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갈아타기 경쟁에 보금자리론 매력↓…신용대출금리도 하락세
치열한 경쟁 이면 가계대출 관리 압박 가능성…은행 실적도 먹구름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가 시작된 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시장 판세가 바뀌는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가 시작된 후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시장 판세가 바뀌는 양상이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환대출 인프라 서비스로 시작된 금리 경쟁이 대출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책금융과 금리 역전 현상은 물론 신용대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출시된 주담대 갈아타기 플랫폼 흥행이 뜨겁다. 이로 인해 대출 금리를 기존보다 크게 낮춘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 이전인 26일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대환대출 최저금리는 연 3.506%, 케이뱅크 연 3.43%이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은행의 최저금리는 연 3.71~3.725%다.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하와 더불어 인터넷은행들이 3% 중반대 금리를 내세우면서 금리를 기존보다 2%포인트 이상 낮춘 대출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연간 1700만원가량의 이자를 절감하게 됐다는 차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앞서 집계했던 평균 금리 인하폭과 이자 절감액보다 크다. 금융위가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일인 9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완료된 대환대출은 16명, 36억원으로 이들의 평균 금리 인하폭은 1.5%p,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절감액은 약 337만원 수준이었다. 플랫폼 출시 초반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 인하폭과 이로 인한 이자 절감폭이 더욱 커진 것이다.

치열한 금리경쟁에 정책금융인 보금자리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을 정도다. 연4%대 고정금리로 지난해 주담대 차주들의 오아시스가 돼 줬던 보금자리론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당시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5~6%대였지만, 주담대 갈아타기 경쟁으로 인해 고정금리가 연 3%대까지 꺾이면서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30일부터 새 보금자리론이 출시되는데 특례보금자리론보다 금리를 0.3%p 낮추기는 했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에서 앞서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 특히 새 보금자리론의 경우 소득 요건도 부활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금리 상황 속에서는 환영받았던 상품이지만, 금리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라 민간상품에 대한 인기가 더 높은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금리가 은행들의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에 특례보금자리론도 갈아타기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인터넷은행, 지방은행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에 따른 경쟁 과열은 신용대출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에서도 금리 인하가 시작된 것이다. 26일 기준으로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금융채 6개월기준) 금리는 4.33~6.33%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여 전인 지난해 연말 4.49~6.49%와 비교해 상·하단이 각각 0.16%p씩 줄어든 것이다. 은행 개별로는 최대 0.3%p 내린 곳도 있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와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채 금리가 하향하는 상황에서도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은행채 금리가 0.3%p 이상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고작 0.01%p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대환대출 플랫폼 활성화 영향이 크다. 특히 주담대 대환대출 활성화에 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펼치면서 신용대출 갈아타기 수요도 늘어나 은행권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금리에 반영되는 신용대출 준거금리의 지속적 하락세와 더불어 대환대출 수요 급증에 따른 은행들의 가산금리 조정이 신용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은행 간 금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대출 대환대출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31일 시작되는 전세대출 비대면 갈아타기 서비스는 전세대출 잔액의 96%를 내준 18개 은행, 인터넷은행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3개 보험사가 참여한다. 이에 더해 전세대출 갈아타기는 아파트를 비롯해 다세대·연립주택 등 모든 주택의 보증부 전세자금 대출을 대상으로 한다. 주담대 갈아타기의 경우 시세 조회가 가능한 아파트를 담보로 10억원 이하 대출로만 제한했던 바다.

전세대출 대환대출로 169조원의 이동이 예고되면서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담대 갈아타기 경쟁을 위해 최저금리를 낮추고, 이자 지원 및 인지세 면제 등 혜택을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로 전세대출 대환대출 서비스에서도 뜨거운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열기가 사그라질 변수도 자리하고 있다. 바로 금융당국 제재 가능성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이에 따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금융지주는 가계부채 증가율을 1.5~2% 내 범위에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전달한 상태다. 이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증가폭은 10조3861억원(1.5%)에서 13조8481억원(2%)에 그쳐야 하지만 이미 올해 1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주담대 잔액이 급증한 상황이다. 지난 19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32조3820억원으로 지난해 말(529조8922억원)에 비해 2조4898억원 늘었다.

주담대 잔액이 늘어나더라도 다른 가계 대출 요소가 줄어들면 관리가 가능할 수 있지만, 주담대 규모가 큰 데다 지속되는 금리 하락세에 신용대출도 금리 인하, 수요 증가 등 영향으로 꿈틀대는 양상이라 가계대출 증가폭은 커질 수 있다. 때문에 현재와 같은 가계대출 잔액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금융당국이 규제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 문턱을 높여 신규 수요를 줄이거나 총량을 줄이는 방안 등 이전 가계대출 급증 때마다 시행됐던 금융당국 압박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하 경쟁은 은행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활성화로 치열해진 경쟁은 경쟁을 통해 서민 차주에 혜택을 늘리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도대로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제살깎기가 될 수 있다. 타행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타행 차주 고객을 빼앗아오기 위해서 과열되는 금리 인하 경쟁은 금융사 실적에 마냥 긍정적으로만 작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기업대출 성장세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은행 실적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회사채 금리도 하락해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가계대출 압박에 기업대출로 눈을 돌렸고,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 등 출혈경쟁을 벌이기도 했던 바다. 하지만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회사채 금리 인상으로 촉발됐던 기업대출 증가가 올해는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 먹거리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자산 확대도 주춤할 수 있다. 가계와 기업대출을 합산한 은행권 총대출 증가율은 2016~2019년 꾸준히 연 6%대를 기록했고, 코로나19 국면을 맞으며 11.8%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주택경기침체, 제한적인 가계대출 증가여력 등 영향으로 올해는 4.5~4.7% 증가율이 예상되며 부동산 경기침체기이던 2013년(4.6%)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금리 현상 장기화와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있는 데다 공격적 영업에 따른 출혈경쟁, 기업대출 감소 등 악조건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경쟁은 여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지만 은행 몸집을 불려줄 대출 증가율도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라 은행들의 자산 및 수익성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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