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연간 실적이 반토막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또 탄소 감축 기조,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등 정유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대외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정유사업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고 실적 변동성을 줄여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으로 ‘탈(脫)정유’를 기본으로 한 사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이미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친환경 연료 개발 및 전기차 시대 대비한 비정유 신사업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S-OIL(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S-OIL
S-OIL(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S-OIL

먼저 에너지 전환에 대응해 저탄소 바이오 연료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바이오 연료는 식물·동물·미생물 등의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생산되는 연료를 의미한다. 동식물 유기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석유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특히 정유업계는 친환경 바이오항공유를 일컫는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등 친환경 연료 사업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 문턱에서 발목이 잡혔던 바이오 원료를 기반으로 한 화이트바이오(White Bio) 산업이 국회 본회의를 넘으며 사업의 활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유업계에 친환경 석유대체연료 생산·사용이 확대되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미 업계에서도 빨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SAF 생산을 목표로 SK울산 콤플렉스(CLX) 내에 SAF 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OIL은 지난달 동식물성 유지 등 폐기물 기반 바이오 연료를 기존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에 신청한 규제 샌드박스를 승인받았다.

GS칼텍스는 핀란드의 네스테로부터 SAF를 공급받아 지난해 9월부터 대한항공과 함께 SAF 시범 운항에 들어갔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사진=HD현대오일뱅크

정유업계에서 영업이익이 높은 윤활유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윤활유는 지난해 정유업계에 쏠쏠한 수익을 남긴 효자 제품이다. 매출 비중은 한자릿수대로 낮지만 작년 정유사 영업이익의 절반까지도 차지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전기차용 윤활유 브랜드 ‘현대엑스티어 EVF’를 론칭하고 제품 2종을 출시했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지난해 각각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EV’와 ‘세븐 EV’를 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엔무브를 통해 전기차용 윤활유 ‘지크 e-FLO’를 공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유업계에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액침냉각유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정유업계가 전기차 윤활유와 액침냉각유에 주목하는 이유는 둘 다 기유를 원료로 해 기술적인 면에서 연결성이 높아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약 6조원을 친환경 연료 분야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글로벌 환경 규제 대응과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서 빠른 대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폭발하는 글로벌 친환경 연료 수요 확대에 아직은 역부족일 수 있기 떄문에 대응력을 속도를 붙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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