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서 발주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총 15척…韓조선사 모두 수주
VLAC 글로벌 시장에서 HD한국조선해양 11척·삼성중공업 2척·한화오션 2척
지난해 암모니아 운반선 수주 한국 15척·중국 6척…글로벌 점유율 71.4% 기록
고부가가치 선박, 미래 먹거리 전략 선종 급부상…‘올해도 훈풍’ 캐시카우 전망

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HD현대
HD한국조선해양의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HD현대

[뉴스워치= 최양수 기자] ‘K-조선’(한국 조선 산업)이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의 연초 수주 랠리를 바탕으로 올해도 훈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K-조선’은 3차 슈퍼사이클(장기 초호황기·commodities super-cycle)에 진입하면서 선박 수주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저가 수주’를 앞세운 중국에 3년째 글로벌 조선 수주 1위 타이틀을 내주게 됐다.

지난해 전체 선박 수주량은 중국이 점유율 60%를 차지해 한국(24%)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일반 선박 수주는 중국이 가져간 반면 수익성이 높고 최첨단 기술력을 요하는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인 수주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중 LNG(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운반선에 이어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Very Large Ammonia Carrier)이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전략 선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한국은 최근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과 관련해 글로벌 시장에서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 달성 등 탈(脫)탄소화 흐름에 맞춰 발주가 급증한 암모니아 운반선 수주를 100% 독점하며 독주 체계를 구축했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SHI LNG운반선의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SHI LNG운반선의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26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Clarkson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은 총 15척이며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사(社)’가 모두 수주하면서 수주 점유율 100%를 기록했다.

업체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 11척(2조437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중공업 2척(3150억원), 한화오션 2척(3312억원)을 수주했다. 수주 지역은 오세아니아, 중남미, 유럽 등 다양하다.

암모니아 운반선 발주가 시작된 지난해 총 21척의 계약이 체결된 것을 고려하며 발주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도 한국은 총 15척(HD한국조선해양 8척, 한화오션 5척, 삼성중공업 2척)의 암모니아 운반선을 수주하며 71.4%의 글로벌 수주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은 6척을 가져갔다.

클락슨리서치는 글로벌 탄소 전환 과정에서 암모니아 운반선이 향후 20년간 연평균 120척 발주될 것이라고 예상돼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암모니아 운반선은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80% 이상인 LNG 운반선에 이어 한국 조선업의 새로운 특화 선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년여간 LNG 운반선에 집중했던 한국 조선업체들이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올해는 한국 수주량을 지탱했던 LNG 운반선 발주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암모니아 운반선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개발한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사진=한화오션

암모니아 운반선의 주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수소(H₂)경제가 가시화되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암모니아(NH₃)는 가장 유력한 수소 운반 수단으로 꼽힌다. 암모니아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지 않아 차세대 무탄소 선박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친환경 연료인 수소의 저장·운송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수소를 액화해 운반하려면 낮은 온도와 압력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암모니아는 실온에서 쉽게 액화하기 때문에 질소(N)와 수소가 결합한 형태인 암모니아를 운반해 수소를 추출하는 게 용이해 액화수소보다 저장 효율이 좋고 경제적인 수소 저장·운송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는 주요 공급지(호주·북아프리카·중동)와 수요지(동북아·유럽)가 불일치해 대륙 간 이동이 필요하고 글로벌 해운규제가 강화되면서 암모니아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2035년까지 최대 200여척의 암모니아 운반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존 컨테이너 선박이나 유조선보다 수익성도 훨씬 높아 차세대 캐시카우(Cash Cow·수익 창출원)로도 불린다.

글로벌 암모니아 생산량은 지난해 1억5000만톤에서 2030년 3억톤으로 두 배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암모니아 운반선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업계 중론이다.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연초부터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수주고를 올리면서 올해 사업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K-조선’이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밸류(value·가치)가 높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 수주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현재와 같은 한국의 암모니아 운반선 수주는 한국 조선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혀진다”고 말했다.

최양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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